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시장=기재부 출신…예산에 멱살잡힌 지방 분권

[2022 더 왼쪽으로] 이젠 기재부 해체다② 현직 경제부시장·지사 10명 중 6명이 기재부 출신 관리의 기재부 손바닥 안에 있는 지방정부...“창의성 말살” 우려도

[2022 더 왼쪽으로] 이젠 기재부 해체다

① 정부 위의 정부, 기재부가 ‘폐기한’ 골목상권 지원책
② 경제부시장=기재부 출신…예산에 멱살잡힌 지방 분권
③ 국회 쥐락펴락 기재부, 예산 선물 보따리엔 뭐가 들었나
④ ‘기재부의 나라’ 드러낸 문재인 정부 다섯 장면
⑤ 기재부 해체, 그 오래된 미래…김대중



경제부시장 혹은 경제부지사를 두고 있는 광역시도 10곳 중, 6곳에 기재부 출신이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 출신 비율이 60%에 달한다. 예산 확보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기재부 종속’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민중의소리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경제부시장·부지사직을 운영하고 있는 10개 시도의 최근 10년간 부시장·지사 54명 이력을 확인한 결과 기재부 출신은 모두 14명, 2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현재, 10개 시도 중 6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현직 경제부시장·지사 기재부 출신 비율이 6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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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를 세 시기로 구분해 보면 1기인 2010~2013년까지 단 3명뿐이던 기재부 출신 경제부시장·지사는 2기에서 4.5명으로 소폭 늘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인 3기에선 9명으로 늘어난다. 기재부 출신을 영입하는 지자체가 점점 많아진 것이다. 울산은 전체 7명 중 4명이 기재부 출신이었다. 충북은 4명 중 3명, 부산도 9명 중 3명으로 비중이 높았다. 강원도는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연이어 기재부 출신을 경제부지사로 영입했다.

예산·세제·재정 담당 고위직 비율이 높았다. 조사 대상 14명 중 6명이 예산 편성과 관련된 실무를 맡았거나 실무 책임자인 과장(4급, 서기관)을 거쳤다. 2014년부터 2년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친 김규옥(행시 27회)씨는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강원도 경제부지사로 재직 중인 김명중 부지사(행시 40회)는 기재부 예산총괄과장, 예산정책과장, 지역경제정책과장 등을 거친 예산통이다.

기재부 출신을 영입하며 이른바 ‘전관 예산’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재정 취약한 지방자치…
재정자립도 높은 서울·세종·경기는 기재부 출신 0명



구조적 문제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근본이 허약하다.

세금은 크게 중앙정부에 내는 국세와 지방정부에 내는 지방세로 나뉜다. 비율은 대략 국세 8, 지방세 2다. 한 해 세금이 100조원 걷힌다면 80조원은 중앙정부가 가져가고 20조원만 지방정부에 돌아간다. 지방에서 걷을 수 있는 세금 자체가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지방세 비중을 높여야 실질적 지방자치가 될 것이라 본다.

지방정부 수입 중 스스로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재정자립도다. 2021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평균 재정자립도는 40.2%에 불과하다. 부족한 재원 60%는 중앙정부에서 받는 교부금과 국가 보조금으로 채운다.

교부금은 재정자립도와 인구수 등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나눠준다. 나름 합리적 기준이 있다. 지방정부 사업을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규모가 크다고 볼 순 없지만, 공평하게 분배된다.

문제는 국가 보조금이다. 부분 경쟁 체제다. ‘좋은 사업’을 중앙정부가 채택하면 국가 보조금을 많이 받는다. 국가 보조금도 교부금처럼 지방 안배를 하지만 모두 공평하게 분배 받는 시스템은 아니다.

지자체가 기재부 출신 경제부시장이나 부지사를 뽑으며 바라는 '전관 예산’은 바로 이 국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방편이다. 2021년 기준 광역시도 재정자립도 1위는 서울시(75%)다. 2위는 세종시(58%), 3위는 경기도(57%)다. 세 곳 모두 지난 10년간 지역경제 책임자로 기재부 출신을 영입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광역단체 17곳 중 15위를 기록한 강원도(24%)의 기재부 출신 비율은 28%, 13위인 충북은 75%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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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으로 예산 쟁탈전,
기재부 갑질(?)과 기재부 출신의 활약상?!



