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ㅂ’식당. ㅂ식당 덮밥 한 그릇을 시키려 배달 플랫폼에 접속하면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플랫폼마다 주문하는 사람이 내는 배달팁이 다르다. 배민1은 2천원을 내야 하지만, 쿠팡이츠는 무료다. 또 다른 ‘ㅌ’ 카페의 커피와 치즈케이크는 반대다. 배민1은 무료, 쿠팡이츠가 2천원이다. 똑같은 가게의 똑같은 메뉴인데도 그렇다.
‘배달앱 좀(?) 써봤다’하는 소비자들은 음식을 주문하기 전 여러 배달앱에 접속해 꼼꼼히 따져보는 이유다. 차이는 어디서 오는지 살펴봤다.
배달앱마다 다른 ‘요금제’... 입점업체 배달팁도 배달앱마다 달라
음식점은 배달플랫폼에 입점하면서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기본으로 한 요금제 계약을 맺는다. 중개수수료는 주문 1건당 음식점이 배달앱에 내는 수수료다. 배달비는 배달 1건에 발생하는 기본비용이다.
배달 플랫폼에 따라 계약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계약 내용이 소비자 부담 차이를 만든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 계약 내용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배민1과 쿠팡이츠 수수료체계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쿠팡이츠는 주문 건당 1천원의 중개수수료를 식당 주인에게 받는다. 주문 금액이 많든 적든 상관이 없다. 배민1 일부 요금제는 주문 금액에 16.5%를 수수료로 받는다.
각각의 요금제는 음식 가격에 따라 유불리가 나뉜다.
3만원짜리 족발 주문을 예로 들어보자. 쿠팡이츠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족발집 사장은 수수료로 1천원을 내면 되지만, 배민1은 음식가격의 16.5%인 4,95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쿠팡이츠와 배민1 차이가 3,950원에 달한다.
앞서 살펴본 족발집 사장이 수수료와 배달비 모두 부담한다고 해보자. 비용을 계산하면 쿠팡이츠는 수수료 1천원에 배달비 5천원으로 총 6천원을 부담해야 한다. 배민1은 수수료 3,950원에 배달비 2,900원을 더해 총 6,850원을 부담한다. 배민1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족발집 사장은 쿠팡이츠로 주문이 들어올 때보다 850원 더 내야 한다.
얼마짜리 메뉴를 파느냐에 따라 정반대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족발보다 가격이 저렴한 디저트를 생각해보자. 아메리카노 2잔과 치즈케이크 1조각, 1만2천원 주문이 쿠팡이츠와 배민1에서 각각 들어온 경우다. 쿠팡이츠 주문은 중개수수료 1천원에 배달비 5천원, 총 6천원으로 족발집과 같다.
반면 배민1의 경우 커피+케이크 가격 12,000원의 16.5%인 수수료 1,980원에 배달비 2,900을 더해 총 4,880원을 부담한다. 이번엔 배민1이 1,120원 더 저렴하다.
복잡한 함수가 남았다. 식당 사장은 배달비를 주문한 소비자와 분담할 수 있다. 쿠팡이츠의 배달비 5천원을 식당 사장이 2천원, 소비자 3천원으로 나눠 부담하거나 반대로 식당 사장이 3천원, 소비자 2천원으로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당 사장 입장에선 부담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겠지만, 주변 식당과 경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이 심한 지역의 경우 생존을 위해 식당 사장이 마진을 포기하고 배달비를 모두 부담하기도 한다.
최소주문금액도 달라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최소주문금액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특히 혼자 사는 소비자의 경우 굳이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2~3인분을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 주인의 입장에서는 일정 기준 이상의 최소주문금액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 자칫 배달료와 수수료를 고려했을 때 수익이 원가 이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식당에선 최소주문금액을 최소한으로까지 낮추기도 한다. 마진을 최소한으로 줄여 주문량을 확보하려는 영업전략에서다.
