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음의 저울] 영적 비즈니스 혹은 패밀리 비즈니스

최근 유력 정치인의 아내가 누군가와 통화한 내용이 사회에 공유되면서 그 인식의 수준과 지금껏 해온 행동에 대한 근거가 소위 무속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는 사실에 말들이 많다. 1987년 직선제를 쟁취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꼬박꼬박 참여한 나로서는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특히 ‘자신은 영적인 사람이라 시간이 나면 독서를 하고 도사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하는 장면에선 도대체 무슨 책들을 읽고 어떤 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지 혼란스러움을 넘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으니 한 개인이 무엇을 믿던지 상관할 바는 아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신앙으로 인한 말과 행위가 떳떳하고 객관적이라면 나무랄 일 또한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포장하고 사람들을 속이며 정신을 어지럽힌다면 혹세무민(惑世誣民)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영적인 힘을 자신만의 권력이나 재물을 탐하는 데 이용한다면, 대통령 선거를 ‘영적 비즈니스’ 또는 ‘패밀리 비즈니스’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김건희 씨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내용 중 캠프 전략 조언 부분. ⓒMBC 화면 캡쳐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권 레이스에 나선 정치인은 정작 자신은 아내의 이런 행동을 몰랐다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 드러난 통화 내용을 보면 정치인의 아내가 품고 있는 권력에 대한 의지와 행동이 남편에 못지않고, 선거캠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드러나면 잡아떼고 의뭉스러운 점이 부각되면 무조건 해체한다는 허언을 남기다가 어느새 슬그머니 주술과 영적인 힘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자질의 문제를 넘어서는 일이다. 대통령이 국가에서 차지하는 지위나 역할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술적인 힘이나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지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영향력(social influence)의 원리’라고 한다. 사회적 영향력은 실제 상황이나 상상 속에서 자신보다 다른 힘을 가졌다고 믿는 이들의 압력에 의해 일어나는 행동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주술이 마력처럼 보이는 까닭은 사람의 태도와 믿음, 행동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예들 들면 군 입대를 앞둔 사람에게 이미 제대를 한 사람이 “여자 속옷을 입고 가면 좋은 보직을 얻는다”고 주장한다면, 설령 속으로는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 따라 하기도 하고, 따라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좋은 보직을 얻는 일도 생긴다. 동조로 인해 증거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주술이 강화되는 셈이다.

‘영적 비즈니스’를 하는 자들의 특징은
사람들의 취약성을 잘 이용한다는 점
주술과 맘몬을 숭배하는 세력에 의해 시야가 흐려질 위기에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 필요


주술 등으로 영적 비즈니스를 하는 자들의 특징은 사람들의 취약성을 잘 이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사이비 교주가 당신에게 접근해서 “당신은 큰 인물입니다. 하던 일은 그만 두고 가족과도 일절 연락을 끊고 제가 이끄는 모임에 들어와 영적 비니지스 사업을 합시다”라고 다짜고짜 말한다면 미친놈 취급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며 소망 성취에 대한 희망을 주면서 믿음직한 관계를 형성한다면 어떨까? 게다가 당신의 삶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보인다면?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앞일을 예견하고 자신이 영매이며 미래의 비전을 보여준다면? 마음의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영향력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나 사이비 교주의 신도가 되는 순간, 그 결말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상투적이고 뻔하다. 정기적인 가르침을 주었으니 돈을 기부하라는 요구를 해오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엔 사소한 요구일 수 있지만 친근한 관계를 맺은 후엔 사회적 영향력의 순종(compliance)을 요구하는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라는 기법에 기초하면서 강도가 더욱 더 세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안 된 상태로 사이비 교주에게 몸과 마음을 철저하게 지배당하며 오직 복종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더욱 심각한 일은 거짓된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가 시키는 대로 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고 궁극적으로 자신은 구원받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검찰의 내부 권력 다툼과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다룬 영화 ‘더 킹’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굿을 하는 장면 ⓒ화면 캡처


선거 때가 되면 자신이 믿는 종교가 있더라도 소위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나서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되기에 다급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문간을 넘어서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분별력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영리만을 숭배하는 사이비인지 구분하는 안목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정신의학자 이마라(Imara)의 종교와 영성,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영성을 구분하는 몇 가지 기준을 참고해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종교와 영성의 특징은 자신이 누구인지 찾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선택할 때 삶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게 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전인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실존적인 문제에 직면하도록 한다. 반면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영성의 특징은 자신보다 집단에 충성과 맹종을 강조하고, 자신의 삶보다 교주의 삶을 우선시하며, 삶과 죽음의 실존적 의미보다 지복을 탐하는 맘몬(Mammon)을 강조한다.

대선을 앞두고 주술과 맘몬을 숭배하는 세력에 의해 우리의 시야가 흐려질 위험에 처한 이때야말로 스스로 깨어 있어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못된 무리들에 의해 순종과 복종을 당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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