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뒤흔드는 풍경화, 정상곤 작가의 ‘Skin deep-풍경처럼’전
‘Skin deep-Minuscape’전에서 만난 정상곤 작가
‘Skin deep-Minuscape’전에서 만난 정상곤 작가ⓒ민중의소리

꿈틀거린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흐드러지고 미끄러진다. 아련하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무엇’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미개상태의 혼돈과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이다. 정상곤 작가의 작품 ‘Skin deep’ 시리즈다.

Skin deep은 생물체의 피부의 두께처럼 아주 얇은, 피상적인, 표피적인 것 혹은 그러한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풍경을 읽고 씀(인식하고 그리다)에 있어서 표피의 다이내믹한 변화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작가의 작품은 여느 풍경화와는 다르게 거칠고 추상적인 부분이 많다. 그렇다고 추상화는 아니다. 붓이 지나가고, 색채가 얹어지고, 덩어리가 만들어지면서 화면이 채워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은 특정 장소의 재현하거나 혹은 풍경에 대한 감흥을 형상화했다기보다는 작가의 수행적 태도와 그것이 화면에서 회화적으로 구축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 화풍은 지난해 3월에 열린 전시 ‘Skin deep-Minuscape’에서 일부 선보인 바 있다.

정상곤 작가는 “작품이 ‘그럴듯한 풍경’이 되도록 끊임없이 물감을 바르고 그 흔적이 흐르고 번지기를 반복한다”면서 “화면과 그 너머의 풍경 사이를 오가며 매 순간 펼쳐지는 작품의 물질적 기호들을 자극해 우리들의 보편적 감각경험을 일깨운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성들을 흔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작품은 우리 사회와 개인의 극단적인 모순과 혼란을 보여주는 것 같다. 흐느적거리는 화면, 흘러내리는 듯 눅눅하고 끈적거리는 분위기, 전제적으로는 선명한 느낌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극렬한 대립이 소통과 사랑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준다. 마구 뒤섞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카오스들이 멀리, 아주 멀리에서 보면 멋진 풍경이 된다.

인류 공생을 위한 공감대, 반자연적 행태에 대한 일종의 의식과 마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상곤 개인전 전은 오는 10월 4일까지 갤러리이마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성에 충실한 재현, 회화적인 표현과 날것의 풍경이 주는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영택 평론가는 “납작한 캔버스 표면에 감각의 줄질을 한다. 그래서 화면 위로는 감각의 묘선들, 혼잡한 감각들이 이룬 붓질, 색채, 질료덩어리, 몸의 놀림들이 지나가고 얹힌다”면서 “그가 칠한 색과 질료 덩어리는 단지 윤곽선으로 이루어진 내부를 채우거나 장식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순수상태의 회화적 사실을 구현해 낸다”고 평했다.

정상곤 작가는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화단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1998년 탈린 국제판화 트리엔날레와 1999년 류블랴나 국제판화 비엔날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전세계적으로 알려왔다.

화가 정상곤
화가 정상곤이 자신의 개인전 'SKIN DEEP'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샘터갤러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정상곤
정상곤, 풍경-물과 풀과 바위, 117x91cm, oil on canvas, 2014ⓒ금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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