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떤 재벌과 정치인들의 한심하고 천박한 ‘멸공 챌린지’

어떤 재벌의 철없는 행동에서 시작한 때아닌 ‘멸공’ 캠페인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6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뜻모를 이야기를 올렸고, 8일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장 보는 사진과 함께 #멸치, #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어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이마트를 방문해 “멸공! 자유!”를 외치며 정색을 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는 영상으로 ‘멸공 챌린지’에 동참했다.

면면이 만만치 않은 인사들이 갑자기 ‘멸공’ 캠페인에 나섰는데 막상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저 ‘멸공’을 반복할 뿐이다. 인터넷 상의 밈(meme) 현상이라고 치부할 일도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튀는 행동을 즐겨온 정 부회장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품격 따위를 중시해 온 인사들인데다가 이들이 따라할 만큼 대중화된 밈도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속내를 짐작하자면 현 정부를 ‘공산당’쯤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신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 테다. 현 정부를 그렇게 보는 것도 어이 없거니와, 만약 진짜로 그리 생각한다면 이렇게 장난을 칠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멸공’은 독재 정권 시기 국가폭력의 명분이었다. 민주화와 통일운동, 노동·농민 운동엔 예외없이 ‘빨갱이’라는 낙인이 붙었다. 그 국가폭력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지금, 장난 삼아 ‘멸공’ 캠페인을 벌이다니 이들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좋든싫든 우리는 중국이나 북한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정 부회장이야 그렇다치고 윤 후보나 나 전 의원 등이 이런 행동을 벌이는 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의 일을 그저 해프닝으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이들이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드러내겠다니 그 유아적 발상에 한숨이 나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캠프를 떠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손잡으면서 윤 후보의 메시지는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과격해졌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선언하거나 재원과 효과를 밝히지 않은채 군장병 월급 인상과 전기차 충전비 동결을 내놓았다. 지금 이어지는 멸공 챌린지도 그렇다. 윤 후보로서는 극약처방을 하더라도 주목도를 되찾고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극약은 결국 사람을 해치고 우리 사회를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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