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961’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대를 재조명한 책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책 한 권 안에 담는다’는 젊은 예술가들의 기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종이책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종이책만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을 극대화한 책이다. 이 책은 1961년부터 1967년까지 하태환이 작성한 옥중기록문을 바탕으로 5.16을 이야기한다. 진보적 정치인들에 대한 무고한 구속과 옥중생활, 죽음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냈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소설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민중의소리>는 책 ‘1961’을 출간한 새봄출판사와 함께 ‘책 「1961」을 말하다’를 연재하고 있다.
얼마 전, 대학로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축제의 이름은 ‘텅 빈 극장에서’였다. 어느 연극 극단 대표가 마침 일정이 없어 비어있는 극장을 활용하여 다른 연극인들과 함께 무료 낭독공연을 열기로 한 것이었다. 연극인들은 비싼 대관료 때문에 극장을 구할 수 없고, 극장은 공연이 없어 문을 닫거나 주변 상권에 밀려 떠나야 하고, 관객들은 그로인해 점점 비싸질 수밖에 없는 가격으로 피해를 입는 악순환의 고리를 한 번 끊어보자는 취지였다. 무료로 진행된 공연에 더욱이 ‘낭독’공연이기에 별로 기대를 가지지 않았던 필자는 뜻밖의 수준 높은 공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런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배우들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극단 대표의 배려로 새봄출판사에서 펴낸 <1961>도 이 축제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1961>은 기획 단계부터 연극으로 재구성을 계획했던 책이다. 그래서 책에는 1장 부분을 배우들이 낭독한 오디오북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1961>은 54년 전의 이야기를 기록한 실제 역사기록이다. 그래서인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가볍고 감성적인 내용에만 흥미를 가질 뿐, 이미 지나가버린 옛 이야기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책을 펴내고 난 후, 수많은 ‘해야 할 말’들이 있었으나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그 말들을 연극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단순히 책을 낭독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연극화 해보기로 했고, 제목은 <1961북콘서트>, 부제는 ‘텅 빈 공간과 의자들’이며, 낭독대본 전문을 아래에 수록한다.
1당신:(낭독을 시작한다) 당신, 무대의 한 가운데 앉아있다. 관객들이 모두 입장하면 낭독을 시작한다.
1당신:무대에는 텅 빈 공간과 의자가 있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는 대신 무대에 놓인 의자와 공간에 앉는다. 어둡고, 텅 빈 객석은 아무도 앉지 않고, 그대로 비어둔다. 별다른 조명도 없다. 음악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다고 하기 보다는 허전하다. 허무하고, 허탈하다.
1당신:무대가 서서히 암전되면, 객석도 따라서 어두워진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3새봄:우리는 텅 빈 공간과 의자에 너무 많은 정력을 소비했어. 비어있는 것들은 늘 달콤하지. 텅 빈 극장 같은 우리들은 앉을 수 없는 의자에 목말라한다.
(조명 들어온다)
1당신:잠시 후, 무대는 여전히 어둡고, 객석만 환하게 밝아진다. 객석에는 새봄 홀로 앉아있다.
3새봄:(무대를 바라보며) 뭐, 뭐지?
1당신:새봄,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서다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손으로 괜히 앞자리를 두드리거나, 목을 긁는 시늉을 하거나, 다리를 흔들거나, 극장 곳곳을 둘러보는 시늉을 한다. 그를 바라보는 관객이나 텅 빈 객석에 홀로 앉아 있는 새봄이나 모두 당황스럽고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3새봄:저기요.. 여기, ‘1961 북콘서트’, 시작 안하나요?
1당신:(암전되어 있는 무대 안쪽에서 목소리만 들려온다) 시작했어요.
3새봄:시작 했다고요?
1당신:네
3새봄:네?
1당신:네!
3새봄:설마... 여, 여기 좀 보세요. (객석의 빈 허공을 두 팔로 휘저으며) 아직.. 객석이, 텅, 비었는데요?
1지문:시작해야 돼요. 대관시작 시간이 벌써 삼십 분이나 지났으니까요.
3새봄:(말이 없다.)
