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증오하는 이유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한 팔레스타인 시위자를 내리누르고 있다.ⓒ사진=뉴시스/AP

이스라엘이 포위한 작은 땅,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증오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대립이나 영토 분쟁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의 기사를 전한다.
원문: Why Israel Hates Gaza

영국 내무부는 지난 11월 24일 2000년 테러 방지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이슬람 세력인 하마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2001년부터 하마스의 군대를 테러단체 목록에 올렸고, 이번에 하마스의 군사조직과 정치조직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하마스를 완전히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포위된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하마스다. 그러니 영국의 이번 조치로 팔레스타인 해안에 있는 이 창살 없는 감옥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분명히 더 악화될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알고도 이번 조치를 취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서방이 가자 지구에 대한 동정심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가자 지구에 대해 동정심은커녕 경멸감마저 가지고 있다. 영국은 가자 지구가 이례적인 억압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2021년 5월 13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이 공습한 건물이 무너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AP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 5월 11일 동안 가자 지구에 폭탄을 마구 떨어뜨릴 때 명백히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약 250명이 목숨을 잃고 2,20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다고 한다. (물론 이스라엘 당국은 이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백악관은 3월 12일 발표문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벤야민 네타냐후 당시 이스라엘 총리에게 “나라와 국민을 방어할 이스라엘의 정당한 권리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이튿날 이스라엘이 ‘심각한 과민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입장 발표에는 가자 지구나 팔레스타인, 심지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스라엘의 5월 폭격 동안 실시된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11%만 팔레스타인 편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의 19%와 공화당 지지자의 3%만 팔레스타인 편이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은 이스라엘이 폭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명확한 승자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고, 압도적인 다수가 가자 지구 폭격이 정당했으며 이스라엘이 더 오랫동안 폭격을 했어야 했다고 답변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021년 5월 16일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한 건물에서 사망한 한 어린아이를 수습하고 있다.ⓒ뉴시스, AP통신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 지구가 어떤 낙인이 찍혔는지 유난히 잘 알고 이를 활용했다. 그리하여 예루살렘인근의 셰이크 자라의 팔레스타인 철거민의 5월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철거가 아닌 시위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주장했고, 가자 폭격 때에는 그 책임을 하마스에게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가자 지구 폭격을 ‘장벽의 수호자 작전’이라 명명하며 이를 정당화하고 철거 문제는 완전히 묻어 버렸다.

신기하리마치 시위를 촉발했던 팔레스타인의 영토, 주권 및 독립 국가를 가질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더 불편한 것은 이런 점에서 가자 지구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자 지구 문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치의 구현이자 결과이다. 가자 지구는 1948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찬탈과 건국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매일매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실 나크바(대재앙) 이전에는 가자 지구가 영국위임통치령 남부의 한 지역에 불과했고 별개의 영토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건국과 동시에 70만의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는 나크바를 자행하자 22~25만 명의 난민이 몰리면서 가자 지구가 현재의 정치적, 경제적 모습을 갖췄다. 가자 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가 됐고, 인구의 대부분이 난민으로 구성된 사실상의 난민촌이 됐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도=나눔 문화

가자 지구는 원래 서안 지구보다 가난한 지역이었다. 이집트 통치하에서도, 나크바 직후에도 가자 지구는 항구가 폐쇄되고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농경지가 손실돼 경제적 붕괴에 직면했다. 농촌에 기반을 둔데다가 소규모였던 가자 지구의 경제는 새로 유입된 난민을 부양할 능력이 없었다.

이집트는 주로 가자 지구 삶의 모든 면에 대한 군사적 통치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있었고 경제 혹은 기반 시설 개발의 촉진에는 관심이 없었다. 모든 공직에는 이집트 관리들이 임명됐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행정직에서 제외됐다. 토착 가잔족은 이집트의 철저한 감시를 받았고, 난빈의 대부분이 사회 및 경제 활동의 주변부로 내몰렸다.

1956년 수에즈 위기 이후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에 들어오는 것에 소홀해졌고 가자 지구에 대한 장악력도 떨어졌다. 이집트 통치의 마지막 10년 동안 가자 항구가 다시 문을 열었고, 이 지역은 자유무역지대가 됐다. 가자의 감귤이 수출됐고 경제가 조금 살아났지만 그 혜택은 가자 지구 토착민들에게 돌아갔고 난민들은 여전히 국제기구 등의 구호물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직접 통치하에 들어가면서 가자 사람들이 이스라엘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자 지구가 경제적으로 숨통이 좀 트였다. 그 이후 20년 동안 이스라엘에 있는 팔레스타인 노동자의 60%가 가자 지구 출신이었다. 이로 인해 가자 지구 내수 시장의 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발전이라고 할 정도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경제의 핵심 분야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에 간 노동자들이 벌어서 보내 준 돈은 이스라엘의 상품을 사는 데 주로 쓰였다. 가자 지구의 경제가 구조적으로 여전히 취약했고 저개발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에드워드 세이드 교수가 얘기했듯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 그리고 학대와 억압, 어려움을 겪고 있는 궁핍한 난민들의 지상 지옥이자 저항과 투쟁의 중심”이었다.

