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부동산 불평등의 역습②] 세금 제대로 물렸다면…LH 직원들은 투기 못했다

LH 직원들 땅, 보유세 1/10 수준 “투기 잡겠다”던 문재인, 세금 강화는 시늉만 “중병 걸린 환자에 진통제만 줄건가” 국토보유세 과세 강화하고 기본소득 주자 대안으로

부동산이 심화시킨 불평등의 골,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디에 있는지 5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① LH 투기 의혹은 어디에 기름을 부었나
② 세금 제대로 물렸다면…LH 직원들은 투기 못했다
③ 반값 아파트 흑역사:야심찬 정책, 어이없는 실패
④ ‘영끌’ 엄두도 못내니…평생·기본주택 대안 기대
⑤ 사유재산, 정말 합리적입니까

LH 직원들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고구마 줄기를 당긴 것 처럼, 자치단체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국방부 군무원, 청와대 경호처 직원까지 불법 투기세력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정부 합동수사본부 수사대상은 400명에 육박 한다.

이들 모두가 개발 정보를 빼내 투기에 나선 경제사범인지 명확치 않다. ‘개발이 될 것 같아 산 땅’이라고 주장하면 입증이 쉽지 않다. 논란이 된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부지는 오래 전부터 개발 계획이 있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됐고, 최근까지 환지방식(국가 수용->택지개발이 아닌 개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토지개발 방식. 소유자 수익률이 수용에 비해 더 높다)으로 개발이 추진되던 곳이다. 3기 신도시가 아니어도 ‘개발 될 땅’이라는 소문은 전부터 있었던 셈이다.

개발을 예상하고 인근 땅을 매입하는 건, 오래된 투기 수법이다. 정보에 어두운 이들이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는 기획부동산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가 쪼개기 투자에 동참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땅은 오른다는 믿음과 이를 좇는 욕망,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부실한 세금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투기 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담없는 세금
느긋하게 개발 기다리던 LH 직원들

지난해 2월 27일, LH 직원 정모씨 등 5명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농지 1,500평을 매입했다. 땅값은 22억5천만원이었다.

가장 먼저 취득세를 내야한다. 농지 취득세율은 3.4%다. 금액으론 7,650만원 수준이다. 주택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같은 가격의 주택은 경우에 따라 최대 2배 이상(1억8천만원, 세율 12%) 내야 하는 고가 부동산이다.

LH 직원들은 오는 7월, 매입한 땅에 대한 재산세를 낸다. 농지 재산세율은 0.07%로 세금은 8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주택이라면 재산세가 대략 580만원(공시가격 18억으로 계산) 수준이다. LH 직원들이 내야하는 재산세는 1/7 수준이다.

22억원을 넘는 주택은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지만, 농지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80억원 이상의 농지에만 종부세가 과세 되는데, 종부세를 내는 농지주는 거의 없다. 주택이라면 대략 700만원 수준의 종부세가 재산세와 함께 과세된다.

결국, LH 직원들이 내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83만원으로 같은 가격 주택 보유세 1,280만원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땅을 팔 때는 양도세 혜택도 받는다. 농사를 짓고 있는 척 속이면, 시세차익 상당 부분을 보존할 수 있다. LH 직원들은 땅에 묘목을 빽빽하게 심었다. 경작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일부에선 묘목 보상가격에 주목하지만 투기 세력에게 더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는 것 처럼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농지를 소유하고 8년간 경작했다는 것을 인정받으면 양도세를 최대 1억원까지 감면 받는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2021.03.04ⓒ국회사진취재단

LH 직원 일당 중 한 명은 사들인 땅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90m 떨어진 곳에 주소지를 옮겨 놨는데(해당 토지엔 공장이 있다. 위장전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유중인 농지 인근에 살면 경작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유리하다.

