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통화’로 확인된 김건희 선거 개입, 사실상 윤석열이 용인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첫 보도 직후 당내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오히려 통화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선명해지는 의혹이 하나 있다. 바로 김 씨의 선거운동 개입이다.

그동안 김 씨가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은 무성했으나 그 실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7시간 통화' 속 김 씨의 발언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들이 확인된 것이다. 

7시간 통화 곳곳에서 짙게 묻어난 김건희 영향력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캠프 블랙조직으로 뛰어라"


지난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6 ⓒ뉴스1


지금까지 공개된 통화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 씨는 캠프의 인선부터 선거운동 전략까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선거와 관련해 공식적인 역할을 맡지 않았음에도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우리 캠프로 왔으면 좋겠다"며 여러차례 영입을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업무까지 부여했다.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며 "캠프에 와서 블랙조직으로 좀 뛰어보라"거나 "정보업"을 맡으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씨의 개입은 최근까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녹취를 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유튜버들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관리해야 될 애들 명단을 주면, 내가 빨리 보내서 관리하라고 그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더욱이 김 씨를 넘어 김 씨 가족까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18일 '한겨레'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의 친오빠에 대해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헤드"의 예로 소개하며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면으로 부인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19일 입장을 내고 "김건희 대표나 그 오빠가 선거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이 문제될 것도 없지만, 실제 김건희 대표의 오빠는 선거캠프 구성이나 운영에 관여한 것이 없다"며 해당 보도가 일부 대화만 취사해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 부분은 추후 전체 통화 내용이 공개될 경우, 전후 맥락을 고려해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 때부터 논란됐던 '김건희 개입설'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료사진. ⓒ뉴시스

김 씨의 개입설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 윤 후보가 김 씨가 캠프 전반에 비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용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하다. 그간 윤 후보의 선거운동 과정을 되짚어 보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논란이 반복됐는데, 그 배후에 김 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개 사과' 논란이다. 당시 캠프에서는 SNS 담당자가 정무적 판단에 미숙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김 씨가 관여했기 때문에 캠프에서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윤 후보가 경선 토론 과정에서 밝혔던 촬영 경위 역시 의문을 더했다. 당시 윤 후보는 김 씨가 늦은 밤 반려견 토리를 집 근처 사무실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은 건 캠프 SNS를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설명하자, 되려 의아하다는 반응만 뒤따랐다.

당시 윤 후보는 "원래 선거라는 것은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나"라며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7시간 통화'에서 확인된 김 씨의 역할과도 배치되는 주장인 데다가 선거를 '패밀리 비즈니스'로 보는 후보에 대한 강한 우려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의 이 같은 인식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부터 '천공스승' 논란까지 윤 후보 주변에서 끊이질 않는 무속인 논란도 김 씨와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윤석열 멘토'로 지목된 천공은 김 씨에게 연락이 와서 윤 후보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녹취에서도 김 씨는 무속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짐작게 하는 발언이 있었다. 김 씨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고 자평하거나,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힌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김 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사과 역시 여러 뒷말을 낳았다. 김 씨의 사과문이 제기된 의혹과는 무관한 윤 후보와의 첫 만남이나 유산 사실 등으로 채워지면서 선거대책위원회의 정무적 판단을 거친 것인지 의심쩍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사과문을 김 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당 일각에서는 김 씨 사과문의 적절성을 두고 '많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공공연히 나오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후보의 선거를 공식적으로 보좌하는 선거 기구가 직접 개입하지 못할 정도로 김 씨의 영향력이 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후보 가족이면 이 정도는 다 한다"는 선대본부
논란 뒤에도 명확한 해명 없이 부인만 한 윤석열

김건희 ⓒ뉴시스

선대본부 내에서도 김 씨의 비공식적인 개입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정도는 어느 캠프에서나 다 한다'는 논리로 애써 사안을 축소하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선대본부 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면 (후보) 배우자의 입김이라는 건 상수"라며 "현실 정치에서는 배우자가 조언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통화 내용이 보도된 후, "후보의 가족이나 부인이 그 정도도 안 하는 캠프가 어디 있나(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라거나 "남편이 선거에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활동으로 배우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윤희석 상임공보특보)"이라는 항변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보와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배우자의 의견이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막후에서 비선 역할을 하며 공적 업무에 개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만일 선거운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면 공식적으로 하면 된다. 적절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 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의사결정 체계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게 비선의 문제인데, 국민의힘의 주장은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후보 배우자의 비공식적인 개입을 용인하게 된다면 윤 후보가 집권할 시 김 씨가 국정에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을 사과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통화 내용이 공개된 상황에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는 듯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배우자의 캠프 관여 의혹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설명 없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만 밝힌 것이다. 윤 후보가 내놓은 설명이라고는 "제 처가 선거운동에 많이 관여했다고 한다면 그런 통화를 장시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는지 생각해보라"는 말뿐이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민중의 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 하기

이번달 남소연 기자 후원액은 90,000원 입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