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한국과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말을 매일 접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라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을 대신한다. 푸틴의 러시아는 독재적이고 매우 호전적으로 묘사된다.
러시아 언론 RT는 Neil Clark의 칼럼을 소개했다. 서방의 군산복합체들이 러시아의 위협을 과장한다는 것이다. 원문은 Follow the money trail for source of 'Russian threat' parano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서방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러시아의 위협”,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성”, “러시아가 폴란드,에스토니아,우크라이나,핀란드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등의 문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는 장롱 안에 갇혀있던 사람일 것이다.
러시아와 러시아가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우리를 지독히 겁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히스테리는 마치 사담 후세인의 치명적인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경고가 매일같이 들려오다가 결국 —놀랍게도, 아주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어진 이라크 전쟁 직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기 위해 거대하고 있어 보이는 지정학·국제관계학 가설들에 대해 수십 시간씩 토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사실 “돈을 따라가는 것”이 전부다. 이러한 유언비어를 통해 누가 금전적인 이익을 얻는지를 찾는다면, 진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기밀정보 전문 온라인 매체인 <더 인터셉트>는 이번 주 미국의 방산업자들이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소위 “러시아발 위협”들이 얼마나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러시아발 위협을 만들어내는 회사들
미국 방위산업체 중 7번째로 큰 “L-3 커뮤니케이션즈”의 부회장이자 예비역 미 육군 장성인 리처드 코디는 “옛날 냉전이 끝났을 때” 국방예산이 대폭 삭감 됐다고 한탄했지만, “다시 기승을 부리는 러시아”는 “국방비 증가가 이뤄질 것”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위산업체인 KBR의 CEO 스튜어트 브래디 역시 현 상황이 주는 “기회”에 대한 발언을 하며 코디 부회장과 비슷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러시아발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은 여러 싱크탱크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중 가장 강경한 로비스트들 — 아니, “싱크탱크”들 — 은 미국의 방위산업체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후원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인터셉트>는 Lexington Institute 와 Atlantic Council 두 싱크탱크를 예시로 들었다.
하지만 이들 두 기관보다 더 많은 기관들이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나는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Center for European Policy Analysis) 라는 “비정파적인” 미국 정책연구소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CEPA는 나토 동맹에 비판적인 (유럽의) “반체제적인 급진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실었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영문매체인 <스푸트니크>를 공격했다.
이렇게 “비정파적인” CEPA를 누가 후원할까? CEPA의 최근 후원자 명단에는 미국 국방부, 미 보잉사, 레이시온사, 텍스트론시스템즈사, 시코르스키항공사, 벨헬리콥터사, 그리고 록히드마틴사가 포함돼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난 수십 년간 중동에서 벌어졌던 것과 똑같다.
미국이 혼란을 만들고, 그 지역의 나라들을 혼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나라들에게 최신 군사장비들을 판매한다. 분명히 옳지 않은 돈벌이 수단이고, 마피아의 갈취수법을 모방한 모델이다. 무기 구입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들은 — 1990년대의 유고슬라비아 같은 나라들 — 폭격당할 가능성이 꽤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생각해보자.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을 뒤엎고 친미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기 위한 ‘정권교체 작전’에 수십억 달러를 썼다.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널랜드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가 — 우크라이나 독립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에게 쿠키를 나눠준 뒤에 — 제프리 파이아트 주 우크라이나 미국대사와 우크라이나의 새 지도자로 누가 좋고 나쁜지에 대한 대화를 했다는 소문도 있다.
크림 주민들이 예상가능하게도 미 국무부의 작전에 “No”를 외치면서 러시아 편입을 결정하자, 러시아는 갑자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공격자”가 되어버렸다. 미국은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작전이 우크라이나 내부 혼란을 일으키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미국이 작전을 실행한 이유였다!
“민주국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나토의 “방위”비를 크게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면 누구에게 가장 이득일까. 바로 미국의 방위산업체들이다.
