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멸공’ 일탈, 재벌 총수 리스크의 민낯

신세계 주가 6.8% 급락, 여론 민감한 유통·소비재 그룹 총수 자질 의심

정용진 부회장 불매운동 이미지ⓒ출처 : 온라인커뮤니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민감한 선거 시기 ‘멸공’ 논란을 촉발했다. 여론에 민감한 유통 거대 재벌 총수가 맞는지 자질을 의심케 한다. 총수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일탈에 나서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10일 신세계그룹 관련 주가는 7%가량 급락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는 전 거래일 대비 6.8% 폭락한 23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땐 8% 이상 급락했다. 관련주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I&C도 3~5%대 하락했다. 이마트만 간신히 보합권에서 등락을 보였다.

신세계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온라인에는 ‘NO, BOYCOTT 정용진’이라고 적힌 이미지가 확산한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중단하자 네티즌들이 만들었던 ‘노 저팬’ 게시글에 불매 대상만 일본에서 정용진 부회장으로 바뀌었다. 국내 최대 온라인커뮤니티 중 하나인 ‘보배드림’에는 신세계와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글이 올라왔다가 이내 삭제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는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큰 리스크”라고 평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공산당을 없애자’는 뜻의 ‘멸공’ 게시물을 잇달아 게재하고 있다.

‘구시대 적인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 부회장은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반대 여론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물도 올렸다. ‘넘버원 노빠꾸’라고 적힌 케이크 사진을 올리며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다. 게네들을 비난 않고 왜 나에게 악평을 쏟아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적었다.

정용진 부회장 SNS 게시글ⓒ출처 : 정용진 부회장 SNS
정용진 부회장 SNS 게시글ⓒ출처 : 정용진 부회장 SNS

그는 ‘사업보국, 수산보국’이라는 한자를 쓰는 동영상도 첨부했다. 두 한자어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즐겨 쓰던 말로 ‘기업으로 사회적 부를 일궈나가자’는 뜻이다.

정 부회장의 멸공 게시글은 ‘사회적 부를 일궈나가’자는 것과 거리가 멀다. 최초 ‘멸공’ 게시물을 게재했을 당시 공유한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고려하면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인권 문제에는 비상식적 대응을 해왔다. 외교적 논란으로 확산할 경우 중국 내 한국 기업에 피해를 입힐 공산이 크다.

자사 중국 진출 전략에도 악영향을 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중국 화장품 사업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로 중국을 공략중이다. 매출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명품 브랜드 스위스퍼페션 인수 이후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뷰티업계 입성을 노린다.

중국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다만 중국 언론은 정 부회장의 일탈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일 자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금주 아시아 이슈’ 인물란에 정 부회장의 멸공 이슈를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중국이 정 부회장의 해명대로 생각할지 미지수다.

정 부회장은 10일에도 일탈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전문에, ‘우리와 우리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며 “쟤들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 데 안전이 어디 있느냐”고 적었다. 그는 “군대 안 갔다 오고(정 부회장은 과체중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6·25 안 겪어봤으면 주둥이 놀리지 말라는데. 그럼 ‘요리사 자격증 없으면 닥치고 드세요’이런 뜻인가”라고 덧붙였다.

재벌 총수의 일탈에 야권이 동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신세계그룹 소속 대형 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본 뒤, SNS를 통해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사진을 올렸다. 멸치와 콩이 ‘멸공’을 뜻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하다. 다만 윤 후보측은 10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이 대형마트로 확대되는 것과 관련한 일정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에 이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김진태 의원도 똑같은 취지의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이 쏘아 올린 이른바 ‘멸공 챌린지’가 야권으로 확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 부회장과 윤석열 후보 등 야권을 겨냥해 “일베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후보의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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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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