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출 구조조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네거티브 공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정책 발표에 나서고 있다. 11일 하루만 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경제 선포식을 하고 5강의 경제 대국을 목표로 내세웠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임대료 국가 분담제, 출산 지원금, 필수 의료 국가 책임제, 청년 원가 주택 공급 등을 약속했다.

이런 공약이나 정책은 대개 큰 돈이 들어간다. 작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 두고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세금을 걷고 쓰는 문제에 대해 국민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는 사실상 선거가 유일하다.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전문관료와 선출된 공직자들이 결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볼 이유도 없다. 유권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요구가 가장 절실하다고 주장할 수 있고, 이런 주장들이 경합해 새로운 정책이 자리잡는 건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그러니 어디에 쓸 것인가 만큼이나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증세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설득을 거쳐서’나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윤 후보는 아예 증세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니 당장 필요한 돈은 기존 예산의 지출을 변경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예산과 지출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돈이 그냥 만들어질 리는 만무하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예산안을 짠 관료들과 이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정치인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한다. 결국 새로운 재원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하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증세를 언급한 것은 그래서 눈에 띈다. 심 후보는 10일 저소득층을 위한 시민최저소득 보상 방안을 제시하며 증세 필요성을 밝혔다. 소득하위 50%이하 국민들에게 월 최저소득 100만원을 보상하되, 이를 위해 1억 이상 개인소득이나 1천억 이상 기업소득에 대해 5% 더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증세 논의를 회피하는 여야 후보들에 대해서는 ‘비겁하다’고 일갈했다.

덜 걷고 더 준다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속불가능하고,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약속하는 건 거짓말일 뿐이다. 현행 선거법은 작은 허위사실을 공표해도 당선무효 수준의 엄격한 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다. 공약과 정책이라는 이유로 거짓말이 허용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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