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가 직영 정규직에겐 지원비를 주며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반면, 같은 곳에서 일하는 외주(하청업체) 비정규직의 종합건강검진에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국정감사 도중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15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굉장히 먼지가 많이 나서 마스크를 써도 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탄 작업을 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인수 대한석탄공사 관리본부장(사장직무대행)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일반검진과 특수검진은 잘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규직이 그보다 더 정밀한 건강검진을 추가 지원받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 의원은 “그런데 (석탄공사가 운영하는 3개 광업소의) 건강검진 내용을 보니까 광업소별로 검진을 받는 내용이 좀 다르다”며 “화순광업소 내 협력업체 13개 중 10개가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있어서 그중 한 곳의 사장님께 전화해보니 업체 자체 운영비로만 하고 계신다고 하더라. 나머지 장성, 도계광업소에선 종합건강검진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송주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석탄공사지회장도 “저희 도계광업소 비정규직들은 종합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폐광은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렇게 다가오지 않냐. 최근 5년 동안 정규직은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고 향후에도 절반이 또 줄어들 예정이다.. 그런데 협력업체 직원들은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은 협력업체 도움 없이는 생산량 수급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위험의 외주화도 점점 더 심해질 거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협력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응하면서도, “대신 협력업체는 우리(석탄공사) 비정규직이 아닌, 개별기업의 협력업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양 의원은 “탈석탄으로 가면서 폐광을 하려면 이 노동자들의 전환도 생각해야 하는데 그 전환 과정에서 노동이 소외되거나 무시되지 않도록, 최소한 건강권이라도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며 석탄공사의 역할을 주문했다. 특히 “종합건강검진만큼은 직영과 외주가 차별 없이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적극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일반검진과 특수검진을 실시하고 있지만 종합건강검진의 경우 협력업체 자율로 지금 41개 기업 중에 화순광업소 13개 중 10개의 협력업체에서 노사간 합의로 하고 있다. 이 부분도 의원이 지적한 대로 협력업체와 적극적으로 대화해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협력업체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양 의원은 “석탄공사가 역할을 해야지 협력업체로 (책임을) 넘기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고 질타한 뒤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 본부장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2021년에 대법원에서 석탄공사 광업소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는 최종 판결을 내린 뒤에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규모로 잇따라 진행되고 있고 비슷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석탄공사에 협력업체 비정규직이 종속돼있음을 확인한 판결로, 직영 정규직 노동자들과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신 의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단계에서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고, 김 본부장은 “네,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송 지회장은 마지막 발언권을 얻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실태를 폭로했다.
그는 “석탄공사는 정규직이 있던 자리에 점차 비정규직을 들여와 같은 일을 하게 하면서 비정규직 숫자를 늘려왔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석탄은 비정규직이 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비정규직의 처우는 너무나 열악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검은 분진을 뒤집어쓰고 ‘선탄(돌과 탄 분리)’ 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성이 하기에는 벅찬 망치질까지 한다. 시커멓게 된 노동자의 얼굴을 닦아주는 일은 최소한의 지원, 소액의 임금을 더 보전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규직은 상여급, 성과급, 교통비, 식대, 연료보조비 등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은 단 하나의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부터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식대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송 지회장은 “제가 올해 도계광업소에서 확인한 현장 사고만 8건이다. 불과 얼마 전에 한 노동자는 피를 토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사고 노동자는 현장에 남아있는 동료들을 오히려 더 걱정한다. 그 이유는 대체인력 없이 남아있는 동료들이 두 배, 세 배의 작업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그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 똑같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정규직은 유급휴가를 부여받고 여러 가지 종합검진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건강검진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탄광에서 마스크는 생명과 같은 장비다. 매일 입갱하여 분진이 날리는 데에서 일하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틀에 한 개씩 마스크 필터를 지급받고 있다”며 “몸이라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마스크 필터를 매일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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