결국 LH 직원과 일당은 땅을 소유하며 최소한의 취득·보유·양도세만 부담했다. 느긋하게 개발을 기다렸다. 3기 신도시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부담해야 할 세금은 비상식적으로 낮았다. 이들 계획대로만 됐다면, 수익률은 강남 고가 아파트 부럽지 않았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농지만큼 좋은 투자 상품은 없다. 세금 부담이 적고 양도시 감면 혜택에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 토지 보유 특혜 연 2,200억원 수준”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이다. 경실련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업 소유 빌딩의 세금은 실제 내야 할 세금의 47%에 불과하다.

경실련이 최근 4년간 서울시내 1천억원 이상으로 매매된 건물 73건을 조사한 결과, 공시가격(세금 산정 기준가격) 합계는 9조9천억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매각된 금액의 합계는 21조6천억원이었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시세반영률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47%에 불과한 것이다. 개인 소유 아파트 시세반영률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에 과도한 세금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재산세율과 공제금액도 법인·개인 간 차이가 크다. 법인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0.7%로, 개인 6%의 1/8 수준이다. 법인이 소유한 빌딩용지, 공장용지 등은 공제 규모가 80억원인데 반해 개인은 6억원으로 차이가 있다.

최고 세율이 낮다보니 고가 부동산을 많이 들고 있는 재벌 대기업에 특혜가 집중된다. 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은 23년간 6배 증가(12조원->61조원, 2018년 기준)했다. 경실련은 “대기업 보유세 특혜는 연간 2,200억원 수준”이라며 “부동산 부자와 재벌 기업들에게 세금 특혜를주는 불공정 과세기준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책임자
“세금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찾지 못한 해법

문재인 정부는 4년 내내 투기를 잡겠다고 말했다. 26차례에 달하는 대책 발표에서 이런 의지가 언뜻언뜻 읽혔다.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70%에서 40%로, 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0%까지 조였다. 투기지역을 전국 주요지역으로 확대했고 규제 강도는 높였다. 분양가를 일정 수준까지만 허용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민간택지에도 도입됐다.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했고 조합원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전 정부에 비하면 대책 하나하나가 강도 높은 투기 규제였다.

하지만 정책은 의지와 내용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했다. 한국 부동산 보유세가 세계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 하는 것이 부동산 투기 차단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 합의돼 있었다.

2018년 국회 예산정책처 계산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부동산 보유자가 체감하는 실제 세금의 강도)은 0.16%으로 OECD 평균(0.38%)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1%)·영국(0.78%)·프랑스(0.57%)·일본(0.54%) 등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으로 투기 수익을 차단하는 방법은 애써 외면했다.

2018년 1월부터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팔라졌다. 임대주택 사업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크게 늘리면서 다주택자들의 주택 쇼핑이 급격히 늘었다. 그해 9월 첫주 주택가격 상승률은 0.47%를 기록했는데, 매주 0.47%가 오르면 1년 상승률이 24%에 달한다. 10억원짜리 아파트가 1년만에 12억4천만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연간 두자릿수 상승은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 시절 급등기에서나 볼 수 있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9·13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대출 규제 대책에 더해 보유세(종부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고가 다주택자들에 한해, 세율을 0.3~0.5% 찔끔 인상하는데 그쳤다. 정부집계에 따르더라도 9·13대책으로 늘어나는 세율 인상 대상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1.3%, 늘어나는 세수는 2,700억원에 불과했다. 시장에선 더 강한 규제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솜방망이었다.

집값은 2019년 다시 치솟았다. 전세와 대출을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가 성행한 탓이었다. 전세 보증금 4억원 짜리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전세대출을 2억원 받아 전세자금을 유동화 하고, 구매하려는 아파트 주택담보 3억원과 기존 세입자 전세를 끼고 6~7억원대 강북 아파트를 앞다퉈 사들였다. 이 즈음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이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라는 신조어가 대세를 이뤘다.