(사이)
3새봄:그래요……, 사실 준비가 많이 소홀했죠. (사이)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나의 첫 필사노트’가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올랐거든요. (웃음) 누가 독후감을 자기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 글을 공교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하네요. 잘 된 일이죠. 서점에서는 주문이 쇄도하고, 2쇄를 찍은지 이틀 만에 3쇄까지 찍었어요. 연일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인터넷에는 책을 읽은 후기들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죠. 그런데, 아니, 실은 잘 못되었을 수도 있어요. ‘1961 북콘서트’ 준비가 많이 소홀했거든요. 계획했던 다른 일들도 모두 꼬여버렸죠. 그래요. 1부 행사였던 ‘출간기념 파티’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전화로 미안하다고 하네요.
2나:(무대 안의 어둠 속에서, 목소리만) “죄송합니다. 일이 늦게 끝나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1당신:“오빠, 미안해요. 오랜만에 얼굴 보려고 했는데.”
3새봄:오기로 약속했던 기자들도 오지 않았어요.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에는 부처님오신날 행사로 백만 명이 모였다고 하더군요. 기자들은 모두 광화문 광장으로 갔데요. 그래요. 그래도. 이렇게 텅 비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요.
1당신:다른 날로 연기하면 되었잖아요?
3새봄:아니요. 오직 그 날이어야만 했어요. 5월 16일.
1당신:그날만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3새봄:네. 책 <1961>은 5.16에 대한 이야기에요. 5.16으로 인해 파멸하는 사람들과 파멸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당신들에 대한 이야기죠. (사이) 5.16에 대한 이야기라서 5월 16일이어야만 했어요. 그래서 좀 무리를 했던 거죠. 5월 16일. 그 날짜에 딱 맞추기 위해서.
1당신:새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3새봄:하지만 만족해요. 1부에는 사람이 없어서 허탈했지만, 저녁 공연 때는 준비했던 전시와 공연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거든요. 마찬가지로 관객은 별로 없었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은 고개도 끄덕이고, 박수도 보내주었어요. (박수를 치며)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사이) 핸드폰에 촬영 기능이 있는 것은 정말 축복 같아요. 그때의 기록을 모두 남길 수 있었으니까요. 한 번 보실래요?
(영상 시작.)
1당신:무대를 향해 핸드폰을 들어 보이면, 무대에 화면이 켜지며 사진과 영상이 재생된다. 화면은 한동안 이어진다.
(영상 끝)
1당신:새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때. ‘나’, <1961>을 한 손에 들고 등장한다. (‘나’ 등장) 객석으로 올라가 아무 곳에나 앉는다. 새봄, 한동안 그를 바라보며 말이 없다.
3새봄:저기요. 혹시, 공연보러... 오셨어요?
2나:네
3새봄:(다가가며) 아 이걸 어쩐다, 보시다시피 지금 극장이 텅 비어있어서...
2나:그럼, 안 하나요?
3새봄:네, 죄송합니다.
2나:아니 뭐 댁이 죄송할 거는 없고
1당신:둘은 한동안 말이 없다. 둘은, 뭔가 닮았다. (새봄과 나, 정색하며 떨어져 앉는다.)
2나:(일어서서 나가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책을 아무렇게나 펼쳐 읽는다. 펼쳐진 면은 56쪽의 하단이다.)
