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갑질타파, 을력강화’ 강조한 이재명이 풀어야 할 숙제들

힘이 지배하는 분배, 을의 협상력을 올려라
중소기업 단체행동권, 사전 허가 30년 새 10건 뿐…있으나 마나
“벌금 내면 그만” 대화 요청 무시하는 가맹본부, 속 타는 점주들

상품 한 개 팔면 생기는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이 있을까.

원료를 캐내면 원자재 공장에 납품한다. 원료가 원자재로 생산되면 또 다른 공장으로 옮겨져 부품이 된다. 수백, 수천개 부품은 더 큰 공장에 모여 최종 상품으로 탄생하고, 상품은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한다. 광고를 본 소비자가 판매자를 찾아 지갑을 열면, 비로소 이익이 발생한다. 한 단계라도 빠지면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각 단계 참여자 한 명 한 명이 이익을 나눠야 한다. 누구나 ‘내 몫이 더 크다’고 주장할 텐데, 모두가 만족하는 평등한 분배 법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알다시피, 현실에선 이 난제를 힘으로 해결한다. 힘이 센 쪽이 더 많은 이익을 갖는다. 최종 생산·판매자는 부품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부품사는 빼앗긴 이익으로 발생한 손해를 원자재 공장에 떠넘긴다. 원자재 공장은 말단의 원료 생산자가 가져갈 이익을 가져가는 ‘갑-을-병-정’ 구조다. 핸드폰, 자동차는 물론, 통닭 한 마리, 멋진 바캉스 웨어, 미국 유망 성장주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 활동에 적용되는 법칙이다.

지금까지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분배의 불평등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부의 편중은 갈수록 심해졌고, 불평등이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이젠 자본주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중요 리스크 중 하나다.

7년 전, 영국 런던에서는 ‘포용적 자본주의 회의’가 열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37개국 인사와 기업인 250명이 모였다. 기조연설을 한 라가르드 총재는 “편향된 소득 분배는 장기적으로 성장 속도와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이것은 배제의 경제가 되고, 잠재력은 황무지로 버려진다”고 했다.

이재명의 전환적 공정성장
을력을 강화하라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1공약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걸었다. 저성장 내리막길을 걷는 한국 경제성장률(GDP)을 우상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는 ‘전환적 공정성장’ 핵심을 불평등 해소로 봤다. 이익 분배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면, 소비력이 회복되고 성장 사이클이 다시 돌기 시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환적 공정성장이든, 포용적 자본주의든, 소득주도성장이든,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뜻하는 바는 비슷비슷하다. 그럼에도 이 지사의 ‘전환적 공정성장’이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가 “을의 협상력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을-병-정의 힘을 키워 정당한 자기 몫을 갑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다. 억강부약이다. 힘의 균형을 맞춰 공정한 협상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대기업-중소기업,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불평등 해소 논의를 짚어봤다. ‘을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폈다.

점주들의 있으나 마나 한 권리
강화 제도는 첫발도 못 떼

지난 2015년 4월 죽 전문 프랜차이즈인 B사 가맹점주단체는 가맹본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계약 기간 10년이 만료되는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매장 규모를 늘려 ‘죽&비빔밥’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는 지정된 핵심 식자재 외에 다른 물품까지 본사에서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가맹점주들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했지만 본사는 응하지 않았다. 분노한 가맹점주들은 거리로 나섰고 몇 달 동안 집회, 1인 시위를 했다. 여론이 조금씩 관심을 갖자 국회가 중재에 나섰고, 같은 해 10월 본사와 가맹점주단체는 ‘상생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B사 가맹본부와 점주의 갈등은 벌써 6년도 더 된 일이지만,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가맹본부는 여전히 점주들과 대화를 꺼리고, 대화를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점주들에게는 대화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2013년 8월 신설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가맹본부에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본사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대화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을 무시로 일관하거나 단체의 대표성 등을 문제 삼아 요청을 거부하기 일쑤다.

정종열 전국가맹점협의회 정책국장은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의 하나가 집단으로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지금 제도에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소속된 4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집회, 농성 등 집단 행동 없이 협의를 진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가맹본부가 광고·판촉행사비를 일방적으로 가맹점에 전가하는 등 가맹점주 입장에서 ‘갑질’을 당하는 사례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거래상 지위가 낮은 가맹점주들의 협상권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가맹본부 200개(21개 업종)·가맹점 1만2천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 실태조사(2020년 9월~11월)에 따르면,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적이 있는 가맹점주 비율은 42.6%에 달했다.

