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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2년 12월생 만평 작가? ‘그래요 박현희 작가’
박현희 작가
박현희 작가ⓒ민중의소리

요즘 청춘들을 보면 가끔 니힐리즘과 시니시즘의 포로처럼 산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과 부조리, 차별이 넘쳐 나는 사회가 안겨 준 선물(?)이겠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속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힘이 쭉 빠진다.

삶이 무료할 땐 가끔 사람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특히 씩씩하고 활기 돋우는 청춘과의 만남은 큰 기쁨이다. 큰 수술을 받을 때 불가피한 수혈과 비슷하다. 재깔대며 웃고 나면 한층 건강해지는 듯싶다. 생명력이 충전되는 느낌이랄까.

우월감에 사로잡혀 당돌하게 ‘자신만만’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청춘은 별로다. 그냥 식상하다. 오히려 내향적인 소극성에 오는 머뭇거림이 더 믿음직하다. 남다른 배경과 스펙 따위에는 눈곱만큼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완강하고 두터운 결의도 한낱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담스럽다.

오랜만에 건강하고 야무진 청춘을 만났다. ‘냉소’와 ‘허무’가 인정마저 삼켜버린 간국을 당차게 헤쳐 나가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알알이 통통 여물어 올찬 벼 이삭을 닮았다. 여러 군데 봉사도 다닌 것 같고, 팔뚝질도 가끔 하는 것 같은데, 무엇보다 92년 12월생 만평 작가라는 게 놀랍다. 나이라는 게 지적인 기준이나 평가의 경계가 될 순 없지만 통념을 살짝 벗어난 이력이다.

이 청춘의 이름은 박현희. 정확하게 소개하자면 박현희 <뉴스Q> ‘만평’ 작가다. 박 작가는 직접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니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만평이라고 하면 ‘땅이 만 평이나 있느냐? 한 평에 얼마냐?’고 다짜고짜 묻는 청춘이 있다. ‘급’ 우울과 ‘급’ 웃음이 목젖을 강타한다. 으아~.

무식하다고만 얘기할 수 없다. 현실이 그렇다. 뉴스는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해서 보고, 만화는 포탈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웹툰밖에 본 적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만평’은 사회를 풍자하고 비평하는 만화다. 과거에는 네 컷짜리 만평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한 컷짜리이며, 아니면 컷 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메시지를 담아낸다. 박현희 작가는 주간 한 컷짜리 만평을 그린다.

만평 작가는 세상사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석하는 비평가다. 한편으로는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보는 맛을 당겨야 하니 그림 솜씨도 필요하고, 전두엽을 자극하는 센스, 진지함을 파괴하는 눈치도 타고 나야 한다. 전천후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연륜이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다시 얘기하지만 ‘나이’가 판단 기준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약간의 세상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말이니 청춘들은 흥분하지 마시라.)

재주가 있어야 만평 작가가 되는 건 당연하고, 그 다음은 우리 사회에 어떤 얘기를 던지고 있느냐는 건데, 그건 작가마다 다르다. 태극기를 휘날리기도 하고, 촛불을 들기도 하고, 삽질을 하기도 하고,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도 한다. 예상대로 박현희 작가가 손에 쥔 것은 촛농을 뚝뚝 떨어뜨리며 활활 타오르는 촛불이었다.

“모르고 지나치거나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그것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것들이 모여서 내가 사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이게 맞아? 내가 생각한 게 맞아? 라는 질문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박 작가는 자기가 꺼내 놓는 이야기들 때문에 속이 탄다. 만평이 주는 극적인 효과와 흥미, 메시징에 부족함이 없는지 매번 의문이다. 이를 테면 “나조차도 정리가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판단과 창작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기도 하고, 많은 자괴감을 동반”하는 순간과 마주친다. 스스로 엄밀한 논리력과 명석한 분별력이 있는지 항상 성찰하고 있다는 얘기겠다. 뿐만 아니라 아주 근원적인 고민,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눈물을 펑펑 쏟아낼 정도로 슬플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역신문이다 보니, 지역 활동을 다루는 기사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지역의 이야기를 해야 해서, 그런 게 힘든 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다. 사회 현안들을 좀 더 부지런하게 지나치지 않고 빨리 빨리 그려냈으면 좋겠는데, 내 스스로가 삶에 치여 욕심대로 다 그려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또 그림을 그릴 때마다, 보는 사람에게 늘 평가받는 느낌이 들어 괴로움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나 혼자 그랬다. 꼭 <뉴스Q>가 아니어도, 누군가와 협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거 같다. 개인 그림이면 ‘나 이렇게 그리는 사람이야.’ (하지만) 지금 이거는 그런 게 아닌 거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다. 박현희 작가는 만평을 그리면서 분명 ‘화가’ 혹은 ‘작가’로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했고, 자신만의 그림체를 완성해가는 과정에도 놓여 있다. 앞으로 ‘뭐’가 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1년의 연재 기간 동안에도 표현 방법과 재료를 달리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직도 실험단계라, 뚜렷하게 굳어진 그림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사실 전달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하는 그림에 가깝다고 본다. 만화나 기존 만평처럼 말풍선이 걸리거나 비아냥대고 비꼬는 내용보다는, 그 사건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도리, 가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그림이다. 투박하고 문을 두드리는 느낌, 바로 보고 알아볼만 한 그림보다 좀 더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지금부터는 박현희 작가의 만평을 볼 시간이다. 이 그림들이 마음에 꽂혀야 원화가 보고 싶다는 욕구도 일 것이다. 말 나온 김에 잠시 소개 좀 하고 넘어가겠다. 2016년 6월부터 <뉴스Q>에 연재됐던 박현희 작가의 만평 원화가 오는 7월 4일부터 10일까지 수원 화성행궁 행궁길갤러리에서 소개된다. ‘짬짬짬’이 필요하다. 수원에 갈 일이 있다면 잠깐 짬 좀 내면 좋겠다.