(성의 없이 읽기 시작한다) 혁신진영의 동지들은 해당되는 법도 없이 구속만 당해 있었다. 법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내의 그 어떤 법규에도 위반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잡아 가두기에, 하는 수 없이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구속에서 해제될 것으로 헤아리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뜻밖에도 모든 상식과 사리를 초월한 ‘소급법’이라는 기상천외의 천하악법이 만들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죄 없는 사람들을 일단 잡아가둬 놓고, 이 죄 없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당 시일이 지난 뒤에 임의로 법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1당신:‘나’는 책을 덮고 곰곰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텅 빈 극장의 적막은 ‘나’의 생각을 더욱 깊은 곳으로 몰아간다. 시간이 흐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객석에서 퇴장한다. 새봄, ‘나’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3새봄:(자리에서 일어서며) 이 책은 ‘혁신계’라고 하는 지금은 역사에서 소멸해버린 정치세력의 이야기입니다. ‘소급법’이라고 하는 악법에 의해 억울하게 옥고를 치러야만 했던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정치적인 입장,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쓰여진 책은 아닙니다. 이후 이 사람들의 대부분이 죽거나, 변절을 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던 사실이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어요.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정치적인 내용 보다는 진실과 억울함에 대한 이야기, 재판과정과 감옥 안에서의 일상적인 경험들, 7년간 함께 옥고를 치른 역사인물들의 기록과 인터뷰가 대부분이죠. 어떻게 보면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참 어려운 책이에요. 그래서 이 ‘혁신계’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던 거예요. 이 이야기를 문학, 그림, 음악, 연극의 콘텐츠로 재구성한 작업이 바로 <1961>입니다. 모든 것이 억압되어 있던 시대에는 예술의 욕구 또한 마음껏 표출하기 어려웠잖아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우리 역사의 상처를 예술로 한 번 승화시켜 보자는 취지였어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잖아요. 진실의 왜곡과 정의의 탄압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은밀하게 일어나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이 오래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독자들에게도 진실을 읽을 권리는 있는 것이니까요.
1당신: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텅 빈 극장처럼 차갑다. 아무도 그의 이야기에는 관심 없다. 관객들은 그의 표정과 긴장된 목소리에만 집중한다. 텅 빈 극장은 다만, 텅 빈 극장일 뿐이다. 텅 빈 극장에서 하는 이유기는 모두가 공허할 뿐이다. 새봄, 자리에서 앉는다.
3새봄:사실, 이유가 하나 더 있었어요.
1당신:이유?
3당신:반드시 5월 16일이어야만 했던 이유.
1당신:아, 그 이유. 그래, 어떤 이유인데요?
3새봄:사실... (망설이다가 무대 위로,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까지 뛰어 내려온다. 무대를 크게 한 바퀴 돈다.)
3새봄:(무대 안쪽에서 의자 하나를 가지고 나온다.) 사실, 이 의자 때문이었어요. (의자를 끌어안으며) 이 의자에게 5월 16일에 꼭 책을 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1당신:음... 음... 그래요. 이해해요. 저도, 가끔은, 거울하고 이야기 하거든요. 거울아 안녕! 어젯밤에도 무사히 잘 지냈니, 거울아?
3새봄:멋지게 책을 만들면 당당하게 이 의자에 앉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책을 만드는 동안 의자에 앉는 상상을 했죠. 그럴 때마다 행복했어요.
3새봄:사람들은 늘 이 작은 의자에 앉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며 살아가잖아요? 이 의자가 뭐라고... 의자 때문에 마음을 쓰고, 인생을 낭비하고, 비겁해지고, 타락하고, 공허해지죠. 그래서 상상을 해야 되는 거예요. 공허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늘 상상이라는 처방약이 필요하죠. 그렇게 우리는 상상이라는 빈 의자에 만족하며 살아가요. 두렵고 공허한 상상들을 달콤해요. (극장의 빈 허공을 둘러본다) 바람이 불어오네요. 텅 빈 극장으로, 속이 텅 빈 바람이 불어와요. 아, 눈꺼풀이 자꾸만 감겨요. (새봄, 쓰러진다.)
2나:(쓰러진 새봄 위를 넘어 객석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낭독을 시작한다.)
아내 이숙님(李淑妊)이여!
굶주림 헐벗음 중노동까지
온갖 괴로움을 이겨내면서
에누리 없는 일곱 해를 하루와 같이
옥바라지 하여 준 그대에게
이 작고 변변치 못한 책을
진심으로부터 주는 바입니다.
- 1968년 9월 하. 태. 환
당신은 잠을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버릇이 있다. 창호지 사이로 새어든 어스름이 당신의 입가에 고이기 시작하면, 당신은 맑은 얼굴을 하고 잠에서 깨어난다. (당신, 목 가다듬는 소리를 내며 그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흐트러진 머리를 단정하게 매만진 당신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나를 위해 이불을 어깨 위까지 끌어올려준다. 잠결에도 나는 당신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손길은 따뜻하다. 겨울이 걷히고 봄이 왔는데도 여전히 따뜻하기만 한 당신의 손길과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새소리, 이마를 간지럽히는 햇살, 한꺼번에 잠에서 깨어난 오리들이 단체로 꽥꽥거리는 소리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은 아이가 이불 속에 파묻혀 징징거리는 소리,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새소리가 옅은 꿈속에서 오래도록 머무른다.
