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정용진이 지금까지 말아먹은 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 어쩌고 하며 난리를 부린 지 1주일이 지났다. 이 철딱서니 없는 재벌3세의 온갖 궤변 탓에 온 나라가 쌍칠년도에나 나올 법한 멸공 논란에 휩싸이다니, 참 이 나라도 경제인 복이 더럽게 없다.

“군대도 안 간 자가 무슨 멸공 운운이냐?”는 세간의 반론은 당연히 옳지만, 워낙 많이 나온 이야기인지라 오늘은 생략하겠다. 다만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군대 안 갔다 오면 멸공 못하나?”라고 울분을 터뜨렸다는데, 여기에 대해서만 한 마디 덧붙인다.

당연히 군대 안 갔다 왔어도 멸공을 해도 된다. 그런데 1kg 차이로 군대를 면제 받은, 그것도 단 몇 년 만에 수십kg이 갑자기 불어서 면제를 받은 너님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웃기지 않나? 당신에게 멸공을 외칠 자격이 없다는 게 아니라 “멸공을 위해 목숨은 너희들이 걸고, 나는 주둥이만 놀리겠다”는 그 태도가 웃기다는 이야기다. 이게 이해가 안 되나?

아무튼 이 이야기는 그만 하자. 내가 그의 주절주절 늘어놓은 헛소리들 중 제일 웃겼던 것은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라며 비장해 했던 대목이다. 도대체 이 대목에서 왜 비장해지는 건가? 누가 보면 정 부회장이 사업가로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인 줄 알겠다.

그의 헛소리를 보고 누군가가 SNS에 이런 글을 남겼던데, 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 그리고 홈에 들어오면 자기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줄 안다.”

정용진이 말아먹은 사업들


태어나보니 외할아버지가 이병철이었고, 그래서 아무 노력 없이 신세계그룹을 꿀꺽 삼킨 정 부회장은 전형적으로 ‘3루에서 태어난 자’다. 그런데 그건 뭐 대한민국 재벌들이 다 그러니 일단 넘어가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홈에 들어온 뒤 “그게 다 내 능력이다”라고 자랑하는 태도가 역겨운 것을 떠나, 그가 홈에 들어오기는 했냐는 거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정 부회장이 사업을 벌이는 족족 말아먹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유통업계에서 그를 대놓고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부르겠는가? 누군가가 그러더라. “대한민국에서 투자를 제일 못하는 재벌이 정용진”이라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이 말이 과장인지 아닌지 점검해보자. 2016년 정용진의 이마트는 190억을 들여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에 대항하는 소주 브랜드를 만들겠다면서 말이다.

그가 보기에 소주 시장? 한참 만만해 보였을 것이다. 전국에 깔린 이마트를 통해 판촉을 하면 단번에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 같았겠지. 그러니 제주소주에 6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670억 원을 더 쏟아부은 거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는가? 쫄딱 망했다. 제주소주는 어디 팔지도 못하고 그냥 사업을 접었다.

2017년 정 부회장은 헬스와 뷰티가 새로운 트렌드라며 부츠(BOOTS)라는 브랜드를 설립했다. 그리고 열심히 돈을 쏟아부어 점포 숫자를 33개까지 늘렸다. 그런데 헬스와 뷰티가 트렌드인 걸 누가 모르나? 그 분야가 트렌드이니 경쟁이 치열한 거다. 결국 부츠도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쫄딱 망했다. 33개까지 늘어났던 점포 숫자는 2020년 마지막 매점을 폐점하며 점포 숫자가 빵 개가 됐다.

그런데 이게 진짜 웃긴 것이, 그가 헬스와 뷰티 사업에 진출한 것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게 반전이다. 그는 2012년에도 헬스와 뷰티가 트렌드라며 서구식 드럭스토어 분스(BOONS)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도 말아먹었다. 한번 말아먹었으면 두 번째는 좀 잘 해야 정상 아니냐? 그런 능력을 그에게 기대하는 게 역시 무리였던 건가?

일본의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흉내 낸 삐에로쑈핑이라는 것도 있었다. 정 부회장이 2018년 6월 시작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것도 딱 21개월 만에 말아먹었다. 출범 당시 언론에서는 이 삐에로쑈핑을 “정용진의 야심작”이라며 한참 추켜세웠던데, 뭔 야심작이 2년도 못 버티고 망한단 말인가?

그리고 정 부회장, 이 정도 보고는 들었을 거라고 믿는다. 그 삐에로쑈핑이라는 거, 일본의 돈키호테를 베껴도 너무 베꼈다. 그런데 베낄 거면 좋은 것만 베낄 것이지 돈키호테의 안 좋은 점(좁은 복도, 불편한 쇼핑 동선)까지 그대로 베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런 거 보면 이 사람은 베끼는 것도 잘 못한다.

남성 패션 전문숍 쇼앤텔이라는 것도 있었다. 일명 ‘남자들의 놀이터’를 지향한다며 2018년 선보인 숍이다. 그런데 이것도 1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다. 같은 해 문을 연 가정간편식 매장 PK피코크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둘 다 엄청난 적자를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이 정도면 신사업을 추진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가 자기를 위로하는 코미디


더 웃긴 사실이 있다. 나는 경영자를 비롯해 그 누구라도 실패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패를 했다고 기가 죽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보통 실패를 한 사람은 의기소침하고, 주위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용기를 가져!” 이런 말을 해 주는 게 정상 아닌가?

특히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실패가 구성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면 최소한 미안해라도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정 부회장에게는 그런 태도가 아예 없다. 2021년 신년사에서 그는 “평소 작은 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성을 키우며, 위기도 견딜 수 있는 체질로 항상 준비하자”,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자기의 실패가 좋은 경험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게 좋은 경험일 수 있다. 그리고 저 말들은 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걸 그 타이밍에 너님이 하면 웃기지 않냐는 거다.

뭘 계속 말아먹었으면 왜 실패했는지,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어떤 교훈을 느꼈는지 반성부터 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반성은 일언반구도 없이 “나빴다면 좋은 경험이야” 이러고 있으면 그게 안 웃긴가? “나는 3루에서 태어났으니 좀 실패해도 2루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뭐 이런 태도인 건가?

지난해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의 주제가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하자”였단다. 그렇게 말하는 너님은 정작 멸공 놀이나 하고 자빠졌는데, 부하 직원들이 퍽이나 광적으로 고객에게 집중을 하겠다.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라며 비장해 하기 전에 제발 사업이나 좀 잘 해라. 쌍칠년도에나 통할 멸공 같은 소리 작작 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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