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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새우로 살펴보는 한의학의 음양관


새우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수산물입니다. 통째로 구이와 찜을 해 먹기도 하고,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도 들어갑니다. 자잘한 새우로 담근 젓갈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김치의 재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조선후기 의서 방약합편(方藥合編)의 약성가(藥性歌)에서는 새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즉감평 오치의(鰕則甘平 五痔醫)
새우는 맛이 달고 성질은 평(平)하다. 다섯가지 치질을 고친다.
다식동풍 막여아(多食動風 莫與兒)
많이 먹으면 풍(風)을 일으킨다. 아이에게는 먹이지 말아라.


보리새우(자료사진) ⓒ국립수과원

"새우는 맛이 달다"는 구절부터 보겠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감미(甘味)는 완화(緩和)한다’고 합니다. 단맛이 나는 약들은 긴장을 풀어주고 보(補)해주는 효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보(補)해준다고 하는 것은 '기운을 보충하여 준다'는 의미입니다. 그 때문에 기운이 없고 기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운이 너무 충실한 사람에게는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 치료의 관점을 '음양관'(陰陽觀)이라고 합니다. 몸의 균형을 맞춰주려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고구마를 먹고 목이 막힐 때 사이다를 먹고, 허기지고 배고플 때 걸쭉한 미숫가루를 먹으면 좋은 것과 비슷합니다. 고구마 먹고 가뜩이나 목이 막히는데 걸쭉한 미숫가루를 먹으면 더 목이 막히고 별로 안 좋겠지요. 이럴 때는 톡 쏘면서 시원해 막힌 것을 내려주는 사이다가 잘 어울립니다

다음으로 "많이 먹으면 풍(風)을 일으킨다"는 부분을 보겠습니다. 여기서 '풍(風)'이 뭘까요? 흔히 '풍에 맞았다'고 하면 중풍을 말합니다. 그럼 새우를 많이 먹으면 중풍에 걸린다는 말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의학에서 '풍(風)'이란 표현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감기에 걸린 것은 풍한(風寒)이라고 합니다. 몸이 아픈데, 한 곳이 고정적으로 아픈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프다든지 병의 변화가 빠르다든지 하는 양상을 보이면 풍사(風邪)로 인한 병으로 봅니다.

풍(風)은 오행(五行)의 속성 중 목(木)에 해당합니다. 목은 봄의 기운을 대표하는 에너지입니다. 봄에 새싹이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목기(木氣)엔 위로 뚫고 올라가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또 변화가 많은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바람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변화가 참 많지요. 그래서 풍(風)을 목(木)에 배속하고, 위로 기운이 너무 치밀어 올라서 생기는 중풍이나 변화가 많은 감기, 옮겨 다니면서 아픈 증상들을 풍사로 표현했습니다. 일종의 비유지요. 요즘 말로 하자면 '증후군'이 비슷합니다.

다시 원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제 '새우를 많이 먹으면 풍을 일으킨다'는 말을 바탕으로, '새우는 목기(木氣)가 많은 음식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셨죠? 그러니 목기(木氣)나 양기(陽氣)가 부족한 사람에겐 새우가 좋은 보약이 되겠습니다. 반대로 목기(木氣)가 아주 실하고 양기(陽氣)가 실한 사람에게는 새우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스승이신 금오 김홍경 선생님께서는 '뭐든지 약도 되고 독도 된다'시면서 '뭐가 어디에 좋다더라' 하는 유행을 따라가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누가 뭐를 먹고 뭐가 좋아졌데~" 이런 말이 들리더라도, 섣불리 따라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과연 그게 나한테도 좋을까요? 옆집 아이가 뭔가를 먹고 좋아졌다고 해서 우리 아이에게도 좋을까요? 좋다고 먹은 것이 오히려 내 몸의 균형을 깨는 것은 아닌지 차분히 따져봐야 합니다. 

어린이들(자료 사진) ⓒ김철수 기자

그렇다면, 새우를 먹으면 좋지 않은 목기(木氣)가 많은 사람은 누구일가요? 바로 어린아이들입니다. 식물에서 봄에 나오는 새싹은, 사람으로 치면 어린아이들이지요. 그래서 뒤에 '아이에게는 먹이지 말라'는 말이 붙는 것입니다.

그럼 실제로 어린아이에겐 새우가 좋지 않으니 먹이면 안 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일단 음식은 약처럼 성질이 크게 치우쳐 있지 않아 과하지만 않으면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원문에도 "많이 먹으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요. 오히려 어린아이인데도 목기(木氣)가 부족하다면 새우를 많이 먹어 목기(木氣)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새우를 "어린이의 적유증과 백유증[赤白遊腫]에 쓴다"라고 약으로 쓴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항상 무언가에 대해 '절대적'으로 좋다 또는 싫다는 생각을 버리고, '뭐든지 약도 되고 독도 된다'고 탄력적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한의학의 음양관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어떤 특정 건강보조제나 약을 맹신하거나 터부시하기 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에 맞는 약을 잘 쓰는 데 중점을 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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