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보] SNS 강자, ‘고양고양이’도 고민은 있다?!
없음

고양이를 닮은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길을 가다가도 고양이 캐릭터가 있으면 어린 학생들이 ‘고양고양이다!’ 하고 막 뛰어가는 거예요.” 고양시청의 ‘페북지기’(페이스북 관리자) 최서영 주무관의 말이다. 자신이 만든 ‘고양고양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 듬뿍 담겨 있었다.

고양시청 페이스북 페이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강자로 통한다. 홍보업계에서도 성공 사례로 늘 회자되는 페이지 중 하나이다. ‘좋아요’를 누른 팔로워 수만 해도 2015년 10월 18일 현재 12만3천500여명이다. 하지만 불과 3년 전에는 1천명이 될까 말까였다. 최 주무관이 직접 그린 고양이 캐릭터는 고양시청 페이스북의 운명을 바꿨다.

고양시청 페이스북
고양시청 페이스북ⓒ고양시청 페이스북

손그림 ‘고양고양이’, 운명을 바꾸다

1년 내내 헤매고 있었다. 최 주무관이 고양시청에 들어와 SNS 관리를 맡게 된 것이 2011년 11월 말이었다. 온갖 시도를 해봤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온라인 홍보 경력이 있었지만 그때와 환경이 너무 달랐다.

“시민들은 아예 관공서 SNS를 안 보는 거예요.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지만 아무도 댓글을 안 달더라고요. 할아버지, 할머니들 컴퓨터 교육할 때 ‘좋아요 눌러주세요’, 사정하고 다녔어요. 처음에는 그거라도 해서 팔로워를 늘려보려고 했던 거죠.”

그러다가 직원 회의 때 아이디어가 나왔다.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좀 이상하잖아요. 처음 들었을 때 ‘뭐야’, 이럴 수 있고 시장님까지 결재가 나야 하는데 될 수 있을까 불투명하고.” ‘프로필만 한번 바꿔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 주무관의 머릿속에는 ‘고양이’, ‘고양이’뿐이었다. “아무도 안 보니까, 아무리 난리를 쳐도 안 보는 거 아니까 프로필을 바꾸든지 말든지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쓸 거라 생각했어요. 문서 뒷장에다 손그림을 쓱쓱 그렸죠. 그걸 스캔을 떠서 포토샵으로 작업해서 겨우 하나 올렸어요.” 장장 6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그때가 2012년 11월 23일이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빵’ 터졌다.

“그렇게 반응이 있을 줄 전혀 몰랐어요.” 최 주무관은 얼떨떨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제가 1년 내내 ‘좋아요 눌러주세요’ 난리쳐서 한 게 1천명인데, 하루에 1천명이 늘어났어요. 유머 사이트에도 올라가고. 어, 이게 뭐지? 뭔가 될 것 같다, 생각이 든 거죠.”

최성 고양시장에게는 사후 보고를 했다. 최 주무관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올린 터라 최 시장에게 혼날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물론 아니었다. “혼날 줄 알았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더 활용하고 마스코트로 등록하라고 하더라고요.”

고양이 캐릭터 하나로 고양시청 페이스북이 폭발적 인기를 끌자, 최 주무관은 최 시장에게 직접 깜짝 제안을 한다. 페이스북 ‘좋아요’ 8천명을 달성하면 최 시장이 고양이 분장을 한다는 ‘공약’을 내걸자는 것이다. 1만명으로 할까 하다가 소심한 최 주무관, 8천명으로 잡았다고 한다. 이벤트에 기꺼이 응한 최 시장도 ‘설마’ 했다는 전언이다.

“제가 소심해요. 지금 생각하면 1만으로 할 걸. 그게 한 시간 만에 넘더라고요. 그때가 금요일인데,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시장실에 가서 고양이 머리띠 하고 인증샷을 찍어드렸죠. 그게 또 더 난리가 났어요. 아침뉴스에도 나오고 라디오에도 소개가 되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하루종일 하고. 시장님도 ‘이게 뭐지?’, 저도 ‘이게 뭐지?’ 했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주목을 받은 거예요.”

2012년 11월 최성 고양시장이 고양시청 페이스북 ‘좋아요’ 8천명 돌파 기념으로 고양이 분장을 해 화제가 됐다. 왼쪽 위는 당시 페이스북 프로필로 사용된 고양고양이 캐릭터.
2012년 11월 최성 고양시장이 고양시청 페이스북 ‘좋아요’ 8천명 돌파 기념으로 고양이 분장을 해 화제가 됐다. 왼쪽 위는 당시 페이스북 프로필로 사용된 고양고양이 캐릭터.ⓒ고양시청 페이스북

최성 시장의 ‘고양이 코스프레’ 인증 사진은 최 주무관이 ‘고양고양이’ 캐릭터와 함께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콘텐츠이다. “조회수가 더 많은 것도 있지만, 처음에 고양이와 함께 고양시청 인지도를 여기까지 만들어 준 콘텐츠예요. 저 스스로도 시청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제안한 거죠.”

