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싸가지 없는 게 능력인 줄 아는 이준석

살다보면 싸가지가 없는 게 능력인 줄 아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런 사람들은 앞뒤 재지 않고 상대 면전에서 싸가지 없는 말을 잔뜩 늘어놓은 뒤 상대가 약이 올라 하면 흐뭇해한다. “역시 나는 똑똑해” 이러면서 낄낄댄다.

이런 사람들의 대표적 특징이 인륜을 어기는 일을 너무 쉽게 저지른다는 점이다. 상대가 약이 올라하는 모습에 쾌감을 느끼다보니 어떻게 하면 약을 올릴까 이런 것만 고민하는데, 그러다보면 해서는 안 될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곤 한다. 그리고 또 “역시 나는 똑똑해”이러면서 낄낄대는 거다.

요즘 접한 사람 중 이 분야의 단연 원톱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 중 사망한 당 지역위원장의 장례에서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히자 이 대표가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며 비꼬았다는 것이다.

장담하는데 이 대표는 이런 패륜적인 말을 하고도 자기가 뭘 잘 못했는지 모를 것이다. 특히 평소 싫어하던 안철수 후보에 대해 “내 말을 듣고 안철수가 얼마나 약이 오를까? 아이 좋아!” 이러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대표, 싸가지가 남달리 없으셔서 아주 좋으시겠다.

과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런 사람들은 ‘싸가지 없음’을 절대 쉽게 고치지 못한다. 상대가 약 올라 하는 모습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도파민이 중독성 호르몬이라는 점에 있다.

담배를 피우면 분비되는 호르몬이기도 한 도파민은 한 번 중독되면 쉽사리 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준석 대표 같은 사람은 저 낄낄거림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저런 패륜적 말을 늘어놓을 때마다 쾌감을 느끼는 것이 분명한데, 그거 끊는 것이 담배 끊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좀 각오를 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이 대표의 저 싸가지 없음을 매우 오랫동안 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멍청한가?


이준석 류의 인간들은 싸가지 없어서 쾌감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경제학적으로 저런 태도는 실로 멍청한 짓이다. 저런 비호감은 자신에게 엄청난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라이코노믹스(Likeonomics)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흔히 ‘호감 경제학’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로히트 바르가바(Rohit Bhargava)가 만든 용어다. “호감은 경제적 이익을, 비호감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게 이 이론의 요지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번도 의료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습관적으로 환자들을 향해 더 잘 웃고,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더 많은 시간을 환자들에게 할애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거, 정말 별 거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친절하면 된다. 그런데 이 간단한 행동이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호감은 의료 소송을 피하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달 13일 오후 울산 남구 울산시당 5층 강당에서 열린 청년정치사관학교 특강을 하고 있다. 2022.01.13. ⓒ뉴시스

영국 세인트메리병원 정신의학과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연구팀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의사한테 소송을 더 잘 거는지를 연구한 결과 환자들은 냉담하고 싸가지가 없는 의사를 만났을 때 훨씬 더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섰다. 싸가지 없음은 언젠가 경제적 대가를 치른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도파민에 취해 패륜적 말을 늘어놓고 낄낄대겠지만, 이준석 대표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자기가 내뱉은 저 싸가지 없는 말들이 얼마나 자기의 정치적 자산을 깎아먹는지 말이다.

싸가지 없음을 용납하지 않는 노르웨이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나라는 단연 노르웨이다. 금메달 숫자로 보나, 총 메달 숫자로 보나 노르웨이는 압도적 1위다.

노르웨이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나라다. 나는 올림픽에서 메달 순위를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것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어쨌건 인구 520만 명의 작은 나라 노르웨이가 동계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는 점은 실로 놀랍다.

더 놀라운 사실은, 노르웨이는 미국이나 중국, 영국이나 러시아 등 전통적 동계올림픽 강국들과 달리 동계올림픽에 국가적 투자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동계올림픽 최정상에 올려놓았을까?

2018년 평창에서 노르웨이가 1위에 올라섰을 때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이유를 분석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기사의 제목이 ‘싸가지 없는 사람은 허용되지 않는다 : 노르웨이의 대성공을 이끈 평등주의(No jerks allowed : the egalitarianism behind Norway’s winter wonderland)’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노르웨이의 선수들은 부족한 돈을 선수들 간의 우정으로 메운다. 여유 있는 선수가 여유 없는 선수의 훈련비를 대주고 함께 공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대표팀 선수들이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다. 바로 “싸가지 없는 사람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며 평창 올림픽 알파인 스키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셰틸 얀스루드(Kjetil Jansrud)는 “우리는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싸가지가 없어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은 우리 팀에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 아닌가? 이 세상에 싸가지 없는 사람과 협동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부족한 정부 지원을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메우는 노르웨이 대표팀 안에 싸가지 없이 설치는 이가 있으면 그 공동체는 깨진다. 그래서 노르웨이 대표팀은 철저히 이런 싸가지 없는 자를 배제한다.

이 말은 어느 공동체라도 이준석 같은 인물이 설치는 것이 그 공동체를 위해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나는 안철수 후보가 결국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할지 말지에 대해 예측할 능력이 없고, 관심도 별로 없는 편이지만, 그런 싸가지 없는 자가 대표인 당과 단일화를 하고 싶겠는가? 슬픔에 빠진 상대방을 향해 고인 드립이나 치면서 낄낄대는 것은 똑똑한 것도, 전투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거다.

물론 이준석이 소속된 보수 기득권 공동체는 나와 상관이 없고, 나는 그들과 싸우려는 자이니 그들 공동체 일은 그들끼리 처리하라고 내버려두자. 하지만 이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를 돌아봐야 할 필요는 있다.

냉정히 말해 싸가지 없음은 과거 진보의 문화이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운동과 정치는 결국 확장성의 싸움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우리의 말에 공감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절대 적이 아니다. 그들을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승패가 갈린다.

적과 맞설 때에는 결연히 싸우되, 연대의 손을 내밀 때에는 따뜻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를 보고 우리가 느껴야 하는 교훈은 단연 하나다. “적어도 저런 싸가지 없는 인간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