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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 일대기 엮은 이동환 화가 목판화전 ‘칼로 새긴 장준하’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작업실 벽면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작업실 벽면ⓒ민중의소리

이동환 화가의 작업실 벽면에 수십 장의 목판화 작품들이 촘촘하게 얽혀 붙었다. 안하에 펼쳐진 작품들은 황홀하다기보다는 일대 장관이었다. 흑백의 실경은 커다란 창으로 스며든 채광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만들었다.

뻣뻣하게 풀 먹여 곱게 다린 삼베 적삼이 생각났다. 대마의 껍질을 벗기고 삼은 뒤 베를 짜는 과정은 상당한 노동력과 기술 숙련도가 필요하다. 칼끝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쏟지 않으면 탄생할 수 없는 목판화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드로잉하고 음영을 따져가며 칼로 공교히 파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장인정신이 뒤따라야 한다.

장준하 선생의 삶으로 오늘날을 되돌아보고
아름다운 것만이 미술인지 성찰하다

이동환 화가가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134장의 판화로 엮었다.

그는 '한창 국정교과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던 그 무렵, 세월호 사건 이후 무기력에 빠져 있던 자신에게 작은 위안'을 준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목판에 새기며 마음의 중심을 잡았다. '스케치북을 꺼내들고, 연필을 쥐고, 조각칼을 잡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3년여의 시간을 판화 작업에 매달렸다.

이동환 화가의 목판화 작품들은 아주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이제는 주위에서 쉽게 목판화를 찾아 볼 수 없는 까닭에 낭만적인 호기심도 불러일으켰다.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은 물론이었고, 판화에 대한 그의 고귀한 열정까지 감지되면서 촉촉한 감동을 가슴속에 들어차게 했다.

목판화는 중국 사상가 루신의 판화운동이 한창이던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민중미술에서 아주 중요한 매체였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에 과도하게 잠식되면서 미술시장이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편중됐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아름다움이 중심이 아니다. 그는 민족 정서와 시대 정황을 철저하게 실증하면서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민족의 선각자 장준하 선생의 삶을 통해 오늘날을 되돌아 보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름다운 것만이 미술인지 함께 성찰해 보자는 것이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새삼 흑과 백으로 조율된 힘찬 목판화를 다시 접하게 됐다"면서 "(이동환 화가의 작품은) 특정 역사적 기록을 소재로 삼아 이를 연속적인 서사로 엮어낸 역작으로서의 의미가 무척 크다"고 말했다.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목판화, 철조망 너머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목판화, 철조망 너머ⓒ민중의소리

이동환 화가의 목판화전 '칼로 새긴 장준하'
8월 22일부터 9월 6일까지 안국동 아트비트갤러리에서 전시

장준하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동환 화가의 '칼로 새긴 장준하' 목판화전이 오는 22일부터 아트비트갤러리에서 2주 동안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장준하 선생이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학도병으로 끌려가는 이야기, 감옥 같은 일본군에서 탈출한 뒤 6천리를 걸어 광복군이 된 이야기, 해방 이후 어지러운 한국 사회를 겪은 이야기, 숙적 박정희와 맞서다 1975년 8월 17일 약사봉 계곡에서 의문사하는 이야기 등이 134장의 판화로 소개된다.

이와 함께 이동환 화가의 작품이 실린 소설책 '칼로 새긴 장준하'도 전시장에서 읽어볼 수 있다. 「칼로 새긴 장준하」 구입하기

이동환 화가는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곳'이라는 광고 문구도 있듯이 잊힌 시간 속의 소중한 가치를 조금이나마 되새겨 보고자 '칼로 새긴 장준하' 전을 마련했다"면서 "평생을 뜨겁게 살아왔던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는 미래의 주역들에게 과거의 고난이 현재의 열정으로, 현재의 노력이 미래의 가치로 나아가는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환 작가의 목판화전은 중국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그는 2017년 북경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를 비롯해 북경 C+space gallery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중국 미술학도들에게 판화설명회도 개최했다.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목판화, 탕~ 옥수수밭으로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목판화, 탕~ 옥수수밭으로ⓒ민중의소리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목판화, 활활 타오르다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목판화, 활활 타오르다ⓒ민중의소리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
칼로 새긴 장준하, 이동환 화가ⓒ민중의소리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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