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사업 인건비 받아 기부한 정대협 활동가 “다 같이 고생했기 때문”

여가부 보조금을 인건비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며 윤미향 기소한 검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여성가족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에 참여해 1년 동안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받은 인건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의원 등을 재판에 남겼지만,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를 받았다는 실무자의 반박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25일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윤 의원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여가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에 참여해 국고보조금으로 인건비를 받더라도 사업과 무관한 정대협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음에도, 마치 인건비로 사용할 것처럼 여가부에 허위로 신청해 인건비를 받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당시 사업을 담당하고 인건비를 받았던 전직 정대협 상근활동가 A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2014년 1월부터 1년 동안 여가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을 수행하면서 인건비로 총 1,800만원을 받았다. 매달 150만원씩 받은 셈이었다.

검찰은 A씨가 인건비로 받은 1,800만원을 다시 정대협에 기부한 것은 국고보조금을 인건비라는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윤 의원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A씨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성 증인”이라고 소개했다.

“정대협 활동가가 서로 일을 도와서 사업 수행,
혼자 받은 인건비 양심에 따라 기부”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인건비를 정대협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A씨는 인건비를 기부한 이유에 대해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제가 회계업무 등 다양한 실무를 했지만, 전국 순회 방문 사업 같은 경우에는 저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정대협 상근활동가가) 다 같이 수행했다”며 “혼자서 인건비를 받기에는 늘 함께 야근하면서 고생했던 상근활동가들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부는 제 개인적인, 양심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총 2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규모의 사업이었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 책정된 인건비는 단 한 명의 인건비인 월 15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A씨는 기존에 받던 정대협 활동비에 나홀로 보조금까지 더 받게 됐다.

검사는 ‘다 같이 일을 했다’는 A씨의 증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기존에 정대협이 하던 생존자 복지 사업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여가부 사업에 따른 업무량을 과소평가하려 했다.

하지만 A씨는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여가부의 치료사업 때문에 업무가 추가됐다”며 “그중에서 특히 ‘힐링카드’ 부분이 기존 활동과 다르게 크게 추가됐다”고 증언했다. ‘힐링카드’는 여가부와 시중은행이 협약을 맺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의료비 등 지원을 목적으로 지급한 카드이다.

검사가 “카드 내역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A씨는 “단순히 카드 내역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 56명에 대해 1억 원 이상 예산이 들어가는 회계업무를 한 것”이라며 “할머니들께 지속적으로 카드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고, 카드 사용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들께 필요 물품을 직접 구입해 전달해드리고, 병원에 계시는 할머니들의 비급여 의료비를 확인해서 직접 입금하는 등 업무를 모두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사는 “업무량이 아주 크게 늘어난 건 아닌 것 같다”며 계속해서 평가절하했다. 이에 A씨는 “아니다. 많이 늘어났다”며 “‘힐링카드’ 자체가 많은 노동력이 수반된 업무이기도 했고, 제가 기존에 전담하던 SNS 홍보, 1억인 서명운동 등 정대협 활동도 같이 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제가 정대협 활동을 하면서 여가부의 치료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활동가들이 저를 배려해주면서 함께 야근까지 하면서 제 일을 대신해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계획서에도 수행 인력이 5명으로 돼있고, (힐링카드 업무 외에) 전국 순회 방문이나 인권캠프의 경우 활동가가 모두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대협 상근활동가는 6~7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일을 도우며 늘 함께 하는 분위기였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각자 기본적으로 담당하는 업무는 있지만 적은 인원이 많은 사업을 해야 해서 서로서로 도우면서 다 함께 진행했다”며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하는 수요시위만 하더라도 담당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서 매주 같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검사는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왜 기부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A씨는 “저 혼자 사업을 수행한 게 아니니까요”라며 “어떻게 보면 (기부는)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단호히 답했다.

검사는 “그런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n분의 1로 돈을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자 A씨는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대협이라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부금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보다는 정대협 후원과 상근활동가 후원이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검사는 “인건비 명목 국고보조금을 전액 기부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보조금을 나한테 지급하지 말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여가부가 정대협 명의 계좌로 보조금을 주면 정대협이 다시 A씨 명의 계좌로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A씨가 정대협에 인건비를 반환하는 걸 여가부에 감추기 위한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A씨는 “여가부에서 치료사업을 정대협에 위탁한 건데 인건비를 받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인건비를 개인 실무자 명의가 아닌 단체 명의로 지급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인건비로 받은 돈을 인건비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제가 정당한 노무를 제공하고 인건비를 받은 것”이라며 “그 돈은 자유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여가부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처음부터 알리면 되지 않았나’라는 검사의 말에 A씨는 “제가 실제로 실무를 담당했고 그에 따라 인건비를 받은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여가부에 보고하거나 지시·감독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A씨는 ‘기부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없었고, 그런 분위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매달 받은 인건비를 불규칙적으로 정대협에 기부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A씨는 “당시 8월에는 일분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바쁘기도 해서 (기부한다는 걸) 잊어버렸다”며 그 누구도 이를 두고 자신에게 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인건비를 기부하는데 불만이 있거나 문제 인식을 가진 적이 있었느냐’는 윤 의원 변호인의 질문에도 “그런 적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여가부 요청에 따라 하게 된 사업
이전에 다른 곳에서 사업할 때보다 인건비 줄어“
“여가부의 시민단체 독립성 훼손에 1년 후 사업 중단”

