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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정말 비정상일까?
지형범 영재로드맴컨설팅 대표, 전 멘사 코리아 회장
지형범 영재로드맴컨설팅 대표, 전 멘사 코리아 회장ⓒ민중의소리

‘영재’라고 불리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진 않았다. 목표를 성취하는 데 아이큐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역사에서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대부분 영재의 천재성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요구에 따라 이뤄졌던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영재든, 영재가 아니든 누구나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으며, 영재가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그에 알맞은 교육과 사회적 환경이 요구된다.

지형범 영재로드맵컨설팅 대표도 상위 2%의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모두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능이 높아도 스스로 계발하지 않거나 주위의 도움이 없으면 남다른 두각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명문대학에 다니거나 의대, 치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멘사 회원 중에 10~15%정도다. 비율로 보면 80~90%가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아니다. 회원 중에는 학교생활이 순탄치 않고, 고등학교, 중학교 중퇴자도 많다. 심지어 초등학교 중퇴자도 있다. 공부와 담 쌓은 애도 있다. 만나보면 확실히 똘똘한 데가 있다. 남들이 보면 중요하지 않는 부분에 몰입해서 깊은 지식이나 재주를 가지고 있긴 한데 사회적으로 보면 성공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명문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우등생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기복을 타다가 짧은 시간 공부해서 성과를 낸 학생들이 많다.”

머리가 좋다고 다 잘 될까?
영재 컨설팅, 멘사 회원들을 위한 도움에서 시작

지형범 대표는 원래 영재교육전문가가 아니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리더로 일하던 IT 전문가였다. 지 대표가 영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업으로 발전시킨 계기는 책 '영재를 위한 안내서(guiding the gifted child)'을 읽고, 멘사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책을 번역해 소개하면서다.

“1980년 17살 소년 액버트가 자살했다. 부모들은 액버트가 어렸을 때 영민하고 똑똑했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 고민했다. 자기 아이는 죽었지만 도움이 되고자 그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았는데 없었다. 그래서 오하이오주 라이트대학의 제임스 웹이라는 박사를 만나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했고, 이런 아이들의 정서적인 문제, 또래 집단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를 나름대로 연구하는 집단을 만들었다. 이후에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잘 나가던 ‘필 도나휴 쇼’에 초대를 받고 출연해서 2~3년 노력한 것을 술회했는데 그 방송을 보고 2만여 통의 편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미국의 영재학회에서 그것을 몽땅 추려 분류작업을 했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수만 통의 편지를 정리한 책이다 보니 영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아이의 양육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가 많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멘사 코리아 회장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멘사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요약해 올릴까 하다가 자세하게 읽어보니까 귀담아 들을 얘기가 많은 것 같아서 한 꼭지씩 번역을 했다. 게시판에도 올리고, 아이를 키우는 거래처 사장한테도 참고하라고 이메일도 뿌렸다. 그 글들이 인터넷에서 돌고 돌다가 같은 것을 고민하던 한국 사이트에서 자문역할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온라인 활동이야 해드릴 수 있다고 해서 컨설팅을 시작했다. 나는 서울대 수학과 졸업하고 IT쪽에서 30년 동안 일했기 때문에 이런 쪽하고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나도 지능지수가 높았지만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았고, 우리 아이들 키우면서 생각하는 것도 있어서 자문역할을 몇 년 하다 보니까 영재를 둔 가족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800~900가족을 만났다. 그 뒤에 2008년도에 퇴직해서 조그만 오피스텔에 커뮤니티 가족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자주 만나고, 더 깊은 얘기를 듣다 보니까 생각보다 문제가 더 심각했다.”

지형범 영재로드맴컨설팅 대표, 전 멘사 코리아 회장
지형범 영재로드맴컨설팅 대표, 전 멘사 코리아 회장ⓒ민중의소리

우리 아이가 영재일까?
지형범 대표, 영재는 지능지수가 높은 아이

지형범 대표가 만나 상담했던 사람들은 영재일지 모르는 아이와 영재 그리고 이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우선 독자들과 함께 영재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 어떤 아이를 영재라고 불러야 하는지, 영재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아야 그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영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도 많다.

“영재라고 하면 천하영재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학술적으로 지능지수를 평가해서 2%되는 사람을 끊어서 영재라고 분류한다. 멘사의 기준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수가 적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몇 십만 명 중의 한 명이 영재는 아니다. 천하영재는 머리가 좋은 사람 중에도 갈고 닦은 엘리트다. 영재는 학술적으로 지적 잠재력이 크고, 특성이 다른 사람들이다.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다. 지능지수만 가지고 영재라고 하면 되겠느냐? 랜즐리 모델이라는 게 있는데 지능지수뿐만 아니라 과제 집착력, 창의적인 요소가 있어야 영재라는 견해다. 하지만 이런 점은 아이가 처해 있는 환경이나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분명히 잠재력이 있다면 영재로 보고 그 아이의 영재성을 유도하고 발달시켜야 하는 게 맞다. 다중 지능이라고 해서 공부가 아니어도 예체능에서 뛰어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아이도 영재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다. 영재에 대한 범위를 조금 더 넓혀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가 하면 조금 더 엄격하고 모든 게 구비가 된 것을 영재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굉장히 혼란스럽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뭐야, 영재가? 우리 아이가 영재라는 거야?’ 그럴 수 있다. 나는 많은 아이들의 지능검사를 해보고 멘사 회원들을 만나보면서 최초의 지능지수로 영재를 판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 100년 동안의 학술 자료와 이론 축적으로 보면 그렇다.”