“안면 행정하는 거죠”

기재부 출신 지역경제 책임자가 있는 A광역시도 예산지원팀 팀장 허명우(가명, 5급 사무관)씨의 말이다. 예산 확보로 가는 길이 막힐 때, 안면(인맥)으로 뚫어보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만나기 어려웠던 ‘기재부 사람들’이었다. 코로나 시국이 기재부엔 좋은 핑곗거리가 된 것처럼 보였다. “오지 마시라”고 말하기 쉽다. 예산 확보는 경쟁이다. 무턱대고라도 찾아가야 한다. “오지 말랬더니 왜 왔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는다. 허씨는 “복도에 멍하니 서 있다 말 한마디 못 붙이고 자료만 건네주고 오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출신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수월해진다.“안면 행정”을 한다. 후배를 통해 실무진 간 약속이라도 잡아준다. 중요한 국면엔 직접 나선다.

“예산 심의할 때는 세종에 있던 기재부 사람들이 서울 사무국으로 올라오죠. 이때 우리 지역경제 책임자도 서울에 상주합니다. 직접 기재부와 접촉하고, 실무진 다리도 놔주죠. 아무래도 선후배니까…”

지역민 관심사가 집중된 도로 개설·교량 건설 사업이나 시장이 주력하는 국비 보조 사업 예산이 중요하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강조하는 사업 예산은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

광역시도 국비 보조 사업은 중앙정부 부처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도로 개설은 국토교통부와, 인공지능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하는 식이다. 중앙 정부가 사업을 선택하면 1차 문턱은 넘어선 것이다. 이제 2차 기재부 관문을 뚫어야 한다.

4급 서기관(광역시도 과장)이 기재부 5급 사무관을 만나기 위해 굽신댄다. 말 한마디 잘 못했다 예산 수억원이 사무관 손에서 칼질당하는 경우도 많다. 직접 예산은 놔두고 일반경비를 조금씩 삭감하며 ‘길들이기’하는 기재부 사무관도 적지 않다는 것이 광역시도 ‘예산지원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지방정부 종속현상만 심화…”기재부가 창의성 막아”



기재부 출신의 ‘전관 예산’을 명확하게 확인하긴 힘들다. 실제 예산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수단은 많지 않다. 통계만 놓고 보면 한 지역에 예산을 편중했다간 나머지 지역의 반발을 감당할 수 없다는 기재부 내부의 정치적 고려가 더 강하게 작용한 듯 보인다.

최근 4년간, 7개 광역도 국가 보조금 총액 추이를 살펴본 결과 기재부 출신 경제부지사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국가 보조금은 평균 1.7배 늘었다. 전북(1.3배)과 경기(2배)를 제외하면 나머지 광역도 국가 보조금은 증가폭은 대동소이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보조금도 영향을 미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신설했다.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 자료를 보면 지난 14년간, 균특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전남(22조원)이다. 전남은 재정자립도 22.2%로 17개 광역시도 중 꼴찌다. 재정이 가장 취약한 곳에 보조금을 많이 투입해 형평을 맞추려는 노력이다.

광역시도의 기재부 출신 모시기는 심리적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막연한 기대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대는 지방정부의 기재부 종속현상을 심화시키고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예산을 집중해야 새로운 시도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데, 관리의 기재부 손바닥 안에서 창의적 시도가 약해진다는 뜻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기재부의 기획 기능은 사라지고 관리(지역 안배·균형) 기능만 강해지고 있다”며 “기재부가 모든 사업의 정점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지역 상황에 맞는 반짝이는 사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정부가 마치 산하 기관처럼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2022 더 왼쪽으로] 이젠 기재부 해체다

대통령선거가 4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돼야 한다’는 이유보다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유독 넘쳐나는 요즘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등으로 평가절하 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는 이번 대선이 한국 사회가 더 진보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2022 더 왼쪽으로’는 대선에서 주목할 만한 진보적 대안을 조명해보는 기획이다. 연말까지 몇 차례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할 의제와 주장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첫번째 기획으로 ‘이젠 기재부 해체다’ 시리즈를 5개의 기사로 보도한다.

① 정부 위의 정부, 기재부가 ‘폐기한’ 골목상권 지원책
② 경제부시장=기재부 출신…예산에 멱살잡힌 지방 분권
③ 국회 쥐락펴락 기재부, 예산 선물 보따리엔 뭐가 들었나
④ ‘기재부의 나라’ 드러낸 문재인 정부 다섯 장면
⑤ 기재부 해체, 그 오래된 미래…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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