고양이 캐릭터가 ‘빵’ 터진 날, 최 주무관은 밤잠도 설쳤다고 한다. ‘안 좋은 얘기가 나오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면서 트위터로 반응을 확인했다. 초마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얘기했다. 좋은 반응 일색이었다. “다행이다.” 최 주무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페북지기’는 언제나 바쁘다!

하지만 그때부터 ‘창작의 고통’ 또한 시작됐다. “예전에는 시에서 나온 포스터 등을 컨트롤씨(Ctrl-C:복사), 컨트롤브이(Ctrl-V:붙이기) 해서 올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는 게 돼 버린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됐고,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졌어요.”

‘페북지기’의 일상에 대해선 일각의 오해도 있기는 하다. 그저 페이스북에 ‘게시물 올리면 끝’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오해이다.

최 주무관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다. 게시물에 넣을 사진이나 영상을 손수 찍기도 한다. 직접 고양이 분장을 하고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고양이 탈을 쓰고 각종 시 행사 현장에도 나선다. 주말을 빼야 하는 경우도 많다.

최 주무관은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해 뮤직비디오 등 갖가지 콘텐츠를 구상하고 만들어 내 왔다. 2013년 ‘고양시 600년’과 다양한 축제 등 홍보에 고양이는 최적의 캐릭터였다. 유명한 ‘진격의 고양이’도 그때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고양’으로 끝나는 ‘고양이체’도 큰 인기를 끌었다.

최 주무관 등 SNS홍보팀의 노력 덕분에 고양시는 ‘고양고양이’ 바람을 타고 2013년 대한민국소셜미디어대상 공공종합(소셜미디어부문) 대상, 2014년 정부3.0 홍보콘텐츠 경진대회에서 안전행정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최 주무관은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한다. 정책 홍보를 위해서는 스스로가 정책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간부 공무원들 워크숍이나 정책을 만드는 곳에 가서 같이 밤을 새요. 제가 이해가 안 되면 시민들도 이해가 안 되잖아요. 부서 자료를 필터링 없이 넘겨받기도 하는데 양이 많을 수도 있고, 한 장 짜리일 수도 있고, 아예 없을 수도 있어요. 어찌 됐든 소화해서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최 주무관은 인터뷰가 있던 7일에도 야근을 해야 한다면서 80여장에 달하는 문서를 한아름 안고 왔다.

고양시청 페이스북 홍보영상
고양시청 페이스북 홍보영상ⓒ고양시청 페이스북

오늘도 ‘고민’ 많은 페북지기…그래도 ‘고양고양이’만 생각하면 ‘웃음꽃’

‘고양고양이’라는 히트작을 내고 벌써 3년이 다 돼가지만, 최 주무관은 여전히 홍보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항상 슬럼프”라고 토로한다. “100만 팔로워가 된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선 SNS 홍보를 접하는 시민들의 연령대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을 최 주무관은 하나의 문제로 꼽는다. 주로 20대 등 젊은층에 몰려 있다. 모든 연령대를 고르게 만족시킬 수 있는 홍보물 제작도 딜레마 중 하나이다. “고양시가 100만명인데 연령층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중간을 찾는 게 힘들어요. 소위 ‘드립’이라는 것을 쳤는데, 못 알아듣고 댓글에 ‘이게 무슨 말이에요?’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또 재미있게 올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안 보잖아요.”

하루하루가 전쟁이기도 하다. 콘텐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그때그때 달라 예측불허이다. 팔로워가 아무리 많아도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한 달을 끙끙대면서 만든 영상을 ‘대박나겠지?’ 하고 올리면 생각보다 별로예요. 그런데 순간적으로 생각한 패러디물이 터지는 경우가 있어요. 예측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냥’ 올렸는데 ‘빵’ 터진 게시물은 모 연예인 사건 관련 패러디가 대표적이다.

고양시청 ‘페북지기’ 최서영 SNS홍보팀 주무관
고양시청 ‘페북지기’ 최서영 SNS홍보팀 주무관ⓒ최서영

게다가 ‘고양고양이’ 캐릭터 이미지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로 인해 정작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부분이 희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최 주무관에게는 고민거리였다. “한 교수가 오셔서 교육을 하는데 고양시를 구글에서 치면 고양이만 쭉 나온다는 거예요. ‘이게 과연 시정에 좋은 걸까, 아닐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소 무거울 법한 고민들. 하지만 최 주무관은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고양고양이’를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운다. “1, 2년 전만 해도 이만큼 인지도는 없었어요. 이제 고양시 전역에 ‘고양고양이’가 있어요. 오프라인 홍보물에도 다 쓰이고 있어요. 어린 아이들도 다 알고 좋아하더라고요.” 자신이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그리고 고양시를 알리는 데 빠질 수 없는 ‘고양고양이’이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고양고양이’를 닮은 최 주무관은 말했다. “정말 애정이 너무 많아요. 다른 욕심은 없어요. ‘고양고양이’를 꼭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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