또래와 잘 어울리고 있나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통 받는 아이

아이가 자라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또래에서 괴상한 아이 취급을 받기도 하고, 별스러운 질문을 불쑥 던져 어른들을 당혹케도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현실에 환멸을 느껴 삶을 저버리기도 한다. 아이에게 남다른 낌새가 감지되면 걱정부터 앞서는 게 부모들의 마음. 하지만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대처하기보다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만 한다. 처음에는 아이를 달래도 보고, 위로도 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새 인내심은 바닥나고, 아이를 다그쳐 빠른 시간 안에 바로잡으려 한다. 그래도 아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의 신변을 걱정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머릿속이 온통 어수선하고 혼란해진다. 그때서야 답답한 마음에 주위에 도움을 구한다. 이미 아이의 상처가 깊게 패인 후다.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중에서 아이가 각별하고 뛰어난 지능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소위 ‘영재’일 가능성이 높다. 영재라고 해서 모두 문제아로 불려서는 곤란하다. 보통 사람과 유난히 다른 점이 많아 그런 경향이 조금 더 높다고 봐야 옳겠다. 그에 따라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아이가 집단교육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겪는 게 첫 번째는 ‘지적 사막’이다. 학교 수업이 너무 지루한 것이다. 텔레토비 예를 든다. 머릿속은 중학생,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에게 텔레토비를 틀어주고 4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라면 몸살이 난다. 그래서 딴 짓을 한다. 낙서를 하거나 책을 가져와서 본다. 그러면 혼나고, 그것이 반복된다. 두 번째는 또래 아이들과 갭(차이)이 크다. 아이가 이해하는 단어는 고급 단어고, 몇 천 단어를 알고 있다. 또래 아이들과 얘기가 안 통한다. 체험학습을 간 적이 있었다. 끝나고 야외카페에 가서 노는데 어떤 아이가 자빠져서 ‘니가 나 밀었다.’고 징징거리더라. 2학년 아이는 ‘민 게 아니고 작용과 반작용이었어.’라고 말하더라. 민 게 아니고 당기다 놓쳐서 자빠졌다는 거다. 다들 못 알아듣는다. 아이는 그럴 때 소외감을 느낀다. 괜히 짜증나고. 책에 나오는 얘긴데 모르나 그러면서 자연스레 또래와 격리가 된다. 그런 애들이 3학년이 되면 많아진다.”

비정상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적극적으로 점검해보자.
신간 <영재성 바로 알기>,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

지형범 대표의 새책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 영재성 바로 알기
지형범 대표의 새책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 영재성 바로 알기ⓒ민중의소리

최근 지형범 대표가 남다른 말과 행동으로 고통을 겪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해 두 권의 책을 냈다. 하나는 <영재성 바로 알기>이고, 또 하나는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다.

<영재성 바로 알기>는 영재를 정확히 보는 시각을 알려준다. 우리 아이가 영재인지, 영재라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고민하기 전에 영재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기 쉽도록 이해를 돕는 책이다. 반면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는 부모의 영재 훈육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상담 사례를 통해 고민한다. 그는 두 권의 책 중에서 <숨겨진 영재성 발견하라>가 더욱 학부모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적 상황과 상담한 내용을 위주로 정리한 책이다. 쓸 때만 해도 순수하게 학부모들의 고통스러운 얘기를 듣는 위주로 했기 때문에 참고사항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운영 중인 다음카페 이든센터에서 몇 년 동안 경험이 축적되면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이 적응도 하고, 나름대로 어떤 분야에서 자기 능력도 발휘하고,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도 있고 하니까 확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도와주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도 높게 책을 썼다. 아이가 엄마와 있을 때는 잘 몰랐다. 엄마는 아이가 똘똘하고 빠른 것 같아 기대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가기 싫다고 하고, 담임선생님한테 애가 이상하다고 ‘병원에 데려가세요, 약 먹이세요.’라고 전화가 온다. 약을 먹어야 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일단은 보호해 줘야할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유아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따지면 10년 사이에 8~9만 명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학교생활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문제없이 리더십 발휘하는 아이는 난 관심 없다. 세상에 영재 프로그램은 많다. 내가 굳이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된다. 단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그런 특성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지능도 평가해보고, 실제 그런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점검을 해보자는 거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정상적인 아이가 아니라 잠재력이 있는 아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보고, 소개 받고, 쌓여 있는 노하우를 얻거나 커뮤니티에 참여하면 좋겠다. 책 뒤에 보면 우리 가족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글이 있다. 그런 것을 기본적으로 원한다.”

지형범 대표는 본인이 영재였다. 영재인 두 자식들도 키웠고, 수많은 영재 아이를 만나봤다. 그가 그동안 경험하고 고민하면서 정립해온 교육철학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서 부모들이나 교육기관들이 발전시키는 게 맞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재프로그램도 그렇고, 교육청이나 대학부설 영재원도 그렇고,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만 선발하니까 갭이 있다. 나는 조금만 동기유발만 되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멘사 회원들도 보면 능력이 있는 부분이 있다.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면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영재가 아니야, 가짜야 하면 많은 인적 자원을 매몰시키는 것이다.”

이동권 기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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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형범 영재로드맵컨설팅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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