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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마을에서 건진 삶의 따사로움, 정세훈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정세훈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표지
정세훈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표지ⓒ민중의소리

아빠의 사진

무엇이 좋은지 모두 웃고 있다
땀이 뻘뻘 나는 여름인데
시커먼 기름때 묻은 겨울 작업복
무릎까지 걷어 부치고
팔꿈치까지 걷어 부치고
껄껄껄 모두 즐겁게 웃고 있다
공장마당 구석 쓰레기장 옆
검게 그을린 라면 냄비 끼고 둘러앉아
소주잔 마주 들고 함빡 웃고 있다

직업병을 얻어
오랜 기간 병과 싸우고 있는 아빠가
가장 아끼는 아빠의 사진

- 아빠의 사진 (정세훈 동시집『공단 마을 아이들』 중에서

공단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존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낸 정세훈 시인의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정신적, 물질적 풍요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현대인들에게 우리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이 책은 다수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지금, 여전히 우리 사회 소수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은 이웃이 버린 소파를 주워 앉는다고 놀림을 받고, 왜 집이 없냐는 친구의 말에 뭐라 대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잘 안다. 어쩌다 얻은 엄마 아빠의 휴무 날에 가는 나들이, 아빠 월급날 먹기로 한 통닭, 반찬 없는 밥이라도 엄마와 함께 먹는 밥은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는 순간이다.

이보다 무엇이 더 따스할 수 있을까.

박일환 시인은 "공단마을 아이들도 이제 동시나라의 어엿한 일원이 되었으니, 무엇보다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면서 "괄호 속에 갇힌 부호처럼 꽁꽁 숨겨져 있던 봉인을 정세훈 시인이 조심스레 풀어헤친 다음 동시라는 옷을 입혀 주었다"고 평했다.

이동권 기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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