본사가 광고비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13.5%), 특정 거래상대방과의 거래를 강제( 13.3%)하고, 거래상 지위를 남용 불이익을 준다거나(11.9%) 부당한 계약조항 변경(9.8%),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9.6%), 부당한 영업활동 제한(9.5%) 등 불공정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가맹본부와 업주의 협상력, 즉 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중구 명동거리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가맹본부 협상 의무화법
솜방망이 처벌이 한계

공정위는 지난 5월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를 포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는 가맹점 사업자단체가 공정위에 공적 신고를 내고 대표성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맹본부가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협의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신고 절차를 통해 가맹점 단체에 신고필증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돼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27건) 중 가맹사업자단체 등록제와 단체교섭권 부여 등의 내용을 담긴 건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5건 정도다. 이들 법안 대부분은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단체교섭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법안에서는 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 요청 시 응하지 않는 가맹본부를 처벌하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는 가맹점사업자단체와 본사와 협의를 의무화했다. 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 거부 때엔 매출액의 2% 또는 5억원(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의 협의 요청에 응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과징금’으로 한정돼 있다. 정종열 정책국장은 “본사가 협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과징금보다 더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 ‘그냥 과태료 내고 말지’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가장 좋은 건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거듭된 시정명령에도 협의를 거부하면 영업정지 조치까지 할 수 있는 만큼 본사로서도 협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격차 극명
공동행위 허용 법안 국회 계류

대-중소기업 격차는 극명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평균 월급이 대기업 646만원, 중소기업 356만원이다. 중소기업 월급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비슷하다. 대기업이 약 9%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약 5% 수준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하청사 영업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노동자 저임금이 개선되지 못하는 구조다.

하청사 영업이익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원청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꼽힌다. 하청사가 공정 효율화로 원가를 절감하면, 원청이 단가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식이다. 원가가 줄었으니 더 싸게 부품을 대라는 것이다. 원청이 하청사 노동자 인건비까지 들여다보면서 단가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청사는 거래를 끊겠다는 압박에 못 이겨 무리한 단가 인하를 수용한다.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기제다.

하청사가 원청과의 단가 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하청사끼리 뭉쳐야 한다. 원청과의 개별 협상과 달리 하청사 조직을 결성해 공동으로 협상을 하면 단가 후려치기에 대응할 수단이 생긴다. 하청사가 필요한 만큼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 공동행동을 담합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경쟁을 제한해 시장 경제를 왜곡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에선 갑질이 판을 치지만, 갑질을 극복하기 위한 을의 공동행위는 ‘시장 경제 왜곡’ 행위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도 담합 제재 대상에서 일부 중소기업 공동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1987년 공동행위 예외 인가 제도가 도입됐다.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거래조건 합리화, 산업합리화 등 목적일 경우 요건을 충족하면 공동행위 예외 적용을 받는다. 담합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세부요건이 까다롭다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목적이 인정받으려면, 생산성 개선과 교섭력 강화 효과가 명백해야 한다. 거래조건 합리화도 경쟁 제한 영향보다 효과가 크다는 게 확인돼야 공동행위가 허용된다.

명확한 입증이 어렵다. 지난 34년간 예외 행위가 인정된 건수는 고작 10건에 그쳤다. 을들의 협상력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최근 3년간 예외 인정을 신청 건수는 0건이다. 공정위가 깐깐하게 심사하는데 ‘괜히 신청했다 보복이나 당하면 어쩌나’하는 방어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중소기업 단체가 담합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서인가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안(2010, 이한구)이나 공정위 사전인가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예외로 인정하자는 안(2012. 이한구 의원), 대금 거래 등 조건에 대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인가 예외로 하자는 안(2017, 전해철), 협상 내용을 단가만으로 축소해 예외를 적용하자는 안(2019, 서형수) 등이 대표적이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됐다.

지난해 말 40년 만에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될 때, 중소기업 협상력 강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참여연대는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수정해,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과 거래조건의 합리화를 목적으로 할 경우 공동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국 실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멀다. ‘강소기업의 나라’로 평가되는 독일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행위에 경쟁제한금지법(GWB)상 담합 금지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사전 인가 절차도 없다. 중소기업 공동행위가 시장 경쟁을 현저히 왜곡하지 않으면 예외를 적극 적용한다는 취지다. 독일 중소기업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배경이다.

