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종말] ‘스마트팜’은 우리 농업의 미래인가?

2018년 11월 15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스마트온실에서 열린 '한국형 스마트팜 2세대 기술' 시연회에서 작물 영상이미지 자동수집장치로 시연을 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채소단지는 수도권의 중심적인 과채류 하우스 단지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기업형 농업회사가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이 회사를 방문하곤 한다. 앞으로 농업이 나아가야 할 모범적 스마트팜(Smart Farm)이라고 추켜세운다. 이 회사는 매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자본의 확장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굴지의 자본회사가 참여함으로써 실제적 투자자본의 먹잇감이 된 사실은 간과한 채 말이다.

스마트팜(Smart Farm)이란 기존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등을 접목하여 만든 지능화된 농장이다. 스마트팜(Smart Farm)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말로 농업선진국에선 ‘Hightech greenhouse’, 또는 ‘Precision agriculture’라고 하는데 완전히 대응하는 개념은 아닌 듯하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IoT)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햇빛량·이산화탄소·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작물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적화된 생육환경이 유지되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늘어나고,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 관리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문재인 정부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농민이 촛불로 일군 정부가 농민을 무시하고,
‘농업 홀대’ ‘농민 무시’ 기조가
집약된 대표적 농정이다

‘이명박근혜 농정의 연장’, ‘스마트팜 적폐밸리’ 등으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농민이 촛불로 일군 정부가 농민을 무시하고, ‘농업 홀대’ ‘농민 무시’ 기조가 집약된 대표적 농정이 됐다.

2018년 4월 농업계는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실 농민들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농업적폐를 일거에 털어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농업정책의 난맥상뿐이었다. 당면한 농업 현안 등은 내팽개친 채 ‘청년농민 육성’과 ‘스마트팜 확산’이라는, 현장 실정과 동떨어진 이상만을 내세운 채 사업을 강행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농민의 유입 정착을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 혜택을 제공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발표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전라북도 김제와 경상북도 상주, 전라남도 고흥, 경상남도 밀양 등 전국 4개소에 5천억 원을 투자해 순차적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혁신밸리의 핵심 기능은 스마트팜 기술의 연구‧실증 지원, 청년농에 대한 창업보육, 임대형 스마트팜 운영 등이다.

농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차 사업 대상지로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를 선정했다. 발표 당일 분노한 농민 1천여 명은 서울 광화문 복판에 모여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연) 소속 농민들이 2018년 8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스마트팜 사업철회 촉구 농민 결의대회에서 적폐밸리 상징모형과 농산물에 불을 붙이고 있다.ⓒ민중의소리

스마트팜은 어찌 보면 농업이 아니다.
일반 제조업에 더 가깝다.
토양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뿐더러
농산물이 아니라 상품을 제조, 가공, 유통, 판매하기에
일반적 농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듯 스마트팜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는 무엇 때문일까. 농민들의 분노는 이유가 있었다. 스마트팜은 어찌 보면 농업이 아니다. 일반 제조업에 더 가깝다. 토양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뿐더러 농산물이 아니라 상품을 제조, 가공, 유통, 판매하기에 일반적 농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거기다 대규모 자본이 투여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기에 농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한, 생산된 상품과 기존의 농산물들이 시장경쟁을 벌여야 하는 고충을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행위이기에 농민들의 걱정과 분노가 큰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구용역이나 농산업에 미칠 영향평가, 지역 농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조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또 혁신밸리에서 생산된 파프리카·토마토·딸기가 국내 시장의 유통전망에 대한 연구용역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시행 후 변화에 대비하지 않았다.

