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가이자 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해온 김욱동 서강대 명예 교수가 <녹색고전> 한국편에 이어 서양편과 동양편을 펴냈다.
이 책에는 지속가능한 인류의 번영과 전 지구의 환경 문제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 왔던 저자의 소신과 지혜의 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욱동 교수는 <녹색고전> 한국편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왔던 우리 선조들의 철학과 생활 태도를 강조했다. 과도한 현대의 물질주의 때문에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버린 생태주의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설파했다.
<녹색고전> 서양편과 동양편도 마찬가지다. 서양과 동양에서 잘 알려져 있거나 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문학과 사상을 발굴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환경오염과 생명파괴, 생태경시 풍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녹색고전>시리즈는 흥미롭고 재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서양의 유수 문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이야기라고 해서 자칫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는 독자들이 있을만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이러한 선입견은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저자는 단순히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가치들을 함께 피력한다. 이 시리즈가 단조롭고 외곬로 읽히지 않은 이유다.
이와 함께 저자는 각 장의 중요한 메시지를 첫 페이지에 함축적으로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풍부한 설명과 상냥한 어투로 이야기를 전개할 뿐만 아니라, 감성 풍부한 판화형식의 삽화로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아울러 이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저자는 스스로 삶을 성찰하도록 만들고,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할지 그려 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삶의 토대를 쌓아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김욱동 교수는 <녹색고전> 한국편 발간 당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간에게만 이로운 것을 찾으니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인륜가 궁극적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에코토피아'라고 주장했다. 에코토피아는 에콜로지(생태학)의 ECO와 유토피아(이상향)의 TOPIA를 붙여 만든 합성어로, 생태이상주의를 뜻한다.
저자는 "생태계에서는 해충도 잡초도 소중하다.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위기를 가져왔다"면서 "인간은 인간이 아닌 종이나 개체와도 더불어 살아야한다. 이러한 생태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세계가 '에코토피아'"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생태이상주의는 사회생태학과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생태학에서는 오늘날의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부터 회복시켜야한다고 얘기한다"며 "계급의 문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지 않고서는 환경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사회생태학의 관점도 맞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정과 부조리들도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기제 중 하나라는 얘기다.
<녹색고전>시리즈는 동서양의 고전과 사상을 김욱동 교수가 선별해 소개한 책이다. 서양편에서는 수메르의 서사시 <길가메시>를 필두로 자연의 지혜와 섭리를 사유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인간이 직면한 위기를 경고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자연의 경이로움을 노래한 조이스 킬머의 시 '나무' 등이 소개된다. 동양편에서는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노자의 <도덕경>를 필두로, 온갖 생명의 생성과 성장을 그려낸 장주의 <장자>,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타고르의 시 '바닷가에서'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