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고용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정규직은 고용주에 의해 직접 고용되고 계약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으며 전일제 노동을 한다. 반면 비정규직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한시적으로 근로관계를 맺는 모든 비조직화된 고용형태를 말한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비정규직 등이 모두 비정규직에 포함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고용형태는 이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으니 결혼이나 출산같은 계획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불안정한 고용은 어떤 불이익에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만든다. 위험한 업무가 주어져도 거부할 수 없다. 재계약에 문제가 생길까봐서다. 승진도 없으니 십 년을 일해도 이십 년을 일해도 월급의 변화가 없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32. 5%라는 것이다. 한 집안에 경제활동인구가 세 명이라면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비정규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비정규직의 문제는 결코 담 넘어 남의 집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고사 소식이 있거나 해야 주목을 받는 정도이다.
이번에 출간된 ‘세상을 바꾸는 2%’는 공공부문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공기관의 청소노동자부터 환경미화 노동자, 공항의 주차징수 노동자, 아이돌봄 노동자, 아동복지 노동자 등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새벽을 가르며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 노동자의 뚝심있는 인생 이야기, 노조의 ‘노’자도 몰랐던 요양보호 노동자의 눈물겨운 노조 결성기,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일하는 88만원짜리 아동복지 노동자의 일상,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청소와 요양보호 투잡을 뛰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치열하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평범해서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불평등과 열악한 근무조건은 일반적으로 잘 안 알려져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형태가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고용과 업무에 관한 정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도 많으며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88만 원을 겨우 받는 아동복지교사들은 교통비도 식비도 없다. 게다가 다른 일을 병행해서 할 수가 없다. 최저생계비도 되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늘 고용불안에 놓여 있다. 청원경찰과 업무 내용에 차이도 없는 특수경비 노동자들 역시 이백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일의 특성상 남성이 대부분인 특수경비 노동자들은 가정을 이끌어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급여에 고통받는다. 장시간 야외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노동자는 앉아 쉴 의자도, 따가운 햇빛을 막아 줄 그늘막도 없이 눈과 비에 노출된 채 일을 한다. 여름에 온몸이 땀에 절어도 샤워시설이 없어 그대로 퇴근을 해야 했다. 온몸에 배인 쓰레기 냄새때문에 배가 고파도 식당에서 밥 한끼 해결하기가 힘든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하다.
비정규직이 개인의 무능력으로 등치되는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편견의 교집합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일을 하는 이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현실과 고충을 눈여겨볼 기회는 드물었다. 이 책은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이러한 비정규직의 현실을 풀어 놓음으로써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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