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노동] 돌봄노동자는 때리면 맞고, 성폭력도 참아야 합니까?

돌봄정책 어디로 가야하나⑤ 위험에 노출된 돌봄노동자

돌봄 노동자가 병들고 있다.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의 손발이 돼 그들의 일상을 꾸리는 동안 손목, 어깨, 허리, 무릎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이년 저년은 일상이고 머리채 잡히기도 일쑤다. 불쑥 성적인 요구를 하거나 몸을 더듬기라도 하면 머릿속이 캄캄해진다.

상시적인 해고 위험에 저임금 고강도 노동만으로도 지친 이들이다. 돌봄 노동자에 대한 멸시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드러났다. “우리가 아프고 폭행당하는 건 아무도 관심 안 가져요.” <민중의소리>와 만난 9명의 돌봄 노동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돌봄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혼자 움직이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의 신체 활동을 돕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는 요양시설이 대표적이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물 마시기, 머리 빗기부터 목욕하기, 기저귀 갈기까지 일거수일투족 돌봐야 한다. 욕창이 생길까 봐 수시로 체위를 변경하거나 침대에서 휠체어에 앉히는 등 이동시킬 때 큰 힘이 든다. 몸이 뻣뻣하게 굳은 노인의 옷을 갈아입히면 요양보호사 둘이 달라붙어도 땀을 뻘뻘 흘린다.

야간 당직 때 혼자 노인 24명의 기저귀를 갈 때 울고 싶었다고 강신승 시설 요양보호사는 말했다. “1시간에 열 분씩 대변을 봐요. 기저귀를 갈 때 순순히 응하는 어르신은 10%도 안 돼요. 못하게 버티거나 요양보호사를 때리세요. 더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근골격계 질환은 산재 신청을 해도 인정받기 쉽지 않다. 중장년층 여성 노동자가 90%인 상황에서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의심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들 급여의 10%는 치료받는 데 쓰고 있어요.”

안 그래도 적은 인력으로 다수의 이용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동료에게 미안해서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박선호는 말했다. 무급으로 쉬어야 하니 치료도 못 한다.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노인, 장애인을 집에서 돌보는 일도 쉽지 않다. 의료용 침대도 없고 휠체어를 둘 수도 없는 환경에 재가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오롯이 몸으로 지탱해야 한다. “몸이 너무 아파서 일을 그만뒀어요.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질 않으니) 사고 치겠다 싶은 불안감에 (무슨 일 생기기 전에) 미리 그만뒀어요.”

영유아를 집에서 종일 돌보는 아이돌보미 역시 안 아픈 곳이 없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안고 있어요. 어떤 이용자는 8시간 근무하는 내내 안아주라고 요구해요. 진짜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든 일이에요. 아이를 안고 들고 목욕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죠.”


감정 노동. “감정을 접어두고 일한다”고 하지만, 가장 힘든 일로 꼽힌다.


신체 활동을 지원할 때 이용자들이 얌전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맨날 뜯기고 맞고 꼬집히고…이년 저년은 애교에요.” “저뿐만 아니라 ‘니 자식들이 차에 치여 다 죽어야 한다’는 등 언어폭력은 자장가 같아요.”

“머리채를 잡으면 놓질 않으세요.” “가격해서 갈비뼈 세 개에 실금이 간 적도 있어요. 현장에서 119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죠.” “남자 어르신이 니킥으로 차버리니까 그대로 떨어져 나간 요양보호사도 있어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비할 수 없어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된다. 60시간 교육 이수만 하면 누구나 장애인활동지원을 할 수 있다. 무조건 현장에 투입돼 처음 보는 장애 유형에 적응해야 한다.

“문 열고 들어가면 칼이 날아다닐 때도 있어요. 장애인 돌발이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노동자들 스스로 감당하라는 거죠. 장애인이 폭행당하는 건 이슈화되지만, 우리가 폭행당하는 건 아무도 관심 없어요. 우린 사람도 아닌가 봐요.”


여성이 90%인 돌봄 노동자들은 상시 성폭력 피해에 두려워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성적인 요구를 하거나 정신을 잃은 척하고 몸을 더듬기도 한다. 특히 이용자의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재가 돌봄 노동자의 경우 폐쇄적인 공간 때문에 더 위험하다.

“목욕시킬 때 사고가 나요. 보호자가 집에 있는데도 그래요. 나중엔 남자 어르신 가까이 가는 게 무섭더라고요. 집에 (남자 어르신) 혼자 있는데 들어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어요. 그래서 방문재가는 못 하겠더라고요.”

전문성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다. 이용자 선택에 따라 해고되는 고용불안에서 피해를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용자 잡기에 바쁜 센터는 다른 요양보호사로 교체한다. 아무 정보 없이 들어간 다음 요양보호사는 똑같은 일을 겪는다.

“정부가 돌봄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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