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이중 가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장에서 주문할 때보다 배달 주문할 때 가격이 더 비쌌다. 일정금액 이상 주문시 소비자들에게 배달료를 받지 않겠다던 업체들이 메뉴 가격에 사실상 배달료를 포함시켜 놨다는 비판이 나왔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왜 논란의 여지가 큰 ‘이중 가격’을 선택하게 됐을까.
'배달료 무료'라더니... 메뉴 가격 1,000원 넘게 더 받은 햄버거 업계
앞서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 KFC, 맘스터치 등 국내 주요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제품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맘스터치를 제외한 4개 업체(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의 모든 제품이 배달주문과 매장구입간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주문시 매장가격보다 햄버거 세트의 경우 1,000~1,200원이, 햄버거 단품은 700~900원, 사이드 메뉴는 600~700원, 음료는 500~700원까지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는 “일정금액 이상 배달주문시 별도의 배달료가 청구되지 않는 대신 배달제품 가격에 배달료 등 배달서비스로 인한 제반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중 가격’ 구조는 배달 주문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햄버거세트 배달주문 가격이 매장판매 가격보다 1,200원 비싼 버거킹에서 리얼와퍼세트 2개(9,300원)를 배달 주문했다고 해보자. 소비자가 내야 하는 금액은 1만8,600원이다. 매장에서 살 때(1만6,200원/8,100x2개)보다 2,4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주문량을 늘리면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진다. 리얼와퍼세트 3개를 주문하면 2만7,900원(9,300x3)을, 4개를 주문하면 3만7,200원이다. 매장에서 살 때보다 각각 3,600원, 4,800원이 비싸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 주문 건당 평균 3,500원 정도의 배달료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는 세트메뉴 3개 이상 주문할 경우 배달료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최소 주문가격’ 제도를 운영한다. 업체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문 금액이 1만원 전후가 돼야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주문량이 적으면 메뉴 가격이 차이 나더라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배달료 보다 낮아진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통상 거리에 따라 2,500원~4,500원 정도로 배달료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문마다 평균 3,500원 정도의 배달료를 가맹점들이 감당하고 있다”면서 “주문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1~2인 가구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상당수의 배달주문이 최소주문금액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무료배달 금액 수준의 주문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 소비자가 배달료보다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처음엔 '무료 배달'로 시작한 햄버거,
주문량 증가에 배달 메뉴가격 인상으로 대응
현재와 같은 이중가격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선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가 본격적으로 배달에 뛰어든 시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가 본격적인 배달서비스에 나선 건 길게는 약 14년에서 짧게는 8년 정도 됐다. 맥도날드는 2007년 7월 맥도날드가 포천에서 ‘맥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롯데리아는 2011년 4월부터 ‘홈서비스’를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배달에 뛰어들었다. KFC는 2014년 9월 사무실이 많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 동여의도점과 경기 성남시 정자점, 야탑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거킹은 2013년 5월 동여의도점과 구로점을 시작으로 배달서비스에 나섰다.
당시 배달 음식에 배달료를 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짜장면을 주문하더라도 별도의 배달료를 내지 않아도 됐고, 당연시 여겨졌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배달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면서 “배달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비자에게 배척당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배달을 시작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도 배달료를 받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이중가격’ 구조도 아니었다. 당시엔 배달주문이 많지 않았던 만큼 음식점들이 배달료를 감당하는 식이었다는 게 요식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배달주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 남짓이었다”면서 “배달료를 받지 않더라도 운영에 무리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배달 시장은 서서 커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증가하던 배달 주문량은 2010년 배달통,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의 등장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배달앱은 그동안 현관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전단지 정보를 모아 앱에서 한꺼번에 보여줌으로써 주문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배달앱의 급격한 성장세에 햄버거 주문량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빠르게 증가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의 배달주문 매출은 최근 전체 매출의 30%대까지 치솟았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주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했다. 배달을 처음 시작할 당시 전체 매출의 13% 수준이던 배달주문 매출은 2015년 15.7%, 2016년 17.3%, 2017년 20.2%, 2018년 24.9%, 2019년 29.5%, 2020년 35.8%까지 늘었다.
주요 업체들이 매장 판매가격과 매장 주문가격을 이원화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맥도날드는 2011년부터 배달 주문 가격에 대해 세트메뉴는 600원, 기타 단품 메뉴는 300원 더 높게 책정했다. 롯데리아는 2014년 세트메뉴에 500원, 기타 단품 메뉴에 300원을 추가했다. 같은 해 버거킹 배달 서비스도 세트메뉴 500원, 기타 단품 400원의 추가 금액이 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 관계자는 “배달앱이 생겨나고 가맹점들이 입점하게 되면 각종 수수료와 그밖에 제반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가맹점에서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배달앱 사용 급증에 배달료 부담 더 커져
배달앱을 통한 배달주문량이 증가하며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통상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체 운영 중인 앱과 배달앱을 통해 주문이 접수된다. 문제는 자사앱을 통한 주문보다 배달앱으로 들어오는 주문량이 많다는 점이다. 가맹점 입장에서 자사앱으로 들어온 주문은 배달료만 부담하면 되지만, 배달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중개수수료를 내야 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배달주문 중 상당 부분이 배달앱을 통해 들어온다”면서 “그럴 경우 가맹점들이 배달주문으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은 ‘오픈리스트라’는 중개서비스와 ‘울트라콜’이라는 광고 정액제를 운용 중이다. 배민에 입점한 업체가 오픈리스트를 이용하면 배달료 외에도 건당 주문금액의 6.8%를 중개수수료로 내야 한다. 주문금액이 많을수록 중개수수료도 커지는 식이다. 다만 배민은 현재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주문 1건당 1천원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자사앱 아닌 배민으로 배달주문이 들어올 경우 최소 1천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른바 ‘깃발꽂기’라고 불리는 울트라콜은 깃발 1개당 월 8만8천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하고 배민 내에 상호를 노출하는 정액제 광고다. 울트라콜을 이용할 경우 별도의 중개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깃발의 개수가 많을수록 상위에 노출될 수 있어 입점 업체들간에 더 많은 깃발을 꽂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배민 관계자에 따르면 울트라콜을 사용하는 입점업체는 평균 3~4개 정도의 깃발을 사용한다. 월 26만4천원~35만2천원의 광고료를 내는 셈이다.
배달료 부담도 적지 않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배달서비스 시작 초창기엔 배달주문이 적었던 만큼 가맹점들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운영했다. 하지만 주문량이 늘면서 자사앱으로 주문으 들어오더라도 대부분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해 배달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은 보통 건당 5천원~6천원 선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날씨와 배달 거리 증가 등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할증)은 가맹점이 부담한다.
최근 롯데리아가 배달팁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재의 불합리한 이중가격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중가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격 일원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KFC 관계자는 “‘이중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면서 “그래서 가격을 일원화하고 배달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바꿔 나가려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 관계자는 “버거킹 딜리버리 서비스 제품 가격은 배달 서비스 전반에 필요한 다양한 제반 비용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면서도 “고객들에게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중 가격’을 기업들의 잘못된 마케팅 문제라고 보고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에게 무료배송처럼 느껴지게 하고, 정작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는 건 일종의 소비자 기만”이라며 “이중가격으로 인해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가격을 일원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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