대출 규제로 투기를 잡으려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채상욱 부동산 에널리스트는 “정부의 대출규제 대책은 주택을 구입할 실수요자들을 전세 끼고 갭투자를 하게 만든 최악의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해 6월,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청와대 ‘왕수석’이라 불리며 부동산 정책을 책임졌던 김수현 정책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취임 7개월 만이었다. 주택정책 전문가이자 개혁적 학자였던 그는 참여정부에서도 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종부세 산파 역할을 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전문가였지만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바로 그 트라우마에서 찾는다. ‘세금만 올리고 집값도 잡지 못해 정권을 내줬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2011년 자신이 쓴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결국 세금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다. 바람직한 방향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는 두 번의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의 핵심에 있었지만, ‘실행 가능한 정책’을 찾는데는 결국 실패했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2018년 11월,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환경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조세 저항,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나
기본소득과 결합하는 증세

증세의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의 결합이다. 수년 전부터 학계에서 논의되던 아이디어는 2017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우며 세간의 관심을 얻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부동산 부자들에게만 부과됐던 종부세를 폐지하고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걷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과세 대상이 많아지면서 세금은 기존 종부세 체계보다 더 많이 걷히는데, 이때 추가로 걷힌 세수를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나눠주자는 것이 아이디어의 출발이다. 국민 대다수는 기본소득의 순수혜 가구가 된다. 이들이 다수의 적극적 지지층으로 보유세 강화를 요구하면 조세 저항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다.

경기연구원 계산에 따르면 국토보유세(비례형)를 세율 1%로 거둘 경우 최종 세액은 35조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 기준 종부세액(3조2천억원)의 10배 수준이다.

35조원의 세수는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1인당 지급액은 68만원, 세대(평균 2.3명)당 1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이 없는 사람은 기본소득 수령액 전부가 순수혜가 되고,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 상당수도 국토보유세 납부액보다 지급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다.

1억원 주택을 소유한 4인 가족의 경우 국토보유세를 납부하고도 245만원의 기본소득을 받는다. 10억원 아파트를 소유한 세대는 7만7천원이 지급된다. 2020년 기준 전체 세대수는 2천2백만 세대로, 이중 85.9%(1,969만세대)가 기본소득 순수혜를 받는다.

10억3천만원 이상 아파트를 소유한 세대부터 부담이 발생한다. 11억원 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기본소득보다 국토보유세가 17만원 더 많다. 기본소득보다 국토보유세가 더 많은 순부담 가구는 전체 14.1%(230만세대)에 불과하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국토보유세액 전부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수혜자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바로 그 세금 때문임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며 “종부세가 일부 지역에 밀집한 소수 부동산 부자들의 조세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후퇴한 이유는 수혜자들이 무슨 혜택을 누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중병 걸린 환자에 진통제만 줄건가”

경기연구원이 펴낸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과 세재개편에 관한 연구’에는 다주택자 A씨 사례가 나온다.

A씨는 살고 있는 주택 이외에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더 가지고 있다. 그는 이집을 전세 6억원 끼고, 연 이율 2%의 신용대출 4억원을 받아 사들였다. A씨가 이 집을 보유하면서 1년간 들어가는 돈은 신용대출 이자 800만원에 재산세 99만원, 기회비용(4억원의 은행예금이자 1%) 400만원으로 총 비용은 1,300만원 수준이다. 만약 집값이 1년에 1,500만원 오른다고 하면 200만원은 순이득으로 남게 된다.

A씨에게 1%의 국토보유세를 부과해보자. A씨가 부담하는 비용 중 재산세가 99만원에서 재산세+국토보유세 265만원으로 2.7배 늘어나고 200만원이었던 순이익은 마이너스 60만원으로 돌아선다. 집을 보유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A씨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주택 소유 보다는 매각 유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결국 다주택자의 투기용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지난 2008년 국토보유세를 처음 주장하고, 2017년에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이 쓴 책 ‘부동산공화국 경제사’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호소했다.

“중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도 투여해야겠지만, 병의 진정한 원인을 찾아내 근본적으로 치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과다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지 않고는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것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일시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홍민철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