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은심 여사를 애도하며

6월 민중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항년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배 여사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넘어 평생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투사로 살다갔다. 시대적 비극으로 상처를 입고 흔들리는 이들의 곁을 따뜻하게 지켰고 민주주의로 가는 주요 길목에서 누구보다 더 앞장선 삶으로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유가협 회장을 맡았던 지난 1998년에는 422일 동안 국회 앞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 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직접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아 세입자의 울분과 좌절을 달랬으며, 세월호 참사 현장으로 달려가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며 왔다’면서 상심에 빠진 유가족의 눈물을 어루만졌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며 우리 사회 청년노동자가 겪은 고통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강제 해산을 앞둔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단식농성장에도 들러 격려를 아끼지 않던 배 여사의 얼굴이 생생하다. 이처럼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간 배 여사가 예고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어 매우 비통한 심정이다.

한국사회가 이만큼의 정치적 자유를 얻는 데는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과 아울러 유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 특히 배 여사는 쓰러지기 직전인 지난달까지도 국회 앞 민주유공자법 제정 농성장에 들러 1인 시위를 이어갔다고 한다.

독재의 후예들이 역사의 퇴행을 꾀하며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는 오늘, 아들과 함께 평생을 싸운 배 여사와의 영원한 이별이 아프고 또 아플 뿐이다. 우리 사회는 배은심 여사에게 너무나 큰 빚을 졌다. 깊이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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