2017년 11월 2일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 국가(이스라엘) 수립을 지지하는 영국 정부의 ‘밸푸어 선언’ 발표 100년이 된 날이었다. 이날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시 행정수도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인들은 ‘밸푸어 선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2017.11.2ⓒAP/뉴시스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 독립 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1948~1967년 요르단 통치 하에서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슬림형제단이 요르단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은 금지됐지만 지역과 중앙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됐다. 하지만 가자 지구의 무슬림형제단들은 주로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한 난민들로 구성돼 무장 독립 항쟁을 선호했다.

한편 1954년 가말 압델 나사르 당시 이집트 대통령은 자기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며 이집트와 가자 지구에서 무슬림 형제단을 금지시켰고, 이집트 내의 이슬람주의 활동을 억압하려는 일환으로 가자 지구의 독립운동도 누르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하지만 정치 참여 금지 조치로 가자 지구에서 무장 투쟁이 유일한 저항 수단이 됐다. 1950년대 내내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군사적, 정치적 지하투쟁의 중심지가 됐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병상에 누워 있는 16세 팔레스타인 소년 모하마드 모크벨. 모하마드는 이스라엘 군에 체포당하면서 심하게 구타를 당해 안면 골절을 당했다. 사진은 모하마드의 아버지 무니르 모크벨이 찍어 온라인 상에 올렸다. 이스라엘 군의 반인권적 처사와 만행에 수많은 이들이 분노했다.ⓒ무니르 모크벨/소셜미디어

이런 역사를 고려할 때, 가자 지구가 1차 인티파다의 핵심 역할을 했고, 파타(팔레스타인 민족해방 운동의 후신)의 창립 멤버의 대부분이 가자 지구 출신이었으며, 무장 독립운동 단체의 핵심 인물들이 가자 지구의 난민 수용소 출신이라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가자 지구 사람들의 고통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그게 가자 지구의 예외적인 상황이라 생각한다. 예외적일 정도의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봉쇄와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으로 인해 2012년 유엔이 2020년이면 가자 지구에서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가자 지구의 비참한 상태는 더 명확해졌다.

가자가 예외적일 정도의 억압을 받고 고통을 당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증오를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늘 이스라엘 점령에 맞선 독립 운동의 중심이었던 가자 지구의 역사적인 역할과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이 정의롭고 민주적인 국가라는 이스라엘 국민의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1992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지구가 바다에 그냥 가라앉아 버렸으면 좋겠다”는 악명 높은 말을 남겼고, 나프탈리 베넷 현재 총리는 가자 지구를 ‘테러의 요새’라 칭하기도 했다. 2012년 공격 당시에는 엘리 이샤이 당시 이스라엘 내무장관이 이스라엘 방위군에게 가자를 ‘중세시대’로 되돌려 보내라고 명하기도 했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미국의 대사관 이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면서 60여명이 숨지고 27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018.05.16.ⓒAP/뉴시스

이런 증오는 가자 지구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이 ‘사람이 없는 땅에 땅이 없는 사람들이 세운 나라’라는 건국 신화(?)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처음부터 이 신화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자 지구를 초토화하려 했다. 테오도르 헤르츨의 유토피아적인 시온주의적 비전을 담은 ‘오래된 새로운 땅’에서는 “오래 된 건물 자리에 새 건물을 지으려면, 헌 건물부터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은 이스라엘에 만연하다.

같은 맥락으로 이스라엘의 군사 지도자 모세 다얀은 “아랍 마을 자리에 유대인 마을이 세워졌다. 당신은 그런 아랍 마을의 이름조차 모를 것이다. 당연하다. 그 마을들은 더 이상 지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기도 했다.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잔혹한 탄생 과정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존재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가자 지구에서 최고점에 이른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할 때마다 미국의 입장은 공격만 중단되면 가자 지구를 그대로 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가자 지구는 예외가 아니라 더 넓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가자 지구의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는다면 그것이 양국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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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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