한 제철소에서 노동자들이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뉴스1

노동 측면에서 바라본 진보적 대안
을력 강화 핵심은 ‘파업권’

노동 측면에서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노동조합법(노조법)상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원청인 갑은 자신의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만을 책임지지만, 갑을 위해 일하는 을(하청사)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도 부과하는 방식이다. 노동자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갑·을 계약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용자로 본본다. 이렇게 되면 하청사 노동자가 직접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진보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동사용자책임 개념’을 제시했다. 공동사용자책임은 원청이 하청사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일부 부담한다는 개념이다. 원청이 하청사 수익을 통제하는 구조에서, 하청사 노동자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은 실질적으로 원청에 있다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것이 진보당의 설명이다.

하청사는 원청이 적정 대금을 보장하지 않으면, 노동자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다. 극단적으로, 원청이 물량을 끊으면 하청사는 폐업 위기에 처하고 노동자는 해고에 내몰린다. 하청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원청과 협상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근로조건 노사 협상에서 원청은 빠진 채, 하청사와 노동자가 을들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공동사용자책임 개념은 국제적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용자 정의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노동자를 직접 통제하는 경우만 사용자로 인정했으나, 관련법 개정으로 노동자의 경제적 의존성을 사용자 판단 기준으로 채택했다. 노동자가 원하청 구조로 통합된 경제 단위의 일부라면, 원청도 공동사용자로 본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 미국 창고업체 브라우닝페리스의 파견 노동자들은 연방노동위원회로부터 직접교섭권을 인정받았다. 채용과 노무관리는 하청사가 했더라도, 원청이 노동자 작업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했다면 단체교섭 의무를 진다는 공동사용자 취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진보당 개정안에서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보면, 파견·하청·위탁 등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 재벌 대기업의 자회사 노동자, 부품 공급 업체 노동자가 포함된다. 하청사 노동자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가맹본부에 대해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가맹점주는 본부에 종속돼,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법 마련에 있어 진보당과 이 지사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을들의 협상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은 같지만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에 대해서는 허용 여부에 차이를 보인다. 진보당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이른바 노동 3권 모두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지사는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이 지사는 “단체행동권까지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너무 심하다는 우려도 있다”며 “그래서 단체조직권과 단체협상권으로 공통교섭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당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실질적인 교섭력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김정엽 진보당 정책기획위원은 “사용자와 교섭할 때 노동자 협상력에 가장 큰 힘을 실어 주는 게 파업 등 단체행동”이라며 “확대된 노동자 지위를 얻게 될 하청사 노동자와 가맹점주에게도 단체행동권을 부여하면 불평등 해소 정책의 실효성을 보다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을들의 연대, 협상력을 높이다...경기도 친환경급식


‘을들의 연대’가 효과를 발휘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친환경 급식 공급은 갑과 을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농민 대표 조직인 친환경농업인연합회(친농연)가 경기농식품진흥원(진흥원)과 수의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품목별 출하 시기와 규모, 가격을 협상한다.

과거 납품 내역을 통해 추가 납품 단가를 협의하고 1년 출하 계획을 바탕으로 연간 계약 재배를 실시한다. 을인 농민들에게 가장 큰 고민인 가격 급등락 위험을 안정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원가를 따져 구매 가격을 합리적으로 인상하는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몇년간 재배 가격은 동결됐는데, 올해는 물가상승률 수준인 2.4% 인상에 합의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출국이 묶이면서 인력 관련 비용 부담이 가중된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석우 경기도 친농연 사무국장은 “어떤 품목을 심고 얼마에 팔지가 중요한데, 친농연이 대표로 협상하면서 생산자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친농연이 협상 주체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건 2012년경부터다. 이전에는 농가가 도 단위로 뭉치지 못하고 시·군별로 협상이 이뤄졌다. 당시는 친환경 농산물 조달을 농협이 위탁받아서 수행했는데, 무리한 단가 인하로 농가의 생산 원가도 위협받았다. 시·군 단위로 흩어진 농가는 수요처 측 단가 인하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친농연이라는 대표 조직을 중심으로 농민이 조직화하면서 경기도 친환경 학교 급식 참여 농가 규모가 커졌다. 참여 농가 매출은 2011년 60억원에서 2019년 350억원으로, 농가 수는 200여명에서 1,300여명으로 증가했다. 한 사무국장은 “농민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친환경 급식 사업을 통해 판로를 확보한 농가가 지금처럼 늘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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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무·윤정헌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