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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봉선지물버들길에서 만난 착한 달걀 ‘소소란’, 서천 박대수 유정란농장에 가다
유정란 ‘소소란’ 키우는 박대수 지부장
유정란 ‘소소란’ 키우는 박대수 지부장ⓒ도농더하기

‘봉선지물버들길’은 고적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굽이돌아 널찍하게 뻗은 호수와 헐벗은 나무들이 듬성듬성한 언덕 탓이다. 물속에 뿌리를 내린 물버들 나무가 신록을 내기 시작했다면 황홀하기 그지없었겠지만 겨울의 고적함을 물리치기에는 아직 날씨가 덜 풀렸다. 조금만 있으면 이곳에도 생명력이 꿈틀대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자연은 때에 맞춰 옷을 갈아입는다.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는 없다.

대신 이 일대는 독특한 생기로 넘쳤다. ‘봉선지물버들길’이 한눈에 보이는 둔덕에 자리 잡은 ‘벽오리농장’ 때문이다. 먹거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방송 <먹거리X파일>에서 ‘착한 달걀’로 소개돼 입소문을 탄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농장주 박대수 지회장과 농민회 활동을 같이 하는 주민들의 영향이 컸다. 2015년 11월에 열린 민중총궐기 때 이곳 농민들이 관광버스 수십 대를 대절해 상경했던 일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충남 서천군 마산면 벽오리에는 닭을 키우는 박대수 서천군농민회 마산지회장이 산다. 닭을 키운다고 하면 대부분 육계를 생각하지만 박 지회장의 농장은 질 좋은 유정란을 생산한다. 수탉과 암탉을 함께 방사해 자연 수정된 유정란 ‘소소란(브랜드명)’은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박대수 지회장의 농장에는 한 닭장 안에서 키우는 닭의 개체 수가 많지 않다. 개체수가 많으면 닭들이 살 공간이 줄어드니 유정란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무정란이나 유정란이나 영양적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닭에게 무엇을 먹이고, 닭을 어떻게 사육하며, 산란하는 닭들의 건강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걀의 상태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 지회장의 유정란은 최고의 품질이다.

단순히 개체수 때문만은 아니다. 닭에게 먹이는 사료가 가장 큰 이유다. 닭장 앞으로 다가가니 닭들이 구구거리며 먹이를 달라고 화다닥대며 달라 들었다. 먹이가 꽤나 입맛에 당기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 지회장의 양계장에서 쓰는 사료는 다른 양계장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GMO(유전자변형) 수입 사료를 전혀 섞지 않고, 항생제나 산란촉진제도 쓰지 않는다. 풀, 황토, 쌀겨, 청치, 밀, 조개껍데기, 석분, 콩비지, 현미, 밀 등으로 만든 국내산 천연사료만 먹인다. 유정란을 생산하는 암탉도 병아리 때부터 건강하게 키운다. 부화 후부터 현미와 대나무 잎을 먹여 내장이 튼튼한 닭으로 자라게 한다.

농장에서는 자연 양계에 대한 박대수 지회장의 철학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선 닭장 바닥은 고운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부리와 발톱으로 흙을 고르고, 흙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을 하면서 닭들이 놀게 했다. 산란실에서는 시시때때로 꼬꼬댁꼬꼬댁 소리가 났다. 알을 낳을 때 암탉이 내는 일성이다. 하지만 암탉이 알을 놓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산란실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암탉은 사람이나 주위 닭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알을 낳았다.

흙목욕을 하는 암탉, 가운데 하얀 닭이 수탉이다.
흙목욕을 하는 암탉, 가운데 하얀 닭이 수탉이다.ⓒ도농더하기

닭장 안은 닭의 습성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표본실 같았다. 닭의 습성을 존중한 양계의 기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육이다. 박 지회장은 서열이 엄격한 닭의 습성을 지켜주기 위해 횟대를 설치했다. 또 암탉 13마리당 수탉이 1마리 정도의 비율로 닭장을 채웠다. 수탉 한 마리의 가족이 서열에 맞춰 서로 무리지어 사는 동시에 수정율 또한 높이려는 의도다.

아옹다옹 사는 닭들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푸드덕 홰를 치며 목청을 뽑아 올리는 수탉이 가장 높은 서열이겠다. 이 수탉에 맞섰던 다른 수탉은 볏을 뉘인 채 달아나고 있었다. 몸이 크고, 벼슬이 높게 솟은 걸 보면 요란하게 몸을 흔들며 모이를 쪼아댈 것 같지만 서열 싸움에서 진 것인지 볏에서 피가 난다. 싸움에 진 수탉은 기가 죽고 몰골이 초라해지는 법. 이 수탉은 암탉에게 쪼임도 당하고 괄시도 받았다.

박 지회장은 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가 마을 이장도 맡고, 농민회 활동도 열정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성품을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닭들이 예민하게 반응해요. 닭장에 갈 때는 빨간색 옷이나 색이 강한 옷을 입지 말고, 큰 소리도 내지 않아야 해요”라며 유의사항을 일러줬다. 또 “밤에 불을 밝히지도 않고 온냉방 없이 자연의 온도로만 키워요. 닭들은 추우면 다 몸을 붙이며 자서 괜찮아요. 자연적으로 키우는 게 가장 좋아요”라고 말했다.

농장 사정은 그리 여의치 않아 보였다. 소비자들이 건강한 달걀은 선호하면서도 저가 유정란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실제 마트에 가면 GMO가 들어간 수입사료를 먹인 유정란이 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착한 달걀’을 생산하려는 노력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가격까지도 ‘착한 달걀’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이중 잣대라 할 수 있다. ‘착한 달걀’을 생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착한 달걀’의 가치를 알아주는 ‘착한 소비자’도 절실하다.

‘소소란’은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달걀 20개들이 한 상자에 11,000원이며, 배송료는 별도다. 하지만 5상자를 사면 배송료는 무료다. 주위 사람들과 1상자씩 나눠 먹으면 딱 좋은 양이다.

소소란 인터넷 주문하기

유정란 ‘소소란’ 키우는 박대수 지부장 부부
유정란 ‘소소란’ 키우는 박대수 지부장 부부ⓒ도농더하기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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