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모르면서 뭘 자꾸 하려는 게 문제다

“대통령 될 사람이 RE100 이런 거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앞으로도 좀 어려운 것이 있으면 설명을 해줘 가면서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싶다.”

TV 토론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진심으로 풉 하고 뿜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모르는 것’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이다. 누군가가 무엇을 잘 모르면 “모를 수도 있지.”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이 격려는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내가 무지(無知)에 관대한 이유는 나 역시 수많은 영역에서 매우 무식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관심이 있는 영역이 아니면 놀랄 만큼 무식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 이렇게 위로한다. 사람이 어찌 세상 이치를 다 알 수 있나? 모를 수도 있는 거지!

그런 나조차 윤 후보의 저 이야기를 듣고 뿜었던 이유는 “모를 수도 있지!”라는 발언 때문이 아니라 “설명을 해 주는 게 예의지!”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당연히 모를 수 있다. 모를 수 있는데, 그때 설명을 구하는 올바른 자세는 “알려주시면 잘 배우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여야 한다. 안 그런가?

“안 알려줘? 왜 안 알려줘? 이런 예의 없는 놈을 보겠나!”라고 버럭 하는 건 배우는 자의 예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윤 후보는 혹시 ‘예의’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나?

그런데 그의 발언에는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윤 후보가 RE100이나 EU택소노미 같은 용어를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모르는 주제에 왜 핵발전소 확대 같은 엄청난 일을 함부로 벌이냐는 거다. 이게 바로 문제의 본질이다.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소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보탠다. 그런데 그들 중 의외로 많은 이들이 핵발전소가 어느 정도 위험한 구조물인지 잘 모른다.

후쿠시마 참사와 함께 역사상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참사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36년 전인 1986년에 벌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전 벌어진 사고이니 사고 수습은 당연히 끝났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핵발전소 사고가 무서운 이유는 방사능이 끊임없이 유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끊임없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사능이 말 그대로 끊임없이 유출된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류는 방사능 유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냉정히 말해 인류는 문제를 해결을 한 게 아니라 그 문제를 그냥 ‘덮어’버렸다. 농담이 아니다. 인류가 해법이랍시고 제시한 것이, 방사능이 유출되는 그 핵발전소를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 구조물을 만드는 공사에 무려 80만 명이 동원됐다. 이토록 많은 인원이 동원된 이유는 방사능이 워낙 위험한 탓에 현장에 노동자가 몇 초 이상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읽어주기 바란다. ‘몇 시간’이나 ‘몇 분’이 아니라 ‘몇 초’ 이상을 머무를 수 없었다. 그만큼 방사능은 위험한 물질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말 그대로 진짜 ‘몇 초’ 단위로 노동자들을 교대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 중 상당수가 방사능에 노출돼 젊은 나이에 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이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30년이라는 수명이 있었다. 그래서 2016년 이 구조물을 새로 지어야 했다. 이 말은, 사고가 난지 30년이 지나도록 인류는 아직도 방사능 유출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새로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은 100년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앞으로 100년 안에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인류는 또 다시 그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덧입혀야 한다. 즉 인류는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100년이라는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만약 그곳에 지진이라도 나면? 그래서 구조물이 무너지면? 그 안에 갇혀있던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또 다시 우크라이나 일대를 덮칠 것이고, 인류는 다시 한 번 거대한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핵발전소 사고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준다. ‘무시무시하다’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게 바로 핵발전소 사고라는 뜻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이번 TV 토론을 보면서 환장했던 대목이 이 부분이다. 윤 후보의 말마따나 RE100이나 EU택소노미를 모를 수 있다. 그런데 모르면, 저런 어마어마한 사고의 위험을 품은 핵발전소를 확대하자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뭘 안다고 저런 위험한 일을 멋대로 벌인다는 말인가?

그가 TV 토론 때 남긴 다른 발언 한 대목을 살펴보자. EU택소노미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토론 내용이다.

이재명 : 이미 (핵)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윤석열 : 핵폐기물은 향후에 파이로프로세싱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가지고, 폐기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마 제가 볼 때에는 신재생 에너지 고도화시키는 것 못지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 싶다. 


이 대목에서 나는 진심으로 뒤집어졌다. ‘사용한 핵연료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뜻하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핵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데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이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참석한 모습. 2022.2.3 ⓒ뉴시스

게다가 이 기술은 실체 자체가 없다. 2011년부터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는데, 10년 뒤인 지난해 양국의 발표에 따르면 파이로프로세싱의 효과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양국이 낸 결론은 고작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10년 간 연구했는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무슨 뜻이겠나? 한 마디로 그 연구는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그 파이로프로세싱으로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한단다. 아마 누군가가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게 있으니 그걸로 해결하면 됩니다”라고 알려준 모양인데, 제발 그 누군가를 당장 잘라라. 아니, 확립된 기술로 해결한다고 해도 믿을까 말까한 판에 한미 양국 정부가 10년 동안 연구를 해도 아무 진전이 없는 그 기술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게다가 윤 후보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미래에 엄청 발전할 것이므로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 물어보자. 그 기술이 엄청 발전 안 하면 어떡할 거냐? 그래서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누적되면 너님이 책임질 거냐? 이게 이런 어설픈 예측을 기반으로 결정할 일이냔 말이다.

후쿠시마 참사는 당시 민간기업이었던 도쿄전력이 쓰나미가 몰려오는 판국에도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초기 대처를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벌어졌다. 즉 시장주의와 핵발전소가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최악의 참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는 심지어 시장주의자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보나마나 공기업 효율화 운운하며 비용을 줄이자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러면 상상해보라. ‘시장주의자 윤석열 + 쥐뿔도 모르면서 핵발전소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 이 간단한 산수의 답이 무엇일 것 같은가?

나는 이 간단한 산수의 답을 추정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 답이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은 아직도 구조물을 덮어두는 편법으로 겨우 방사능 유출을 막고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지금도 당국의 추산을 뛰어넘는 강력한 방사선이 측정된다. 제발 이 미친 짓을 멈춰야 한다. 이 미친 짓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윤석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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