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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영화의 진실 그려낸 윤중목 영화평론집 ‘지슬에서 청야까지’
지슬에서 청야까지
지슬에서 청야까지ⓒ민중의소리

흥미로운 영화평론집이 출간됐다. 한국 영화의 ‘상업적 가벼움’에 일침을 날리면서 ‘시대와 영화의 진실’을 찾아 나선 저자 윤중목의 영화평론집 <지슬에서 청야까지>다. 이 책은 우리 영화계의 현주소를 짚어내면서 과도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물음표를 던진다.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천 만 관객 돌파가 영화 제작의 목표이고, 천 만 관객이 넘으면 당연히 좋은 영화라고 평가되는 현실을 곰곰이 되짚어보자. 그러면 이 책에 어떤 가치가 숨겨져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꼭 좋은 영화일까? 여태까지 영화 평론가들이 격찬했던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럼 이 영화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생각해보지 않아도 될 만한 어리석은 질문이다. 영화를 상업적, 비상업적이라고 나누는 것부터가 한심한 잣대다. 최근 일제 식민지 시절에 끌려간 위안부의 비참한 삶을 조명한 영화 <귀향>이 개봉됐다. 내용도 무겁고,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영화가 관객 수 3백5십만명을 넘겼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인가, 비상업영화인가? 사회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경우이지 이 영화를 애초부터 상업영화, 비상업영화라고 구분하는 것은 우둔하다.

모든 영화는 제작할 때 돈이 들어간다. 배우, 감독, 세트, 촬영방식에 따라 들어가는 액수가 달라질 뿐이다. 그런데 돈을 들여 제작한 영화가 개봉될 때 이런저런 이유로 비상업적인 영화로 분류된다. 개봉관 수도 달라진다. 돈이 되면 상업적 영화, 돈이 안 되면 비상업적 영화가 되는 셈이다.

어떤 주제와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던지 모든 영화는 상업적 성격을 띄고 있다. 모든 제작자, 감독, 배우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봐주길 바란다. 따라서 영화 제작자에게 이윤이 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요할 순 없다. 감독이나 배우나 스태프나 상업적 이익에 매달리는 것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영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홍보하고 입소문을 내는 마케팅도 폄훼할 게 못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난 뒤 ‘이게 뭐야’를 외칠지언정 인간은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물이다.

영화가 문화상품이라는 것에 이의는 없다. 문제는 평론이다. 평론은 이윤이 아닌 다른 부분을 짚어내야 한다. 관객의 취향을 고려할 필요도, 잘 팔리는 영화만 골라서 평론할 필요도 없다. 대중문화는 다분히 상업적이기 때문에 돈을 내는 관람객을 충족시키는데 복무한다. 평론가는 그것을 간파해서 영화의 자존심과 존엄성, 작품성과 메시징을 정확하게 끄집어내야 한다. 작품의 배경, 등장인물, 감독, 줄거리는 차치하더라고 영화 속에 내포된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사려 깊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도 발굴해야 한다. 요즘엔 영화를 상업적으로만 비춰보는 비평이 난무하다. 신문 기사도 영화의 내용보다 등장인물과 흥행에 맞춰 비중 있게 다룬다. 유명하지 않은 감독, 알려지지 않은 배우,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지 않으니 관객들도 외면하는 구조다.

<지슬에서 청야까지>는 저자가 평론가로서 해야 할 임무에 충실한 책이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인문씨, 영화양을 만나다>에서도 저자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영화와 인문학을 결합시켰다면 이번 책에서도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영화 행정가로서의 경험과 평론가의 사색이 중첩된 결과일 것이다. 특히 정치사회적 이슈나 시사 쟁점들을 정면에서 마주하면서 톺아보는 통찰력은 저자만이 가진 깊이이자 차별성이다.

이 책은 논리와 이성, 감성과 에로스가 적절하게 융합되고 얽혀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의 필력이 독자들에게 준 선물이겠다. 책의 구성도 단연 돋보인다. 독립영화의 현재를 가름하고 미래의 지평을 열어보는 기획논평, 주목할 만한 감독들의 단편영화의 가치를 논한 감상비평, ‘성실한 나라의 앨리즈’ 안국진 감독과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과의 감독열전, 한국 영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영화정책점검 등이 한 권의 책에 수록돼 여러 면에서 영화계 전체를 훑어보는 재미를 준다.

영화 평론을 가끔 들여다보면 비평각도도 너무 다르고 시대의식에도 차이가 났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평론은 가장 기탄없고 심미적이며 예리했다. 논리와 판단도 냉철했고 사회의식 또한 밝았다. 저자는 출판계에서 보면 훌륭한 저자일지 모르지만 영화계 입장에서 보면 의식 있는 평론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스타급 영화 평론가와 비교 불가한 측면이 있다. 전투적인 언어를 적시하면서 영화를 통해 오늘을 반추하도록 만들려는 투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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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윤중옥 영화평론집을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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