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평생을 농업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서울대 농경제학교를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국 EWC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농림부 장관과 상지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환경정의 이사장,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 공동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환경운동가이자 친환경 유기농업, 남북평화 시민운동의 대부가 됐다. ‘농업이 없는 나라,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금까지 농업을 지키기 위해 살고 있다. 올해로 여든이 된 김 전 장관은 얼마 전 ‘농은 생명이고, 밥이 민주주의다’를 출간했다. 평생을 농업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그는 이 책에서 국민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유전자조작식품(GMO)이라며 “죽음의 밥상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밥상은 어떨까?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3%대에 불과하며, 옥수수의 자급률은 4%, 콩의 자급률은 32%밖에 되지 않는다. 식품으로나 가공식품 재료로, 사료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와 콩의 자급률이 이렇게 낮으니 부족한 양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 대부분이 GMO다. 다국적 농업·식품기업은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보기에 GMO의 안전성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한국의 독자적인 실험연구 결과도 없다. 그는 또한 GMO의 안전성은 GMO 자체가 인체에 무해한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GMO는 대부분 제초제와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즉, 농사를 지으며 마음껏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려도 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뿌려댄 제초제와 살충제가 작물을 통해 인체로 흡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이런 수입 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낮은 식량자급률에서 파생되었으며, 식량자급률의 문제는 농업·농촌·농민, 즉 3농이 처한 열악한 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농업이 망가진 상황에서 농촌에 활기가 있을 수 없고, 활기가 사라진 곳에서 농민의 삶의 질이 높을 리 없다. 이렇게 농민이 농촌을 떠나면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혹자는 모자라는 식량은 수입하면 그만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도, 3농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없는 단견이라고 김 전 장관은 단언한다.
그가 ‘농민을 살리고 농업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윤 논리에 의해 농업과 농촌을 방치함으로써 잃을 것이 너무나 많고, 그렇게 잃은 것은 다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농촌의 비교역적 가치, 즉 종 다양성 보전, 환경과 전통문화 보전, 생태계 보전, 국민의 휴양 및 체험 공간 제공 등 돈으로 따질 수 없으며 도시민을 비롯해 전 국민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바로 농업·농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를 가꾸고 보전하는 주체가 바로 농민이니, 그런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농업 정책을 입안하고 실시하는 것이 바로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여든을 맞은 그가 인생의 황혼기에 안전한 밥상을 강조하며 ‘농이 생명이고, 밥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한다. “선량한 우리 서민의 안전한 밥상을 지키는 일은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지금도 아파트 옥상에서 쿠바식 상자농법으로 유기농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식품(GMO) 반대 운동에도 퇴임은 없다. 매달 프레시안과 ‘한국농정신문’에 칼럼을 통해 ‘나 홀로 시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역시 내 천직은 시민운동이다. 이 책 역시 그 일환이다. 2014년에 축간한 ‘워낭소리, 인생 삼모작의 이야기’의 후속편이다. 이름하여 ‘밥이 민주주의이다!’ 돈의 권력으로 인해 현재 한국인의 밥상과 먹거리 안전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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