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4대강 정쟁화에 나섰다. 이제 겨우 4대강 자연성 회복 가능성이 확인된 가운데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며 사실상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매년 여름이면 이른바 ‘녹조라떼’가 되는 낙동강에서 최근 독성 성분이 다량 검출되고, 낙동강 물로 키운 쌀과 농산물에서도 독성 성분이 나온 상황이다. 4대강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는 “윤 후보의 무지와 전문성 부족”을 규탄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낙동강 물, 농산물에도 녹조 독성 나왔는데…
윤석열 후보는 최근 잇따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매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 항목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난개발 차단 노력은 계속”한다면서도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윤 후보는 또 지난 18일 상주보가 있는 경북 상주를 찾아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며 “이것을 잘 지켜 이 지역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문경 시민이 마음껏 쓰도록 (4대강 사업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과 수원·대전·광주·대구 등 전국 4대강 유역 8개 지역의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녹조라떼’를 다시 경험할 수 없다며 윤 후보를 규탄했다.
지난해 여름 낙동강·금강은 물론 그 물로 키운 농산물에서도 녹조가 뿜어낸 독성 마이크로스시틴이 다량 검출됐다고 환경운동연합 등은 발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100배 강한 독성물질이다.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는 성명서에서 “쌀과 무, 배추를 함께 먹는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하루 섭취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의 양은 프랑스 생식 독성 가이드라인을 최대 11배 초과한다”며 “당장 낙동강 물로 농사를 계속 지어도 되는지, 아이들에게 낙동강 농산물을 먹여도 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낙동강과 달리 수문을 개방해 강물이 흘렀던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낙동강의 보 수문을 개방해 강을 흐르게 하는 낙동강 재자연화는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영산강재자연화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서울 기자회견에서 “영산강 주민들 역시 짙푸른 녹초가 끼고 악취나는 영산강 물로 어떻게 농사를 짓냐며 걱정하고 있다”며 “윤 후보는 지금까지 4대강 재자연화 과정을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을 잡는다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오만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농민들 물 부족’ 우려에 “과도한 부풀리기” 지적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 후보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정책본부 최흥진 기후환경정책분과위원장은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수자원 관점과 문재인 정부의 수질 관점을 조화롭게 해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위원장은 수량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그는 “만일 (16개) 보를 다 연다면 (물이 부족해) 농사를 못 짓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가령 낙동강 경우 위에 안동댐, 주암댐이 있다고 하지만 수량이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마시고 싶은데 수돗물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보를 개방하면) 농민들이 그런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낙동강 독성 물질에 관해 최 위원장은 보를 여닫는 문제 이외의 해결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녹조는 주로 물 표면에 위치한다. 깊은 곳에서 취수하거나 여과수로 취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정 이념 말고 실용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라며 최근 낙동강 하굿둑 상시 개방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완전 개방이 아니고 농사에 지장이 없을 만큼 개방했다. 보 처리도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낙동강 개방처럼 조금씩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수량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16개 보 모두 개방하면 (농민들의) 물 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부분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국장은 “(최저수위에서도 물을 뽑아쓸 수 있도록) 취·양수장 시설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보를 개방하면 당연히 물을 못 쓰는 사람이 생긴다. 시설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실제 취·양수장을 통해 본류에서 물 가져다가 농사 짓는 분들은 강변에서 농사짓는 분들 정도다. 하우스·밭농사 대부분 하천에서 물을 가져다 쓰거나 지하수를 뽑아서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 이용 수요가 있는지 꼼꼼히 조사해서 진행해야지 무조건 물을 가둬 놓으면 안 된다. 물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곳부터 임시시설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 개방 외에도 낙동강 독성 물질 해결방안이 여러 가지라는 최 위원장 주장에 대해 안 국장은 “여과수 취수는 강 옆에 시설을 짓고 본류 바닥쪽 지하수를 뽑아서 쓰자는 것인데, 수문을 여는 가장 쉽고 경제적인 방법을 놔두고 다른 방법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국장은 다가오는 여름이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그는 “벼 농사는 주로 5~6월에 시작해 여름 내 농사 지어서 추석 때 추수한다. 녹조가 가장 많이 낄 때 가장 많이 물을 쓴다. 지난해 벼에 마이크로스시틴이 축적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 여름에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밥을 안 먹고 살 순 없지 않나”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4대강 자연화 폐기라니, 강물을 두어 ‘녹조라떼’ 독성 오염 계속하겠다는 뜻인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보 처리 방안 이행계획과 자연성 회복 종합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강유역의 안정적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도록, 취양수장 개선을 조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