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축제, 축제의 주인은 누구였나”

예산 삭감·공연 취소...축제 주인공들의 목소리 담은 ‘문화 정책’을 기대하며 열린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축제 자원봉사자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돌이 됐습니다."

마포구 탈영역우정국 2층에서 만난 안내원은 시민들에게 축제 부스 속 인형을 가리키며 이처럼 안내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축제가 변경되고 취소되길 거듭하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또, 안내원은 축제가 열리지 못해서 결국 공연들이 비대면 영상으로 대체됐다고도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끝난 후 축제 현수막을 살펴보니 '취, 소'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 아래엔 귀여운 공들, 형형색색 풍선들, 스카이댄서가 나풀거리고 있었다.

해당 공간은 작은 축제 현장처럼 보였지만, 사실 전시 현장이었다. 전시 이름은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였다. 이 전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변경되고 취소된 축제들을 조명한다. 전시는 우후죽순으로 변경·취소되는 축제들 사이로 사회 이슈와 문화정책까지 꼬집어낸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잘 몰랐던 축제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더 나아가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할 축제는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도 제시해준다.

축제를 기획한 김민수 기획자는 13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계속 많은 축제가 변경되고 취소되면서 화가 났다"며 "팬데믹으로 취소되었던 축제와 그 이면을 조명해 보고자 전시를 시작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축제는 총 네 가지 공간으로 구성됐다. ▲(취)국제판타스틱공공거리예술공연파크다원아트축제페스티벌(소) ▲빈자리로 도착한 편지 ▲마주보기 ▲열리지 못한 축제를 기억하기 등이었다.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빈자리로 도착한 편지' 코너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축제가 '정지'된 것과 관련해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실제 김민수 기획자가 시민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받은 답장들이 공개돼 있었다. 답장을 보낸 사람들은 시의원, 공무원, 자원활동가, 기획자, 예술가, 문화재단 행정가, 문화연구자, 푸드트럭운영사 대표, 예술대학생, 기술 협력업체, 일반관객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편지 속에는 "축제는 저처럼 어느샌가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가 취소되고 허용 범위의 제한이 많아지는 만큼 문화 또한 폭이 좁아지거나 고갈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시도되는 이 시기가, 그리고 이 시기를 살아내는 축제들이 아주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우린 모두 너무 아프게 성장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답장에는 "축제가 취소되면서 과거에 경험했던 축제들이 가끔 떠올려지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느낌은 '소통과 교류의 감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접 만나 얘기 나누고 얼굴 맞대고 웃으며 길을 걸었던 순간들에 관한 감각인 것 같습니다."라는 피드백도 있었다.

김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축제를 구성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 축제는 많은 사람의 힘으로 이뤄졌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주인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열리지 못한 축제를 기억하기'에서는 2020년 1월 국내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수많은 축제들이 변경되고 대체되고 취소되는 과정을 시각적 아카이빙 형태로 담아냈다. 전시에 게시된 축제들은 '서커스캬바레'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 '부산금정거리예술축제' '수원연극축제' '광주프린지페스티벌' '과천축제' '광명가족극장' '포항거리예술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 등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축제들로 총 11개였다.

축제가 겪은 수난들과 함께 '신천지 대구 교회 내 대규모 집단 감염 발생' '공적 마스크 제도 실시' '거리두기 5단계 개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3차 대유행' '백신 접종 시작' 등 사회적 이슈도 함께 기록해 뒀다. 이미지 가장 아래에는 도표 형식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함께 표시해 뒀다.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것은 한국 문화 예술 정책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는 글귀들이었다. 축제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행정가들의 정책, 과천축제 예산 전액 삭감에 관한 과천문화재단 직원들의 글, "공연예술제는 단순한 행사성 사업이 아니"라고 말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김 기획자는 "공공기관에서 하는 축제들을 봤을 때 결국엔 이것이 '팔길이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방분권이 커지면서 축제가 어느 순간부터 (관계자들의) 얼굴을 비치는 이벤트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축제와 예술이 빵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듯 그냥 나눠주는 식이 되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여론이 안 좋을 것 같은데? 축제 취소시켜!'라고 하거나 '이미 극장으로 공연팀이 들어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비대면 하라'고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면서 "그래서 이러한 텍스트를 수집해 뒀다"고 말했다.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문화정책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탁상행정의 구멍은 코로나19를 통해서 현저히 모습을 드러냈다. 김 기획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화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세에 대해 "결국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전시 속에서도 법률을 적어뒀다"며 "문화예술진흥법 1장 3조 1항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권장 보호 육성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적극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시책을 수립하려면 미리 문화 예술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축제의 주인이 누군지 계속 묻는 것처럼, 문화정책을 만들 때도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주보기' 코너에서는 축제 기획자들이 코로나19 당시 역변하는 상황 속에서 겪어야 했던 고충과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코로나19 이후 축제의 빈자리는 오히려 축제가 가진 엄청난 힘을 복기하게 만들어줬다. 축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와 공동체를 확장시킨다. 또한, 동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인 이슈를 전파하기도 한다.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 한다. 축제는 우리 시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다양한 목소리가 축제에 담길 때 한국의 축제 문화는 더욱 윤택해진다.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플랫폼실현 분야 선정 연구 '포스트 코로나, 예술축제의 공공성과 플랫폼의 역할'을 통해 만들어졌다. 지난 12일 탈영역우정국 2층에서 개최된 이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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