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캐스퍼 타보니…찻값을 해내다
② 캐스퍼 뿌리내린 그곳, 척박한 경차 시장
③ 광주형 일자리에 주어진 세 가지 과제
④ 사회적 대타협 손익 계산서
첫인상이 강렬했다. SUV 향기가 짙게 풍겼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는 매력적이었다.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옆 차선을 나란히 달리던 차량 속 3명의 중년 여성도 퍽이나 마음에 드는 듯했다. 연신 미소를 띠며 캐스퍼를 쳐다봤다. 그리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캐스퍼를 타고 경기도 광명시에서 대부도까지 왕복 약 70km 거리를 달렸다. 두 시간 동안 몰아본 캐스퍼는 찻값을 했다.
똑똑한 경차의 등장…고성능 운전자보조시스템 탑재
성능 면에서 동급 최고 수준이다. 경차에서 볼 수 없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처음으로 탑재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지원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오이도에서 방아머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직선 구간 10km에서는 손발을 거의 쓰지 않고 주행이 가능했다. 운전대에서 15초 이상 손을 떼면 경고가 울린다. 경고 신호가 있을 때만 손을 대면 된다. 시속 60~90km로 속도 설정을 달리해가며 달렸다. 앞차가 속도를 늦추면 부드럽게 감속하고, 다시 간격이 멀어질 때도 적절하게 따라붙는다. 끼어들기 반응도 수준급이었다. 아반떼나 쏘나타, 싼타페처럼 한참 상위 차종에서 맛보는 주행보조시스템 품질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캐스퍼 스마트 크루즈는 시속 10km 이상에서만 작동한다. 신호에 걸리거나 정체 구간에서 시속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 스마트 크루즈가 풀린다. 정차와 재출발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스마트 크루즈가 해제될 때 주의해야 한다. 앞차와의 간격은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거리를 가장 멀게 하는 게 안정적이다.
스마트 크루즈 작동 조건인 10km는 정확했다. 차가 어느 정도 움직이는 정체 구간에서 속도가 12km까지 떨어져도 자동으로 가감속하며 앞차와 보조를 맞췄다. 직선에서 차선 이탈방지와 차로 유지는 흠잡을 데가 없다. 완만한 곡선 구간도 저속에는 문제없이 빠져나왔다. 급회전 자동 감속 기능은 옵션이다. 내비게이션 스마트 크루즈 옵션을 추가해야 곡선에서 스스로 속도를 낮춘다.
캐스퍼는 경쟁 모델에서 옵션으로 추가해야 하는 보조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가 대표적이다. 모닝과 레이는 45만~55만원의 패키지 옵션을 추가해야 해당 기능을 지원한다.
또한, 캐스퍼의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능은 차량과 보행자뿐 아니라 자전거도 인식한다. 현대차는 충돌 위험을 판단하는 대상의 움직임을 제어 시스템에 미리 입력하는데, 캐스퍼에는 자전거도 인식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인식 대상이 많아질수록 판단을 위한 정보량이 늘고 연산이 복잡해진다.
캐스퍼는 차로 이탈방지 보조와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추가 옵션 없이 지원한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는 차로를 벗어나려 할 때 순간적으로 자동 조향이 작동한다. 차로 유지 보조는 차량이 차로 한가운데를 유지하도록 미세하게 자동 조향하는 기능이다.
운전자보조시스템은 편의뿐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하려 할 때 옆 차선에서 차가 달려오면 사이드미러에 붉은색으로 차량 접근 알림이 표시되고 경보가 울린다. 방향지시등이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경보 없이 알림만 뜬다.
신호를 기다리다가 앞차가 출발하면 계기판에 문구로 알려주는 전방 차량 출발 알림 기능도 갖췄다.
똑똑해졌다고 캐스퍼가 투싼이 될 순 없다. 승차감은 경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과속방지턱이나 노면 굴곡을 둔탁하게 넘어갔다. 시속 100km에 가까워지자 풍절음과 엔진 소리가 서서히 올라왔다. 여느 경차와 같은 소음이다.
가속 시 꿀렁거림도 경차의 한계를 드러냈다. 가속 페달을 좀 힘있게 밝았다 싶으면, RPM만 올라가고 속도가 붙지 않았다.
캐스퍼에는 4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모닝과 레이에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단수가 올라갈 때 변속 충격이 느껴진다. 변속기 부품이 동일하니 주행감도 대동소이하다.
터보 엔진은 눈에 띄는 옵션이다. 현재 시판되는 경차 중에 터보 엔진 옵션을 제공하는 모델은 캐스퍼가 유일하다. 카파 1.0 터보 GDI 엔진은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7.5kgf·m로, 스마트스트림 카파 1.0 MPI 엔진(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17.5kgf·m)보다 향상된 주행 성능을 낸다.
내부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가 뚫려 있다. 센터 콘솔이라 불리는 수납공간을 없앴다. 보통 센터 콘솔에 붙어 있는 기어변속 레버는 대시보드로 자리를 옮겼다. 앞 좌석 두 개 모두 뒤로 밀면 운전석과 조수석을 오갈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전 좌석 풀 폴딩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라며 강조하는 대목이다. 모든 좌석의 등받이를 앞으로 완전히 젖힐 수 있다. 얇은 매트 하나만 깔면 침대가 된다. ‘차박(자동차+숙박)’ 인기를 반영해 실내 공간 활용성을 확장했다. 1열 풀 폴딩 시트는 40만원짜리 옵션 사항이다. 하위 트림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다만, 성인 2명이 눕기엔 다소 좁다.
똑똑한 캐스퍼, 합리적 트림·옵션 선택 방법은?
캐스퍼는 한국의 첫 2천만원대 경차다. 상위 트림, 풀옵션이 2,057만원이다. 기본 옵션 기준 가격은 트림에 따라 1,385만~1,870만원이다. 기존 경차 3종 모델은 982만~1,520만원 수준이다.
캐스퍼의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 ▲스마트 1,385만원 ▲모던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 1,870만원이다.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1,590만원부터 시작하는 중간 트림 모던에 주행보조기능이 따라붙는 70만원짜리 현대스마트센스1만 장착하는게 똑똑한 캐스퍼를 가장 저렴하게 즐기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캐스퍼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처음이다.
쏘카와 진행중인 온라인 마케팅이 눈에 띈다. 총 400대 캐스퍼를 시승 서비스에 투입했다. 올해 말까지 5시간 동안 무료로 대여해준다. 통상 렌터카 업체는 옵션이 없는 이른바 ‘깡통차’를 구매한다. 쏘카에서 만나는 캐스퍼는 다르다. 강점인 주행 보조 기능 옵션을 달았다. ‘타보면 매력에 빠질 것’이라는 현대차의 은근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마케팅 기법이다. 네이버 등에 온라인 광고도 적극적이다. 때문에 시간에 맞춰 시승하기 위해선 대기가 필수다.
대리점 영업 비용을 줄인 현대차는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마케팅을 펴고 있다. 전국에 28개 드라이빙 라운지를 마련해 캐스퍼 시승차를 제공하고, 29개 상설전시장을 순차적으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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