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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상곤 작가, ‘결핍’이 주는 ‘생성’의 광합성
작품 오필리아의 연못 앞에 선 정상곤 작가
작품 오필리아의 연못 앞에 선 정상곤 작가ⓒ예술가방

메말라버린 마음속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그림이다. 매우 느린 템포의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을 감은 채 깊은 사색에 빠져 있는 인간의 모습도 연상된다.

상처 자국 하나 없이 매끈한 것 같지만 폭우에 쓸려 간 자리처럼 삭삭거리는 풍경. 시련과 아픔, 결핍을 겪어보지 않는 것들을 어찌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결핍이 만들어 낸 생성의 에너지

낯설지 않은 이미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조용하고 가뿐한 빛을 띠고 있었으나 신중하고 애절한 기색도 역력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보았던 풍의 그림. 정상곤 작가의 작품이었다.

정상곤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마른 잡풀들이 파릇파릇한 새 생명으로 탈바꿈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 작가의 의도는 반대다. 생성해 가는 이미지라기보다는 소멸해 가는 이미지에 가깝다. 총천연색 풍경에서 레이어를 한 장, 한 장 제거한 형상이다.

거기에는 예술에 대한 그의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정 작가는 "음악을 자주 듣는데, 악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로 연주되느냐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느냐에 따라 귀가 다르게 자극됐다"면서 "그것이 더 예술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정상곤 작가는 판화 작업에 전념하다 10여 년 전부터 '소통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페인팅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대학로에서 열린 '결핍의 풍경'전에서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발표했다. 이전 판화 작업들이 줬던 흐늘거림과 같은 맥락의 감동과 자극을 전하는 작품이었지만 확연히 구별되는 뭔가가 있었다.

질감이었다. 재료와 색의 변화가 주는 질감도 있었지만 유연함, 자연스러운 흐름이 주는 질감. 부드럽고 가볍지만 두툼하고 올찬 표현력이 주는 질감의 영향이 컸다. 물과 진흙을 절묘하게 조합해야 훌륭한 질감의 도자기를 구워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미술판을 20년 넘게 기웃거린 경험에서 비춰보면 정 작가가 재료와 화풍의 전환을 시도한 것은 또다른 기회와 보람을 선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전시장 가득 채운 클래식 음악의 향연

정상곤 작가가 봄을 맞아 개인전을 열었다. 삶에 대한 깊은 이해, 재료에 대한 사색, 기술적인 노련함을 두루 겸비한 작품들이 소개되는 전시다. 전시에는 봄이라는 계절의 특성에 맞게 초록빛 기운이 가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며, 가구작가와 협업한 과거 판화작품도 구성에 포함됐다.

정상곤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신사동 아트살롱 '예술가방'에서 열린다. 전시장에는 클래식 기획자가 정상곤 작가의 작품에서 보고 선정한 클래식 음악이 함께 연주돼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아울러 오는 30일에는 '봄'을 주제로한 비발디, 베토벤, 피아졸라의 피아노 퀄텟 퍼퍼먼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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