박 작가에게 여태까지 <뉴스Q>에서 소개됐던 만평 중 베스트3을 꼽아달라고 했다. 이 부탁 자체가 약간 ‘실례’이지만, 한정된 지면과 압축된 기사에 모든 만평을 소개할 수도 없으니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만평연재를 약속하고 처음 그린 작품. 여러 번 연습 해 그리면 처음의 그 느낌이 안 산다는 생각에 원샷원킬로 그려내는 버릇을 만들게 된 작품이다. 대부분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내가 앞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처음으로 안겨주기도 했다.
만평연재를 약속하고 처음 그린 작품. 여러 번 연습 해 그리면 처음의 그 느낌이 안 산다는 생각에 원샷원킬로 그려내는 버릇을 만들게 된 작품이다. 대부분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내가 앞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처음으로 안겨주기도 했다.ⓒ민중의소리
박근혜 국정농단을 언급하지 않고 지난 2016년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구상에 대한 고민 끝에 마트에 가서 ‘후라보노’ 껌을 직접 사, 씹으면서 그렸다. 누구의 대통령도 아닌, 누구의 여자도 아닌, 누구의 딸도 아닌 그녀가 불쌍하면서 분노하고 슬펐던 날들이었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언급하지 않고 지난 2016년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구상에 대한 고민 끝에 마트에 가서 ‘후라보노’ 껌을 직접 사, 씹으면서 그렸다. 누구의 대통령도 아닌, 누구의 여자도 아닌, 누구의 딸도 아닌 그녀가 불쌍하면서 분노하고 슬펐던 날들이었다.ⓒ민중의소리
세월호사건은 지금의 나를 이루는 정서의 근간이 되는 사건이었다. 수 년이 지나 배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허무감과 당혹감에 몸서리쳤다. 어느 누구도 ‘그냥’ 태어나거나 ‘그냥’ 죽을 순 없다.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월호사건은 지금의 나를 이루는 정서의 근간이 되는 사건이었다. 수 년이 지나 배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허무감과 당혹감에 몸서리쳤다. 어느 누구도 ‘그냥’ 태어나거나 ‘그냥’ 죽을 순 없다.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민중의소리

박현희 작가의 그림은 이제 좀 알겠고, 일상이나 다른 활동들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일주일 내내 <뉴스Q> 만평만 고민하지도, 날마다 띵까띵까 놀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창조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청춘도 아니고, 등골뼈가 휠 정도로 과격한 육체노동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형편도 아닌 듯싶다. 그저 알고 싶다는 생각이 지나치다보니 이것저것 상상력이 배가 된다.

“고향 문경지역과 지금 사는 수원지역에서 벽화봉사활동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수원청년회 사무국장이다. 생존과 내 가치가 서로 배치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청년들이 자기 삶 외에도 무언가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예술소모임 등을 주최해 왔다. 정당 활동은 흙수저당 활동을 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만평을 하면서 몰랐던 것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집회를 나가도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알리고,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어떤 사안이든,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활동을 했다. 내가 살아가는 삶만 살고,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가치 있는 것,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근데 또 궁금한 게 생겼다. 이 똘똘한 청춘이 꿈꾸고 있는 미래 말이다. 도전에는 항상 위험과 모험이 따르니 “힘겹다.”고 하면 넋두리고, “힘내라.”고 하면 하나마나한 응원이다. 도움을 주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을 바에는 옆에서 열심히 지켜봐주고 관심 가져주는 게 최고다. 그래, 그걸 하려고 도전 과제를 물었다.

“바리스타 자격증,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등등...제대로 해 보고 싶은 건 많다. 궁극적으로는 창작자들의 예술 공간, 작업 공간을 만들고 싶다. 글을 쓰든, 음악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그들 크리에이터들의 공간. 나에게 오는 시간과 기회가 늘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부족하지만 늘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박현희 작가
박현희 작가ⓒ민중의소리

이동권 기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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