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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이 주장하는 ‘교육 다양성’이 헛소리인 이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했다는 “고등학교 갈 때에는 학교들을 좀 나눠야 될 것 같아. 기술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이 발언을 듣고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아니, 이 무식한 발언에도 별로 안 놀라는 나의 모습에 나는 되레 놀랐다.

윤석열 후보의 선거 전략이 ‘내 무식함을 만천하에 드러내자’는 것이었다면 나름 상당히 성공했다. 사람들이 윤 후보의 그 정도 무식함에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지경이 됐으니 말이다.

트럼프가 재임 기간 동안 한 거짓말이 3만 개가 넘는다는데, 어느 시점이 되니 사람들이 트럼프의 거짓말에 무심해지더라. 윤 후보도 계속 그렇게 줄기차게 무식하다보면 온 국민이 그의 무식함을 평범한 일상으로 여기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그의 무식함은 그렇다 치고,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저 (무식한) 발언은 윤 후보가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저 (무식한) 발언 직전에 나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이 세 사람이 똑같은 지식을 배워가지고 똑같은 생각을 갖고 똑같은 일을 하기를 바라지 않아요.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다양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랍니다. 교육이라고 하는 거는 제일 중요한 거는, 좀 어려운 말이지만 다양성, 다양성을 키워줘야 해.”

일단 나는 “좀 어려운 말이지만 다양성, 다양성을 키워줘야 해”라는 대목에서 뿜었다. 도대체 어디가 어려운데? ‘다양성’이 어려운 건가? 아니면 ‘키워줘야 해’가 어려운 건가?

윤 후보는 진짜 어려운 건 아무렇지도 않게 퉁을 치고, 하나도 안 어려운 건 매우 어렵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갖고 있다. 저 발언 내용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진짜 어려운 대목은 따로 있다. 그가 말하는 교육 다양성은 윤 후보가 만들려는 세상에서 절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캡쳐

윤 후보가 진정으로 교육 다양성을 원한다면, “기술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가 버젓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왜 교육 다양성이 쥐뿔도 확보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을 해야 한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며 진짜 어려운 대목이다.

왜 안 될까? 답은 간단하다. 사회가 수평적으로 다양하지 않고 수직서열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직서열화의 중심에 대학 서열화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의 최대 고민은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괴리의 본질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고 싶은데, 그렇게 살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수직서열화라는 게 바로 그런 거다. 위에 있을수록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고, 밑에 있을수록 더 처참하게 살아야 한다. 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버리고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그래서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학생들이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다양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과학고, 예술고, 기술고를 수 천 개 만들어봐라. 과학고와 예술고에는 돈 많은 집안 자녀들이, 기술고에는 그 ‘돈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집안의 자녀들이 갈 것이다. 왜? 사회가 그렇게 수직서열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후보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 뻔하다. 누군가가 기술이 자기의 길이라 믿고 고교 시절부터 기술을 배우려고 한다고 치자. 그렇게 기술을 공부해 노동자가 됐더니 정부가 “노동자는 1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라”고 한다.

대통령은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야 한다”고 떠든다. 윤석열 후보는 답해보라. 너님 같으면 기술 노동자가 되고 싶겠냐? 이게 바로 수직서열화 사회의 민낯이고, 교육 다양성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본질이다.

이명박의 재림인가?


윤 후보는 절대 이해 못하겠지만, 다양성은 결코 서열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다. 이명박의 대표적 교육 정책이다. 기숙형 고등학교 150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100개, 마이스터고 50개를 개교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이명박은 “이렇게 하면 학생들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육성될 것이다”라고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윤석열 후보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결과가 어땠을 것 같은가? 폭망이었다. 자율이라는 명목 아래 국가의 간섭을 덜 받게 된 자사고들은 대놓고 입시 전문 학원처럼 학교를 운영했다. 자사고 출신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휩쓸자 우수한 인재들이 더 몰리면서 극단적인 고교 서열화 현상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니던 일반고는 “초토화됐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당신은 좌파니까 그런 평가를 하는 것 아니냐?”는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이명박의 이 정책이 폐기된 때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다. “고교 서열화를 강화하고 사교육만 부추겼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평가였다. 그러면 박근혜도 좌파냐?

왜 자사고에 사람이 몰렸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거기에 가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의 말처럼 다양성을 확보한답시고 과학고, 수학고, 예술고, 철학고 등 오만 종류의 고등학교를 다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그래서 남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작작 웃겨라. 장담하는데 그 중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고교에 사람이 몰리고, 고교 서열화만 부추길 것이다. 사회의 수직서열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다양성과 서열주의가 양립할 수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런 뜻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나?”라는 말이 있는데 윤 후보의 저 정책은 이명박 덕에 이미 우리가 찍어 먹어본 똥이라는 뜻이다.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고 다양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그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에 스카이, 인서울, 지방대, 전문대, 고졸로 사람의 삶을 서열화하고, 그 서열화를 사회에서 더 고착화시키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아, 물론 윤 후보 당신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입 좀 다물고 이 일에서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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