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 위에 솥을 앉혀놓은 당신은 포대에서 사료를 한 바가지 퍼서 오리들이 먹을 수 있도록 골고루 뿌려준다. 집과 한 몸으로 붙어있는 사육장이 아침식사에 신난 오리들의 꽥꽥거리는 소리로 한동안 시끄럽다. 부지런한 당신은 아침상에 내놓기 위해 밭에서 채소를 고르고, 부엌간과 뒷간을 청소한 뒤에 수돗가에서 물을 길어 세수를 한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목 뒤까지 씻는 김에 젖은 손으로 머리까지 한 번 다독인다. 당신은 밥 익는 냄새가 솔솔 구수하다고 생각한다. 널어놓은 이불 빨래가 햇살에 하얗게 반짝인다. 당신은 아직 덜 마른 빨래를 한동안 손으로 어루만지며 서있다. (당신의 숨소리)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는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는데, 언덕 아래의 집들에서도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다. 멀리 큰길을 따라 늘어서있는 교도소의 사옥들에서는 간간이 사람들의 그림자가 비친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홀로 떠있었는데, 당신은 그것을 보고 마치 포대기에 쌓인 아이 같다고 생각한다. 곧 깨져버릴 것만 같은 평화로운 아침이 당신에게는 밥 익는 냄새처럼 구수할 뿐이다.
이불 속에서 징징거리는 아이처럼 나도 머리 위까지 이불을 끌어올리려다가 그만 눈을 뜬다.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불길한 오월의 햇살은 창가에 드리워져있다. (다시 돌아와서 원래대로) 책상에는 어젯밤 읽다만 책이 펼쳐진 채로 고스란히 엎드려있다. 나는 잠자리를 정돈하고, 아직 이불 속에서 나오려하지 않는 어린 아이에게 잃어버린 베개를 돌려주고, 기지개를 한 번 활짝 편 뒤, 책상 앞에 바른 자세로 앉는다. 어젯밤 책속에 그어놓은 밑줄의 의미를 곰곰이 헤아리는 사이, 아침상을 들고 당신은 들어온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은 무국이 시원하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다. 어느새 아이는 잠에서 깨어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멀리 오류동에 있는 학교까지 걸어가야 하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당신처럼 부지런한 아침을 보낸다. 읽던 책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당까지 함께 나온 당신은 언덕을 내려가는 내 등을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유난히도 발은 자꾸만 돌에 걸린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었다. 교편을 내려놓은 뒤로 백과사전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되어 돈을 꽤 벌었다. 학원 강사료로 받은 돈을 보태니 어느 정도 집을 장만할 정도가 되었고, 전쟁 이후 줄곧 살아온 가난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니 신촌과 고척동 두 곳이 적당해보였다. 그런데 신촌은 하루에 버스가 한 번밖에 다니지 않는 외진 시골동네였고, 그나마 큰 도로가 지나는 이곳 고척동이 개발 가능성도 있고, 보금자리로는 여러모로 적당해 보였다. 특히 당신은 이곳으로 이사 온 것을 매우 흡족해 했다. 뒤에는 산이 있어서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당신의 마음에 쏙 들었고, (당신:특히 집 앞에 있는 넓은 텃밭은 가족들이 먹을 채소를 직접 기를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는 넓은 집을 지어 한 가운데를 오리 사육장으로 만들었다. 이사 온 후로 (당신의 웃음소리가 겹친다) 당신은 자주 웃었다. (살며시 웃으며 읽는다)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면 나는 늘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 하나를 새로 얻었다. 딸아이에게 동생이 생긴 것이었다. 행복하고 평온한 날들은 영원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 당신은 이미 집 안으로 들어가고 없다. 가끔씩 노루가 나타난다는 동네의 뒷산은 볼품없이 낮았지만, 산을 뒤덮은 신록의 봄 풍경만은 매우 아름다웠다.
