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기'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지극히 사적인 '언니, 동생' 관계가 국가 시스템 위에 군림하며 국정을 지휘하고, 장관을 바꾸고, 기업 돈을 갈취했던,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그러나 이 사건은 전대미문의 해괴한 일이 아니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같은 사건은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진령군이라고 불리는 명성왕후의 비선실세 이성녀의 국정농단이다.
무당 이성녀는 궁에서 흥선대원군을 피해 도망쳐 나왔던 명성왕후가 궁에 다시 들어갈 것을 예언하면서 신임을 얻은 뒤, 진령군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진령군은 왕과 왕비의 총애를 배경으로 온갖 권세와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구한말 대한민국을 안팍으로 위기에 빠뜨렸다.
진령군의 국정농단을 겪은 이 나라에서 또다시 최순실 국정농단이 벌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재현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역사를 기억하지 못해서다. 결국 국정농단은 수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게 만드는 '생고생(?)'을 불렀다.
부정한 권력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교훈 삼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제3의 국정농단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바로 책 '진령군, 망국의 요화'를 읽어야 할 이유다.
구한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진령군의 국정농단을 다룬 소설 ‘진령군, 망국의 요화’가 출간됐다. 이 책을 펴낸 임나경 작가는 "다시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아픈 100여 년 전의 역사를 복원했다"면서 "역사가 주는 경고를 잊지 않는 게 이 땅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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