정부의 스마트농업에 대한 우려가 농민단체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정밀농업연구소의 남재작 대표는 민간 농업정책연구소인 GS&J인스티튜트를 통해 스마트농업 정책의 방향이 잘못 설정됐다며 수정을 요구할 정도이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021년 11월 29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해 ‘스마트팜혁신밸리사업’은 생산시설지원사업이 아니고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스마트기술 능력을 배양하는 한편, 시설농가에게는 시설을 임대해 독립시까지 영농능력을 키워가는 임대시설을 갖춘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스마트팜혁신밸리는 실질적으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컴퓨터를 기반으로 정보 및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고 이용하는 기술)시설을 갖춘 스마트팜단지도 있고 임대형 스마트팜단지 등 생산시설도 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이 이구동성으로 기존 농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통구조를 혁신해야 하는데 정부의 스마트팜혁신밸리 사업은 생산시설 확대와 생산력에 중점을 두고있어 생산과잉과 가격폭락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농육성계획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청년농에게 우선해서 빌려주는 등
스마트팜 첨단농업으로 유인하고 있으나
불안정한 시장을 두고 청년농에게
생산을 강요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청년농육성계획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청년농에게 우선해서 빌려주는 등 스마트팜 첨단농업으로 유인하고 있으나 불안정한 시장을 두고 청년농에게 생산을 강요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이런 부담을 안고 청년들이 인생을 걸지도 의문이지만 실패한다면 이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말이다.

게다가 집약된 기술과 이를 적용하는 스마트농업의 첨단기술은 청년들에게 선정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의 ‘기술 대응형 접근’은 우리가 직면한 농업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연) 소속 농민들이 2018년 8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스마트팜 사업철회 촉구 농민 결의대회 후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그렇지않아도 농가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는 현실 속에서 스마트팜혁신밸리는 스마트팜 온실의 섣부른 집적화로 기존 시설농가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고 신구세대 농민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2020년 11월 발간한 ‘스마트팜 기술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세계 스마트팜 시장규모는 4천80억 달러(한화 약 49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17년 4조 4천493억 원에서 연평균 5%씩 성장해 2022년에는 5조 9천588억 원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지능정보 및 ICT를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감축의
한축이 되어야 할 농업은 소농형태여야 한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측면에서 결정된 일이지만
그동안 신자유주의 거친 물결에 묻히고 말았다.
자본의 탐욕과 거기에 편승하는 정부와 농민이라면
우리 농업은 가망이 없는 것이다.

한국은 첨단형이 아닌 보급형 위주의 스마트팜이 농가에 보급되고 있어 주로 모니터링과 자동제어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IT기술과 농업의 융·복합을 기반으로 R&D(연구개발)가 꾸준히 이뤄진다면 국내 스마트팜 시장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스마트팜 보급 현황ⓒ국회입법조사처

이러한 장밋빛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팜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 농업의 지리멸렬을 가져온 지난 50년간의 농업정책의 올바르고 정확한 평가가 우선 되어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등에 맞추어 농업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 내야 한다.

스마트팜은 투자비용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그것은 자본의 생리이다. 자전거의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넘어지듯 자본은 그 증식을 위해 끊임없는 투자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농업이 올라탄다는 걸 게임체인지라고 한다면 우리 농업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높은 투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 농민이 이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본의 투자는 회수기간 동안 안정적인 농업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투자할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팜은 스마트팜이라고 할 수 없다. 시설채소 등의 하우스에 자동화 기기를 설치하여 자동제어를 하는 수준일 뿐이다. 또한, 이를 통한 생산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뿐이다. 농식품부가 말하는 6차산업형 스마트팜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듯 세계시장의 변화나 생산과잉의 문제등도 고려되지 못한 상태에서 마치 스마트팜으로 우리 농정 틀을 완전히 바꾸려 드는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다.

기술적으로도 선진국에서 들여와 현장 접목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ICT 산업의 강점을 살려 농업용 로보틱스와 농장경영지원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농업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농업예산을 최첨단 기술과 건설업자들에게 던져주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스마트팜은 투자규모에 비례, 토지 및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제조, 가공, 유통, 판매를 결합함으로 대규모 자본의 투자처가 된다. 결국, 자본지배체제가 되는 것이다. 자본은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농장의 규모화를 촉진한다. 이에 따라 노동의 형태도 상시고용으로 농업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팜의 미래는 최적환경을 제어하는 생산기계의 로봇화, 의사결정시스템의 진화등으로 생산과 소비를 최적화할 수 있는 데이터농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농업의 자본예속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감축의 한축이 되어야 할 농업은 소농형태여야 한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측면에서 결정된 일이지만 그동안 신자유주의 거친 물결에 묻히고 말았다. 자본의 탐욕과 거기에 편승하는 정부와 농민이라면 우리 농업은 가망이 없는 것이다. 과연 스마트팜은 미래의 농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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