결국, 식당은 플랫폼 중개수수료, 배달료, 최소주문금액을 잘 계산해 각각의 플랫폼에 자신의 조건을 내건다. 소비자 부담이 배달 플랫폼마다 다른 이유다.
속속 종료되는 고정 수수료 프로모션... 자영업자 수수료·소비자 배달팁 인상으로 이어지나
배민1은 앞서 설명한 수수료체계(주문금액의 16.5%) 외에도 쿠팡이츠와 동일한 고정수수료(주문당 1천원) 요금제를 병행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고정수수료 요금제 행사를 하면서 시장을 잠식하자 배민1이 동일한 계약 조건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배민1이나 쿠팡이츠 입장에선 고정수수료가 손해다. 주문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으면 고정수수료를 받을 때보다 매출은 올라간다. 두 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정수수료를 고수한 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경쟁은 예상보다 길었다. 손해가 쌓이면서 부담이 커졌다. 최근 두 배달 플랫폼은 약속이나 한 듯 고정수수료 요금제 전환에 나섰다. 그간 고정수수료는 ‘오픈 할인(프로모션)’이었으니 이제 정상가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게 배달 플랫폼 업계 입장이지만,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배달앱들이 사이좋게(?) 수익 창출로 눈을 돌린 모양새다. 외식업계는 사실상 수수료 인상으로 받아들인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말 ‘수수료 일반형’과 ‘수수료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 등 4가지 신규 요금제를 내놨다. 이들 요금제 중개수수료율은 적게는 9.8%에서 많게는 27%에 달한다.
배민1도 쿠팡이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규 요금제를 내놨다. ‘기본형’, ‘배달비 절약형’, ‘통합형’ 등 3가지로 구분된 배민1 신규 요금제의 중개수수료율은 6.8%~27%에 수준이다.
신규 요금제 공통점은 정률제가 요율제로 바뀐다는 것이다. 배달비는 수수료율이 높을수록 낮아지고, 반대로 수수료율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구조도 같다.
쿠팡이츠와 배민1은 ‘수수료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 등의 이름을 붙인 신규 요금제를 선보이며,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 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상은 프로모션 적용 때와 비교했을 때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부담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쿠팡이츠 ‘수수료 절약형’과 배민1 ‘기본형’ 요금제를 살펴보자.
2만원짜리 치킨 1마리 주문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현재 요금제에서 치킨집 사장이 내야 하는 수수료는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 1천원에 배달비 5천원을 더한 6천원이다.
반면 쿠팡이츠의 ‘수수료 절약형’ 요금제가 적용되면 이 치킨집 사장이 내야하는 수수료는 중개수수료 9.8%, 1,960원에 배달비 5,400원을 더해 총 7,360원이 된다. 배민1 기본형에서는 중개수수료 6.8%, 1,360원에 배달비 6천원을 더한 7,360원으로 쿠팡이츠와 동일하다.
두 배달 플랫폼 신규 요금제 수수료(7,630원)는 기존 요금제(6천원)에 비해 1,360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1,360원의 추가 부담 비용은 결국 얄팍한 식당 사장 주머니 아니면 소비자가 부담한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ㅇ’돈가스 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모(46)씨는 “배달앱들이 신규 요금제를 내놨는데, 결국 입점엄체들에 대한 수수료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민 끝에 배달 주문에 한해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그는 “안 올리면 팔수록 손해인데 어쩔 수 있나”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9)씨는 가격 인상 대신 배달비 분배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씨는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배달료를 조금 줄여 올라간 중개수수료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메뉴 가격은 변화가 없지만, 주문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이 올라간다. 이씨는 “메뉴 가격을 올리면 주변 카페들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 같다”고 했다.
메뉴 가격이든, 배달비든 소비자 입장에선 별 차이가 없다. 어디서 오르든 배달 시켜 먹는 음식 가격이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가격 인상의 최종 수혜자는 중소자영업자가 아닌, 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