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첫 게임공약 “본인인증 폐지”...게이머·업계 “뜬금 없네”

게이머들 “핵·욕설 더 늘어날지도...부작용 우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첫 번째 게임 관련 공약을 발표했지만, 게임 이용자와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가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나라'라는 이름의 공약을 공개했다. 윤 후보가 게임에 대한 공약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해당 공약은 전체 이용가 게임물을 본인 인증 의무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게임산업법상 온라인 게임물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후보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편의 확대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청소년의 회원 가입 시 법정대리인 확보 의무는 유지하되, 전체 이용가 게임물은 본인 인증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온라인 게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본인 인증 수단은 휴대폰, 신용카드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본인인증 수단이 없는 청소년 등은 회원가입 및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 이용자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비판까지도 제기된다"고 해당 공약을 밝힌 배경을 설명했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일 게임전문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공약은 이와는 반대되는 태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게임 공약


윤 후보의 공약에 게임 이용자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하며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게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은 "핵(비인가 프로그램)들 판치겠네", "욕설이 더 늘어날 것 같다", "본인인증이 왜 있는지 이해 자체를 못한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게임에서 '비인가 프로그램'(핵)' 사용과 욕설 등 비매너 행위가 많아질 것이란 우려다.

FPS게임에서 자동으로 조준이 되는 '에임핵'이나 MMORPG에서 자동 사냥으로 레벨업을 하는 '매크로' 등 비인가 프로그램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다. 이에 게임사는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인증이 폐지되면 한 사람이 여러개의 계정을 만들기 쉬워져 이러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비매너 유저들에 대한 계정 정치 조치도 의미가 없어져 욕설, 성차별 발언 등 비매너 행위가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윤 후보의 공약을 두고 "무슨 저의를 가진 공약인지 모르겠다"며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처장은 "청소년을 예로 들면서 전체연령 이용가 게임에 대해 완화하겠다는 건데, 전체이용가 게임을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에 대해 잘못된 철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연령가 게임이 계정을 무제한 생성하도록 가능해지면 게임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전체연령가로 게임을 내려고 할 것"이라며 "현재 전체연령가 게임에도 인종·성별·지역에 대한 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등 문제가 발견되는데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약 윤 후보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많은 게임사들이 이용자 확보에 유리한 전체연령가로 무리하게 발매하려고 하면서 전체연령가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요소들이 걸러지지 않는 등 부작용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앞서 '셧다운제' 도입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8세 이용가 게임으로 유통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셧다운제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자사의 'Xbox 라이브'를 18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용등급표시


김 사무처장은 "12세, 15세 이용가 게임은 그대로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해서 실제로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풀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인터뷰'로 20대로부터 뭇매를 맞은 윤 후보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게임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봤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정책 자체는 이미 발의된 법안에 있는 내용으로, 새롭지 않다"면서 "이미 1년도 지난 내용을 지금 던지는 건 지난 인터뷰 논란 이후 급하게 게임에 관심을 표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에 게임 중독 표현을 삭제하고, 전체이용가 이외 게임이용시에만 연령 확인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후보의 공약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전체이용가 게임 본인인증 폐지' 공약에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윤석열 캠프 측에 물어봤으나 "아직 답변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을 받았다.

12일에도 윤 후보는 '게임산업 발전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나, 해당 공약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이 자리에 참석한 하태경 게임특별위원장은 욕설 등 비매너 행위에 대해 "법으로 푸는 것보다 게임 리터러시(이용능력) 기관을 각 지역에 설치해서 사회적으로 푸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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