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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즐거움 찾는 행복의 담금질, 정현진 신작 ‘1장 1단’
정현진 산문 사진집, 1장 1단
정현진 산문 사진집, 1장 1단ⓒ민중의소리

매일매일 인간은 파괴된다. 자연재해로 순식간에 소멸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마모된다. 인간은 도시의 거대한 아파트처럼 수명이 다한 뒤 튼튼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 송장이 되면 그뿐이다.

그러한 숙명에서 일상의 즐거운 단면을 맛보지 못하고 사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은 없다. 고통이 따른다고 해도, 가족이나 사회를 위한 자기희생에서 즐거움을 찾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손사래다. 행복이나 쾌락의 의지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의지다. 그것 또한 도시의 거대한 아파트처럼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톨스토이는 소설 <카자흐>에서 인생을 이렇게 정의했다. 인생은 어쩌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의 즐거움을 찾는 것, 그 자체다.

정현진 작가는 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일까?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행복을 찾는다. 행복에 객관적인 조건이란 없다. 주관적 의식에 따라 행복도 달라지는 법이다. 그에게 있어 사진은 그런 대상이다. 사진찍기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정 작가의 신작 <1장 1단>은 그가 '인간 본성의 즐거움'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삶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구축된 생각과 태도를 사진이라는 도구로 풀어낸 책이자 "멀리 있는 것보다는 가까운 것에, 바라볼 대상보다는 바라보는 내 마음에, 남들과 같은 이야기보다는 나만의 이야기"에 파고들어 탈고한 유희의 결정체다.

'1장 1단' 산문 사진집 낸 정현진 작가
'1장 1단' 산문 사진집 낸 정현진 작가ⓒ민중의소리

정현진 작가의 산문 사진집 <1장 1단>이 발간됐다. 전작 <아타락시아>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정 작가는 <아타락시아>에서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해서 보이지 않았던 풍경을 기록했다. 이를 테면 마른 풀 잎사귀나 바람을 타고 훨훨 떠다니는 민들레 홀씨, 수척해 보이는 중년 남자의 뒷모습 같은 이미지를 포착해 독자들에게 삶의 여유를 선사했다.

신작 <1장 1단>도 <아타락시아>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봐왔을 일상의 장면들을 애써 건졌다. 오선지처럼 늘어진 전깃줄이나 쓰러질 듯 기울어진 전봇대, 저수지 둑방길 난간에 서 있는 사람 같은 삶의 빈틈을 찾아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1장 1단>은 <아타락시아>보다 이야깃거리가 많다. 달달하고 아련한 사담부터 관계나 시선에 천착한 사색, 일률적이고 배타적인 현상을 불편해하는 솔직함까지, 여러 사람들과 밤새도록 나누고 싶은 생각들을 모두 글로 옮겼다.

<1장 1단>은 '따뜻한 손' 같은 책이다. 추운 겨울 꽁꽁 언 손을 꼭 잡아주던 친구 같은 사진집이다. 이 책은 '대놓고 고맙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배려'가 주는 만족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매일매일 일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냉철한 이성을 서서히 허물면서 감성을 샘솟게 할 것이다. 마치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잠시 쉬어가도록 자리를 내주는 휴식처처럼.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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