버스가 서울역전을 향해 나아가는 사이, 눈을 감고 잠깐 졸았다. 어지러운 생각들이 선잠 속에서 머리를 아프게 한다. 다방에 모인 동지들의 불안한 표정과 걱정스런 흡연의 모습이 꿈속으로부터 끝없이 이어졌다. 서울역전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가 잠든 내 어깨를 흔들어 깨워주었다. 내 어깨에 닿는 그의 손은 몹시 차가운 기운을 품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떠서 그를 바라보려 했지만, 잠에서 깬 눈은 빛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역광을 받아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아니, 그에게는 아예 얼굴이 없는듯했다.
(새봄:“되돌아가세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불현 듯 그가 말했다. 캄캄한 골방의 모서리처럼 숨이 턱하고 막혀오는 목소리였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면서까지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얼굴은 까맣게 존재하지 않았고, 그의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울릴 뿐이었다.
(새봄:“만약 선생이 지금 버스에서 내린다면, 이제 선생 앞에는 힘겨운 날들만이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아무 말이라도 대꾸하려 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떠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존재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가 다시 어두운 목소리로 내게 경고했다.
(새봄:“선택은 어디까지나 선생의 몫입니다.”)
나는 간신히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얼굴이 없는 그 귀신은 어느새 창밖에 서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좀 전의 그가 서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버스 손잡이가 흔들리는 버스와 함께 허공 위에서 기울어지고 있었다. 역전 정류소를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간신히 세우고는 비틀거리며 그곳에서 뛰어내렸다. 선택은 나의 몫이었는데, 결국 나는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다.
도심 곳곳에는 아직까지도 바리케이드가 철거되지 않았고, 그 옆으로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이 지켜서고 있었다. 경찰서 앞에는 깨진 유리파편이 널려있었다. 경찰서를 접수하려는 군대와 잠시나마 대치한 흔적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세상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사람들은 수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평소처럼 출근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역전에 나물을 팔러 나온 아낙들은 여전히 머리에 커다란 보따리를 한아름 얹고 있었다.
(당신: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떠드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불안해진다. 괜히 마당에 나와 빗질을 한다. 부지런한 습관이 몸에 배여서인지 생각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렇게 마당을 쓸거나 오리에게 사료를 주거나 이불을 빨아 널거나 하면 마음은 절로 편해지는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학교를 마친 딸아이가 돌아온다. 딸아이에게 다시 석유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내놓고 나는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는 늘 석유가 필요했고, 영민한 딸아이는 기특하게도 역곡에 있는 신앙촌까지 홀로 가서 석유를 사오곤 했다. 딸아이가 돌아오고 나서도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날이 저물었고,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밤하늘로 설익은 그믐달은 떠올랐다. 하루 종일 꽥꽥거리던 오리들도 날이 저물자 조용해졌고, 인기척 같은 바람소리가 계속해서 마당을 어슬렁거렸다. 어스름은 곧 검은 숯처럼 까만 밤으로 변했다. 바람은 거칠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창문너머로 들어오는 달빛은 밝다.)
유치장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은 밝다. 나는 잠들지 못하고 오래도록 달빛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하여 지금 나는 여기에 있게 된 것일까. 이상한 일이다. 일이 잘못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었다.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당신이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 딸아이의 귀여운 칭얼거림에 즐거워했다. 평소처럼 사육하는 오리들을 돌보기도 했다. 그 평화로운 아침과 상반된 오늘 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버스 안에서 만났던 얼굴 없는 귀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라고 그는 내게 일러주었다. 가족들에게로, 평화로운 일상 속으로. 그러나 이미 내 선택은 끝이 났다. 나에게 주어졌던 앞날의 평화는 이제 영원히 구속당하였다. 소박한 행복은 등을 돌려 나로부터 먼 곳으로 떠나갔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떤 기구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내가 키워온 정치적 소신과 꿈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교편을 내려놓으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나의 통일운동은 이제 어떤 운명 속에서 산산이 부서져버리게 될까. 그렇게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유치장의 잔인할 정도로 차가운 바닥과 어두운 공기가 내 목을 졸라왔다.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슴을 움켜쥐고 나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철창 속으로 스미는 달빛이 쓰러진 내 몸을 가만히 비추고 있었다.
