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족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왜 우리 민족이 분단조국의 현실을 깨고 통일을 이뤄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 출간됐다.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소설과 판화로 엮은 책 「칼로 새긴 장준하」다.
장준하 선생은 일본군에서 탈출해 광복군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해방 후에는 <사상계>를 출간해 이승만 정권을 정면에서 비판했으며, 박정희 정권 때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유신에 반대하다 아홉 번 감옥에 갔다. 장 선생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통일을 지상 최고의 사명으로 여기고 통일운동에 매진하다 1975년 의문사했다.
장 선생은 통일의 주체로 민중을 내세웠다. 남한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빈곤과 억압에 신음하는 절대 다수의 민중이 통일을 바라며 이들이 걱정 없이 사는 세상, 이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분단현실을 꼭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준하 선생은 함석헌 목사가 발간한 <씨알의소리> 1972년 9월호 ‘민족주의자의 길’이라는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모든 통일은 좋은가? 그렇다. 통일 이상의 지상명령은 없다. 통일은 갈라진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민족사의 전진이라면 당연히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그 속에 실현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물론 민주주의, 평등, 자유, 번영, 복지 이 모든 것들에 이르기까지 통일과 대립되는 개념인 동안은 진정한 실체를 획득할 수 없다.'
장준하 탄생 100주년 기념
판화 134장과 함께 보는 소설집 「칼로 새긴 장준하」
「칼로 새긴 장준하」는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 했던 1975년으로 돌아가 그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군사쿠데타의 본산인 과거 보안사의 악행을 현실로 소환한다. 또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엮어 그의 위대한 삶을 추적한다.
글은 본지 이동권 기자가 썼다. 이 기자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밥줄이야기」, 1991년 5월 투쟁의 꽃 「강경대 평전」 등을 썼다.
「칼로 새긴 장준하」에는 판화 134장이 실려 있다. 이동환 화가는 생전 장준하 선생의 얘기처럼 스스로 ‘못난 선배가 되지 말자’는 바람으로 판화 작업을 감행했다. 스케치북을 꺼내들고, 연필을 쥐고, 조각칼을 잡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134장의 대서사를 목판에 새겼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이미지를 도상화 하고 이를 예리하게 칼로 새겨 찍어낸 목판화의 맛 또한 만만치 않음을 일찌감치 알고 있던 터였는데 이번에 새삼 이동환 화가의 흑과 백으로 조율된 힘찬 목판화를 다시 접하게 됐다"면서 "더구나 특정 역사적 기록을 소재로 삼아 이를 연속적인 서사로 엮어낸 역작으로서의 의미가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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