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식 중도전략 내던지고 혐오정치로 선회한 윤석열 선대본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을 발표한 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01.10.ⓒ뉴시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 전략이 '급변'했다. 지난 주말 새 논란이 거셌던 '여성가족부 폐지'와 '멸공' 논란이 상징적이다. 그동안 김종인이라는 정치인을 앞세워 추진하려 했던 '중도화 전략'은 폐기하겠다는 선언과도 다름없는 행보다.

결과적으로는 중도 확장 전략을 폈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하고 그 빈자리를 이준석 대표가 채우면서 나온 변화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윤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이 불명확하다 보니 대선 전략의 키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선거 전략이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합리적 대안 없이 덜컥 올린 '여가부 폐지',
때 아닌 이념공세 논란 일으킨 '멸공' 논란까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윤 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올렸다. 하루 전에는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를, 9일에는 "봉사월급 월 200만원"을 올렸다. 모두 '이대남(20대 남성)'으로 일컬어지는 특정 집단을 겨냥한 메시지였다.

특히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선거대책본부에서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에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파장이 예상되는 공약을 구호 수준으로만 불쑥 던져놓고, 합리적인 대안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루는 모습이다. 남성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윤 후보의 '달라진 모습'에 즉각적인 환호가 터져나왔다.

지난 8일에는 신세계 계열사의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한 사진을 올리며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촉발한 '멸공' 논란을 확산시켰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챌린지 형식으로 따라하며 이슈 몰이에 가세했다.

논란이 일자 윤 후보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멸치 육수를 자주 내서 먹는다", "아침에 콩국을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 먹는 품목"이라는 황당한 해명으로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지만, 시대착오적인 반공 이슈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김종인 앞세워 중도층 노리던 윤석열
이준석과 갈등 봉합한 뒤, 선거 전략 급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2022.01.06.ⓒ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두 논란의 공통점은 갈등과 분열을 기반으로 한다는 데 있다. 당내 갈등과 잇따른 망언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혐오 정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김종인 체제' 하에서 윤 후보가 취했던 중도 확장 전략과는 확연히 동떨어진 전략이다. 당초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손을 잡으며 '약자와의 동행위원회'라는 의제를 적극 띄우며, 위원회 위원장을 윤 후보가 직접 맡도록 했다. 국민의힘을 규정하는 '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보수 정당 후보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약자를 공략하는 행보로 지지층 확대를 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인물 영입도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됐다. 윤 후보는 "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만 같으면 함께 하겠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도 선대위에 합류했고, 김 전 위원장 본인의 의사는 달랐지만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도 이러한 전략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으로 대표되는 당내 권력 투쟁과 후보와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이러한 전략은 빛을 보기도 전에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게 됐다.

대신 기존 선대위를 해체하면서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던 이들과는 자연스럽게 결별하게 됐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수용한 모습이다. 이 대표가 줄곧 주장해 온 '세대포위론'이란, 20·30대의 확고한 지지와 당의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윤 후보의 이러한 전략 변화가 실제 득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후보의 선거 전략 선회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거를 그렇게 하는 것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여가부 폐지와 관련된 공약도 "일방의 얘기만 듣고 결정하면 반대쪽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극우 행보에 치중했던 황교안 전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 시절과 비교하며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홍 의원은 "매우 큰 일 났다"며 "황 대표에게 붙어 180석을 외치던 그 사람들이 윤석열 후보조차 망치고 있다. 정신 차리자. 제대로 판을 보고 대책을 세우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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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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