여전히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당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당신:‘달을 보면, 그 모양이 꼭 웃고 있는 것만 같아요.’)
언젠가 당신이 내게 했던 말이다.
당신도 어두운 방 안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바라보며 나를 떠올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당신은 여전히 잠들지 못한다.
달빛은 당신과 나를 동시에 내려 비춘다. 달빛이 멈추지 않고 이렇게 영원히 지속될 수만 있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당신:밤이 깊어도 달빛은 멈추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당신은,
(당신과 함께)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3새봄:되돌아가세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되돌아가세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되돌아가셨어야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요. 제발 되돌아가세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니까요.
1당신:진정해요.
2나:(책을 펼쳐 읽는다.) 하태환. 1927년부터 1988년까지. 감리교신학교. 현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진보당에 입당하여 통일운동 및 혁신정치 운동을 펼치고 총선거에도 출마하게 되면서 교편을 내려놓았다. 진보당사건 이후, 사회당 선전부장 등 중요당직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5.16 직후 쿠데타 세력에 의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구속되어 만 7년간 지속된 혁신계 정치인들의 수난 일대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그 모든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했다. 1968년 출소 이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약 7년간을 병상에서 지내야만 했다. 본래 달변가였던 그는 병마와 옥고 후유증으로 언어기능 자체가 완전히 소실되는 등 불우한 말년을 보내다가 1988년. 생을 마감했다. (책을 덮으며)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당신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로군요.
3새봄:네, 맞아요. 이 책은, 제 외할아버지 이야기에요.
2나:외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3새봄:어렸을 때 기억 밖에 없어요.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음, 아픈 모습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는 말을 못하셨죠. 그래도 뭔가 계속 말을 하려 안간힘을 쓰셨고, 형과 나는 어린 마음에 그런 외할아버지만 보면 도망갔던 기억이 있어요. 할아버지는 걸음도 불편하셔서 늘 지팡이를 들고 계셨던 기억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평소와 다르게 점잖은 모습으로 봉당에 앉은 외할아버지는, 마당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우리를 지그시 쳐다보고 계셨어요. 정말로 그동안 아파서 초라해보이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외할아버지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셨고, 그리고, 그대로 쓰러지셨어요.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인데도 그 장면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또렷이 남아있어요.
(사이)
3새봄:1961년 5월 16일.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그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하셨죠. 그리고 그것은 비단 어머니와 외할머니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으니까요. <1961>은 이렇듯 우리 한국인들이 겪은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나:(책의 마지막 장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당신에게로 가는 길
버스가 서울 도심에 이르렀을 때 나는 눈을 떴다. 몇 년 만에 보는 서울은 부쩍 번화해진 느낌이다. 나는 눈을 비비고 창밖을 바라본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늙은 사내의 옷이 부쩍 가벼워보인다. 이른 봄이었지만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다.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온다. 평화롭고 고요한 하품이다. 외진 길로 접어든 버스는 어느새 고척동 가까이 다가섰다. 귀휴 기간에 잠시 다녀갔던 고척동이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낮은 지붕의 집들이 산 능선을 따라 간간히 들어서 있었고, 굴뚝으로 아침 밥 짓는 연기를 내보내고 있었다. 이제 막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거리마다 가득했다.
(당신: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밭에 나가 과일을 한바구니 따오고 나서, 밥을 짓기 위해 부엌에 들어간다. 오리 사육을 그만두고, 사육장을 개조해서 세를 놓은 집에는 총 서너 가구가 들어와 살고 있었다. 부엌에 먼저 들어와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새댁은 두 번째 칸에 살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다. 나는 그렇게 며칠 전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어젯밤에는 잠을 설쳤다. 늦잠을 자지는 않았어도 하품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평화롭고 고요한 하품이다. 별 생각 없이 부엌에 들어온 딸아이는 젊은 새댁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달아난다. 새댁은 매일 아침이면 등교 준비를 하는 딸아이의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곤 했다는데, 너무 예쁘게 땋아진 머리가 딸아이에게는 조금 창피하게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딸아이는 오늘만은 그냥 넘어가고 싶어 줄행랑을 놓고 만다.)
