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대로 복귀한 오영수, ‘라스트 세션’ 프로이트 열연에 ‘기립 박수’

오영수 출연 연극 ‘라스트 세션’ 오는 3월까지 대학로서 상연

연극 '라스트 세션' ⓒ파크컴퍼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오영수 배우가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2인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이라는 작품이었다.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TV 부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다음 날인 11일 오영수 배우는 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티켓 부스는 철저한 방역 관리 속에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극이 끝난 후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이날 오영수 배우는 80대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연기했다.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학자이자 심리학자다. 무의식, 꿈의 해석 등 정신분석학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 독자들에겐 '꿈의 해석'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징어게임' 속 깐부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렬했던 탓일까. 무대에 오영수 배우가 등장하자, '오징어게임'의 '일남' 캐릭터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오 배우가 대사를 시작하자, 분위기가 역전됐다. 그는 활시위를 당기듯, 때론 팽팽하게 때론 느슨하게 대사를 쐈다. 틈을 주지 않고 날 선 논리로 상대방을 휘어잡았다. 깐깐하고 꼬장꼬장하게 상대방의 철학을 꼬집기도 했다. 어떤 땐 한껏 너털하게 풀어져 재치와 유머를 쏟아냈다.

90분이라는 상연시간 동안 관객은 프로이트 덕분에 잔뜩 긴장하고 동시에 깔깔깔 웃었다. 참 아이러니한 시간이었다. 무대를 채운 소재들은 철학, 심리학, 성경, 문학 등 일반 관객이 부담을 느낄 만한 장르였다. 그럼에도 관객이 부담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작을 넘어서서 오영수라는 배우가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프로이트 캐릭터의 재발견이었다.

오영수 배우와 호흡을 맞춘 것은 이상윤 배우였다. 이상윤 배우는 프로이트와 치열한 토론을 펼치는 40대의 C.S.루이스 역할을 맡았다. 실존 인물인 루이스는 영국의 학자였다. 특히, 그는 한국 관객에게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역시 프로이트처럼 무신론자였지만 추후 유신론으로 회심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 ⓒ파크컴퍼니

작품을 쓴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은 실제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을 무대에 데려와 치열하게 토론하도록 만든다. 프로이트는 무신론자, 루이스는 유신론자다. '한 세계관의 양 극점에 있는 두 실존 인물이 만나서 토론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칙한 상상력에서 작품은 시작된 것이다.

무대에서 오영수 배우와 이상윤 배우는 섹슈얼리티, 무의식, 기쁨, 도덕률, 음악, 하나님의 존재, 죽음 등을 두고 날을 세운다. 어느 것 하나 교차 지점이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토론은 팽팽하다. 오영수 배우가 창을 세우면 이상윤 배우는 방패로 막는다.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치열한 말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말들의 충돌 속에서 고고하게 선혈이 튈 정도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프로이트가 "어떻게 당신은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본단 말이오! 이 세상엔 수 만 가지의 색깔이 있소!"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루이스가 "우리가 다시 만나는 건 하나님만이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가슴을 통쾌하게 등짝을 시원하게 만든다.

또 다른 재미는 말들의 전쟁 속에서 질금질금 흘러나오는 인간적 면모들이다. 단단한 사상적 철학을 가진 두 인물은 문득 자신의 가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섹슈얼리티를 논하거나, 공습으로 방독면을 써야 하거나, 구강암을 앓고 있는 프로이트의 보철을 루이스가 빼줘야 하는 상황 속에서 두 인물의 움찔거림과 삐끗거림은 작품을 윤이 나게 만든다. 철옹성 같은 세계관 속에서 문득문득 흘러나오는 사람의 내음이랄까. 해당 지점은 작품을 몰입하게 만들어준 포인트였다.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만난다는 설정은 허구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배경은 실제에 밑받침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결정한 1939년 9월이다. 또한, 무대에 실제 등장하지 않지만 실존 인물인 프로이트의 딸 안나,  J.R.R 톨킨, 프로이트의 죽은 손자 등의 이야기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덕분에 '라스트 세션'은 허구 위에 지어진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라스트 세션'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년간 총 775회의 롱런 공연을 기록했고, 2011년 오프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 최우수신작연극상을 수상했다. 지난 2020년 한국에서 초연했고, 올해 무대는 재연 무대다. 올해 무대에서 오영수 배우와 전박찬 배우(루이스 역)가 새롭게 합류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지난 7일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개막했다. 공연은 오는 3월 6일까지 상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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