'교수님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고대 학생이 말하는 '4월 5일' 사건의 진실

[표시작]4월 26일 '징계방침 철회, 총장면담요구를 위한 행동의 날' 행사에 모인 고려대 학생 500여명의 앞에 출교자 중 한 명인 안형우(사범 02)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행사에서 '학교의 사실 왜곡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고려대 4·5사건'과 관련해 지난 4월 6일 고려대학교 홍보팀에서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한 ‘본관 교수 감금사태 일지’에 대한 반박이었다.

아래 글은 그가 학생들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준비한 '학교의 사실 왜곡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그를 비롯해 '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이른바 '거대 언론'이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억울하다는 말이다.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는 학생들이 말하는 진실을 가감없이 싣는다./편집자 주[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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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사실 왜곡에 대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느낍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학교 측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졸지에 보건대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전하려던 우리는 ‘폭도’가 되어 ‘스승을 감금한’ 것이 되었습니다.

출교 조치가 내려지고, 삭발 후 농성이 시작되면서 저는 조금 반가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체 그 날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나?”하는 물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학교 측의 이야기와 학생들의 이야기가 워낙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 날의 진실에 대해 여기 계신 분들께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지금 적어가셔도 좋습니다. 주변에 알려 주십시오. 우리는 폭도가 아니었고, 학교 측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십시오.

학교측 일지는 학생들 100여명이 집결해서 집회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보건대 학장님이 3층에 올라왔을 때 요구안을 받아주겠다고 한 것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정말로 요구안만 전달하고 나올 계획이었습니다. 교무위원회는 학교의 전반적인 업무를 다루는 곳이었고, 학생처로 갈 때마다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실질적인 기구인 교무위원회에 희망을 걸었던 것입니다. 학장님이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회의실 앞을 막지도 않았습니다. 문 옆에 줄을 맞춰 앉았습니다. 심지어 들어오지 말라는 말에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무위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중에 학생처장님도 계셨습니다. 학생처장님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학생처로 와” 한 마디만 하고 등을 돌리셨습니다. 학생처에 갈 때마다 관할이 아니라고 하시던 학생처장님, 우리는 책임 있는 분들과의 면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고, 학생처장님을 붙잡았습니다. 이게 바로 소위 감금의 시작입니다.

학교 일지에 보면 ‘학생처장이 목이 말라 잠깐 회의실에 들어가서 물 한컵을 마시고 나오겠다고 하자 이를 거부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마시던 물병을 학생처장에게 던져 주는 무례한 행동을 함’이라고 나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A4 한 장짜리 요구안을 복도라서 받을 수 없다며 100여명의 학생들을 무시하던 학생처장님이 갑자기 ‘물 마시러 가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가지 마시고 요구안을 받고 가셨으면 한다고 못 가게 막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 목이 마르면 우리가 떠주겠다’고 하면서 경비실에서 물통을 가져와서 두 손으로 드렸습니다. 그게 일지에 ‘던져줌’이라고 나왔습니다. 우린 황당한 겁니다.

익명의 한 학우가 처장님들께 물어보지 않고 중국음식 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비를 털어 산 음식에 같이 끼운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어 죄송한 마음에 음식을 시켰습니다. 중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 주세요”. 중국음식 배달 온 아저씨가 바닥에 음식을 내려놓은 것도 사실입니다. 책상이 없고 의자에는 처장님들 다 앉아 있으니 당연히 바닥에 내려놓죠. 학교 측 일지 이렇게 써놓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수들과의 상의도 없이 자장면 등을 배달시켜 교수들에게 바닥에서 먹으라고 함”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시멘트 바닥”이라고 썼습니다. 정말 이건 아닙니다. 왜 입학처장님이 볶음밥 뜯으려고 했던 것, 이를 기획예산처장과 학생처장이 말린 것은 쓰지 않습니까? 게다가 교직원들이 사다준 고급 간식으로 끼니를 다 해결한 것을 왜 쓰지 않습니까?

학교측 일지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이 교수들에게 의자를 전달하려고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학생들에 의해 차단됨.” 하지만 사진 보시면 처장들 모두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처장님들 차가운 복도에 앉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내내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측 일지, ‘차가운 복도에 ... 앉아’ 있었다고 나옵니다. 오히려 그랬던 것은 학생들입니다.
'의자를 달라'는 교수의 말에 처음에 '회의실로 들어가자'며 의자를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의자를 가져온 것입니다.

저에 대한 두 차례 언급도 완전한 왜곡입니다. 저는 학생들 얼굴사진을 찍는 연구처장님에게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했고, 보건대생들을 불러내서 호통치고 있는 것을 말렸을 뿐입니다. 연구처장님이 달려들다가 제 몸에 살짝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몸이 닿았다고 항의했습니다. 오히려 처장님이 저에게 '지랄한다'고 욕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학교측 일지, 이렇게 말합니다.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매우 불온한 태도로 연구처장에게 모욕을 줌’

우리는 학교의 이런 왜곡이 표적탄압을 위한 것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동안 학교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우리들을 쫓아내려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강영만씨는 그 날 집회에 참여하지만 했을 뿐 발언도 하지 않고 설전도 벌이지 않았는데 출교를 당했습니다.

우리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몇 가지 사실들을 기억해 냈습니다.

첫째, 왜 처장단은 학생처장이 학생들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의자에 앉았을까요?

둘째, 학생들은 정 복도가 문제면 옆의 회의실에서 대표단만 들어가 정중히 요구안을 드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학생처장은 이 제안을 처장들에게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기획예산처장과 대외협력처장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대체 왜 학교는 A4 종이 한 장 뿐인 요구안과, 기초적인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한 것일까요?

셋째, 학교는 우리의 중재안- 즉, 보건대 투표권 문제가 법에 걸린다는 학교 측의 의견에 대해 중재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중재안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대답도 하지 않고 극적인 대치상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정말로 학교가 학생들의 행위를 왜곡하면서까지 얻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왜 A4 한 장을 그토록 안 받았던 것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만일 그것이 우리를 표적으로 삼아 학교에서 쫓아내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면, 이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아닙니다.

여러분, 진실을 알려주십시오. 한 사람에게라도 한 번만 더 이야기 해주십시오. 학교가 무엇을 했고, 우리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저들에겐 조중동, SBS 등 거대한 보수언론이 있고 홈페이지 팝업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오로지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꼭 진실을 위해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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