나토를 비난하면 ‘크렘린 앞잡이’가 되는 이유
폴란드는 작년 55억3천만 달러 규모의 국방력 향상 프로젝트로 미국 레이시온사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에어버스사의 군용헬기 수입을 선택했다.
2014년 11월 러시아에게 “위협 당하는” 에스토니아는 미국으로부터 자블린 대전차 미사일 80기를 4천만 유로에 구입했다. 지난 2월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2020년까지 각종 무기와 장비 구입에 약 8억2천만 유로를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채플린이 1947년 그의 블랙코미디 영화 <무슈 베르두(한국어명 “살인광시대”)>에서 말했듯이, “전쟁, 갈등, 이 모든게 다 사업 아이템”인 셈이다.
어떠한 객관적 기준으로도 지금 유럽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러시아 접경지역에 군 부대와 병사들을 배치하고 있는 나토이지, 러시아가 아니다. 하지만 이 점을 지적하거나 나토 동맹의 끈질긴 “드랑 나흐 오스텐(독일어로 “동부에 대한 갈망”, “동부로의 전진” 등의 의미를 가진 19세기 독일 민족주의운동의 모토로, 독일 확장을 위해 슬라브 민족의 땅을 점령한다는 개념/편집자주)”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화친파”, “크렘린 앞잡이” 등의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런 비난은 자신의 이익을 위협받는 미국 방위산업체들과 긴장감이 높을수록 금전적 이득을 얻는 이들로부터 나온다.

나토와 러시아에 대한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의 최근 발언 — 아주 합리적인 발언이었다 — 때문에 그가 받은 신경질적인 공격들을 생각해보자. 코빈 대표는 당대표 선거 TV토론회에서 “총리가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에 의한 나토 회원국의 주권 침해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그런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막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국경선을 준수하도록 요청하고 또 그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좋은 대화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 비무장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양쪽 국경 사이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위험만 증가시킬 뿐이다. 지금 이 순간만 해도 이미 냉전 시대와 똑같아 보인다. 우리는 러시아와 계속 교류해야 하고, 위험이 현실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지역 비무장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난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전쟁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온라인 매체 <더 카나리아>의 칼린 하비는 “세상의 수백만 사람등레게 있어 코빈의 이러한 반전 입장은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힘의 정치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이 수익성 좋은 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코빈의 비전은 재앙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코빈은 수 없이 많은 전쟁 로비스트들에 의해 “위험한 극단주의자”로 그려진다. 만약 다른 서방 지도자가 그를 따라 대결과 전쟁 대신 군비경쟁 완화와 대화를 추진한다면 방위산업의 수익은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의 경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대한 경고를 처음 한 것은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 “그것이 자발적이든 아니든, 군산복합체들의 부적절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어느 누구도 2차 세계대전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 출신이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빨갱이”나 “크렘린 앞잡이”로 몰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시절보다 훨씬 나쁘다.
네오콘들은 권력의 중심을 장악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관심사는 돈이 전부다. 데탕트, 즉 1970년대 소련과의 화해무드를 앞장 서 반대했던 미국의 정치인 헨리 잭슨은 — 확실한 이유로 — “보잉사를 위한 의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30년 후, 헨리 잭슨 의원의 이름을 딴 싱크탱크인 헨리잭슨소사이어티의 첫 미팅에서, 참석자들은 세계적인 반전 학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가 스레브레니차 학살(1995년 보스니아 내전 중 벌어진 스레브레니차 지역의 보스니아 주민 약 25,000~30,000명이 학살된 사건/편집자주)을 “부인”했다는 중상모략을 퍼트릴 계획에 대해 토론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옛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군산복합체들과 결탁한 전쟁광들이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이는 행위가 허용되는 현 상황을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할까. 다음 번에 “러시아 위협”에 관한 기사나 방송 — 왜 나토가 그 위협에 대항해 방위예산을 인상해야하는지 주장하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 을 볼 기회가 있으면,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만 찾으면 된다.
그러면 뒤에 누가 있는지 보일 것이다.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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