30주년 맞은 수요시위 ⓒ민중의소리


검찰과 달리 윤 의원의 변호인은 정대협이 여가부의 요청에 의해 일을 떠맡게 된 점을 부각시켰다. 국고보조금을 편취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사업을 굳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변호인에 따르면 정대협이 사업을 하기 직전해인 2013년까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사업을 수행했다. 이를 정대협이 진흥원으로부터 직접 인수인계를 받아 사업을 이어갔던 것이다.

A씨는 정대협이 사업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당시 여가부 쪽 담당자가 정대협 사무실로 찾아와서 해당 사업을 정대협이 맡아서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여가부 담당자가 사무실에 온 것도 봤고, 진흥원에 사업을 인수인계 받으러 갔을 때도 그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사업 담당 기관이 진흥원에서 정대협으로 바뀌면서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난 반면, 인건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인이 진흥원의 ‘2013년도 피해자 치료사업 최종 결과 보고서’와 정대협의 ‘2014년도 피해자 치료사업 최종 결과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다.

변호인에 따르면 정대협은 해당 사업을 통해 54명에게 총 122회 방문하고 전화상담을 56명에게 총 441회 했다. 해외 거주 방문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거주 생존자 3명의 할머니를 찾아갔고, 재가자원 활동가를 지원하는 활동도 했다. 정서적 안정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인권캠프와 민간단체 간담회 등을 열었다. 이용수, 안점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에게 명예회복 활동도 지원했다. 건강치료 지원도 총 56명에게 총 118건을 추진했다. 힐링카드 1,056건, 직접지원 116건, 긴급지원 13건 등이 집계됐다. 변호인은 “이걸 집계하는 것만 해도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인은 “진흥원 보고서에는 경상운영비가 3,360만원으로 나오는데 정대협은 인건비로 1,800만원을 받았다. 관리비용이 1,500만원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금 비중을 더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판사는 경상운영비가 모두 인건비를 뜻하진 않을 것 같다며 직접적인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여가부의 사업을 2014년에만 수행하고 그 뒤로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에 대해 A씨는 “사업 과정에서 여가부가 시민단체인 정대협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관여하는 문제가 발생해서 그 이후에는 사업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할머니들에게 선물을 보낼 때에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 사정을 잘 모르는 여가부의 지시대로 하면 문제가 생겨 마찰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낮은 임금에 불만은커녕, 오히려 정대협 활동가 존경스러워”


정대협에 입사하기 전엔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사기업에 다녔던 A씨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기 위해 기존 직장을 그만 뒀던 것이라고 밝혔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정대협에서 일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하게 됐다는 뜻이다.

A씨는 ‘왜 정대협에서 일하게 됐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이전 직장에서 시민단체 관련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정대협이었다. 정대협에서 매주 끊임없이 수요시위하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나선 활동에 저도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두 달 동안 쉬면서 일할 시민단체를 찾아보다가 정대협에서 채용 공고가 난 걸 보고 지원했다”고 답했다.

‘더 적은 월급을 받는데도 괜찮았냐’는 판사의 질문에 A씨는 “처음엔 놀랐지만 정대협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대표님과 다른 활동가 모두 낮은 급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존경스러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전에 일하던 곳에서 받았던 급여는 250만 원 이상 실수령하는 정도였는데, 여기선 150만 원밖에 안 준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다른 활동가들에게 급여를 물어봤는데 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굉장히 놀라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대협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 여러 곳에 정기 후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상근활동가들도 강연비를 받으면 정대협에 그대로 기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A씨는 증언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대협을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자선단체’로 협소하게 보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사는 “저희가 수사하면서 느끼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건 정대협은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대표적 단체라는 것인데 맞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A씨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로서 활동하는 부분이 있고, 복지로서 지원하는 부분이 나누어져 있는데 시민단체로서의 성격도 굉장히 강했다”고 답했다.

검사는 정대협이 받은 후원금 중 생존자 복지를 위해 지출된 금액보다 운영비로 지출된 금액이 훨씬 큰 이유가 뭐냐고 A씨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저는 여가부의 사업에 대해서만 알아서 정대협 회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다”면서도 “제 생각을 묻는다면, 정대협은 생존자 복지 활동도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고 해결하는 시민단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활동에 사업비로 지출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도 정대협이 ‘자선단체’라는 성격에 국한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정대협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자기활동을 하는 단체”라며 “월드비전처럼 자선단체도 (후원금을) 모집하는 비용으로 (후원금) 모든 액수의 10% 이상을 쓴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변호인은 “여가부에 등록된 할머니들에게는 관련 법에 의해서 여가부와 지자체가 생활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여가부의 사업 비용도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보조금은 전부 할머니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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