(새봄:“먼 길을 돌아왔군요.”)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누군가 말을 건넨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얼굴이 없다. 그래서 표정을 읽을 수도 없다. 얼굴과 표정이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는 그에게 나는 대답했다.
“이제 한 번 살아보렵니다.”
그는 웃는다. 얼굴과 표정이 없는 그대로, 그는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혁명’이라는 이름의 가짜 혁신이 우리 역사에서의 진짜 ‘혁신’을 만 7년간이나 탄압하고 핍박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몇 명은 처형되거나 옥사했다.
그러나 이 땅에 다시 햇빛이 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을 것이다.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민주주의국가에서 모든 독재와 탄압은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나의 억울한 옥살이는, 언젠가는 무죄가 증명될 것이며, 그때까지 나는 한 번 살아볼 작정이다.
이 길고 지루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1당신:낭독을 마친 ‘나’ 다시 생각에 잠긴다. 텅 빈 객석을 서성인다. 그 사이, 새봄 의자를 들고 객석으로 올라온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새봄을 향해 뒤돌아본다.
3새봄:의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보이는 의자와 보이지 않는 의자. 보이는 의자는 우리의 삶을 그것에 얽매이도록 만들어요. (새봄, 의자의 네 개의 다리에 자신의 몸을 밀어 넣는다. 마치 의자에 조립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의자는 우리를 매번 실망과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는 하죠. (새봄, 의자를 등에 짊어진 채로 무대로 내려와 관객들 곁을 서성이기 시작한다.) 나는 정말로 의자를 사랑했어요. 5월 16일이 되면 그 의자에 앉아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의자는 앞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멀어지는 존재였어요. 텅 빈 의자, 텅 빈 극장, 텅 빈 극장 속의 침묵,
비어 있는 어둠과, 비어 있는 저녁과, 비어 있는 달력의 숫자, 비어 있는 책갈피 속 뜯겨진 페이지, 비어 있는 골목, 비어 있는 발자국 소리, 비어 있는 절망, 비어 있는 우리의 관계, 비어 있는 뒤돌아봄
2나:당신은 잠을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버릇이 있다. 병원 창문으로 새어든 달빛이 당신의 입가에 고이기 시작하면, 당신은 몽롱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난다.
1당신:봄이야
3새봄:네, 할머니
1당신:여기는 어디누? 왜 이리 깜깜해?
3새봄:할머니, 여긴 병원이에요. 밤이라 불을 꺼서 그래요.
1당신:아이고 우리 봄이가 할머니 때문에 고생이구나
3새봄:빨이 나아서 같이 집에 가요
2나:당신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었고, 그때마다 나를 부르곤 했는데, 간혹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1당신:계명아
3새봄:네, 할머니
1당신:네 누이는 언제 오누?
1당신:저는 새봄이에요. 계명은 외삼촌 이름이잖아요
3새봄:순천이가 보고 싶은데, 네 누이는 언제 오누?
1당신:어머니는 아침에 와요.
2나:병원 창문으로 달빛은 쏟아져 들어온다. 당신은 달빛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잠을 청한다. 1961년 5월. 홀로 그 달빛을 견디고 계셨을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당신은 영원한 잠에 드셨다. 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고는, 외할아버지가 그랬듯, ‘이 작고 변변치 못한 책’이 전부다. 외할아버지가 남겨놓은 거대한 원고지 뭉치에서 당신의 이야기는 단 몇 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당신을 부활시켰다. “달빛이 멈추지 않고 이렇게 영원히 지속될 수만 있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1당신:(자리에서 일어나, 새봄에게로 다가가 그의 몸에서 의자를 떼어낸다.)
3새봄:(작은 목소리로 당신을 바라보며) 할머니...
2나:(객석에서 내려와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당신의 손을 살며시 잡고, 오래도록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대로 함께 퇴장한다.)
3새봄:‘1961 북콘서트’는 이렇게 끝났어요. 사람들이 오지 않아 객석은 텅 비었지만, 그래도 만족해요.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