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후보님,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잠깐만 머무르다 나갈 것 같아요?

이런 정신 나간 자를 보겠나? 나는 그동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헛소리를 할 때마다 피식 웃는 편이었지만, 이건 정말 그렇게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가 TV토론에서 “유사시 일본군이 한국에 주둔할 수도 있다”고 발언을 하다니, 진심으로 미친 거 아닌가?

후폭풍이 거세지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왜곡하지 말라”고 떠들었다는데, 웃기지 말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의 질문은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느냐?”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윤 후보의 답은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이었다. 분명히 자기 입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왜곡이라는 건가?

내가 환장하는 대목은, 윤 후보가 지금 자기가 무슨 엄청난 말을 했는지에 대한 문제 인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아마 윤 후보는 속으로 ‘아니, 평시도 아니고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잠깐 머무는 게 뭐가 문제라고 이렇게 난리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아둔하고 멍청한 대통령 후보님아, 그게 정녕 그렇게 간단히 끝날 일 같은가? 한국 정부의 공식 허락을 받고 한국에 주둔한 일본 자위대더러 “볼일 다 봤으면 이제 나가 주세요” 이러면 일본 자위대가 “어이쿠, 그래야죠. 우리 다시는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사요나라~” 이러면서 나갈 것 같냐고?

문전걸치기 기술


문전걸치기 기술(foot-in-the-door technique)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분들, 길을 걷다가 유명한 아동구호단체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부터 “스티커 한 장만 붙여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라며 스티커를 붙이는 순간, 우리는 문전걸치기 기술이라는 마케팅 전략의 타깃이 된다.

스티커를 붙이면 상대는 “그곳에 투표하셨군요. 사실 많은 분이 같은 곳에 투표를 하세요. 그 투표의 의미는…”이라며 숨 쉴 틈도 없이 설명을 쏟아낸다. 그리고 세계 각국 어려운 어린이들의 처지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마음이 뭉클해질 때쯤, 그들은 내 앞에 정기후원자가 돼 달라는 요청서를 놓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거절을 못한다. 우리는 종종 그렇게 ‘조금 이상한 경로’를 통해 사회적 연대에 참여한다.

1966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소속 두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Jonathan I. Freedman)과 스콧 프레이저(Scott C. Fraser)가 『압박 없이 복종시키기 : 문전걸치기 기술(Compliance without pressure : The foot-in-the-door technique)』이라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 이론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마케팅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론의 요지는 이렇다. 처음부터 묵직한 부탁을 들이미는 것보다, 누구나 들어줄 수 있는 쉬운 부탁으로 시작해 점차 큰 부탁을 하는 것이 승낙을 받을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 그룹의 가정주부들에게 부탁을 했다. A그룹에게 전화를 해 “당신 집에 있는 집기들에 대해 알고 싶은데, 남자 네, 다섯 명이 집을 방문해 두 시간 정도 집을 살펴봐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건 매우 어려운 부탁이다. 당시만 해도 가정주부는 대부분 여성이었고, 그 집에 모르는 남자 네, 다섯 명이 들이닥쳐 두 시간 동안 집을 뒤지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다.

반면 B그룹에게는 먼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집기들에 대한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이건 답하기 어려운 요청이 아니다. 답을 들은 실험팀은 사흘 뒤 다시 전화를 걸어 A그룹에게 던진 것과 같은 요청을 했다. 요청 내용은 같았지만 ‘쉬운 부탁’을 사흘 전에 했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였다.

실험 결과 B그룹 주부들이 남자들의 방문을 수락할 확률이 A그룹의 그것보다 갑절이나 높았다. 쉬운 부탁을 들어준 사람들이 어려운 부탁도 들어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 이론의 이름이 ‘문 안에 발을 걸치는 기술(foot-in-the-door technique)’인 이유가 이것이다. 중요한 부탁을 위해서는 먼저 가벼운 부탁으로 승낙을 얻는 게 유리하다. 사람에게는 일관성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어서 작은 부탁을 들어주면 일관성 차원에서라도 큰 부탁을 들어준다.

그래서 애리조나 대학교 심리학과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 교수는 “문전걸치기 기술에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리 사소한 요청이라도 함부로 승낙하지 말라. 그 승낙이 우리의 자아 개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혹은 ‘이 정도는 들어줘도 되겠지’라며 상대방이 내 자아 안에 한 발을 들여놓는 것을 허락하는 순간, 그 뒤를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 나라는 윤석열 당신 것이 아니다


윤 후보의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주둔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실로 망국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은 침략전쟁의 재발을 막겠다며 1947년 이른바 평화헌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무력의 행사를 포기하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수 년 동안 일본의 수구 정권은 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며 난리를 부리는 중이다. 아베 정권은 물론, 그를 이어받은 스가 정권도 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데 명운을 걸었다. 이들의 의도는 간단하다. 한 마디로 ‘침략 전쟁이 가능한 일본’을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2.25. ⓒ뉴시스

자, 그러면 생각해보라. 강력한 군대를 다시 갖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참패 이후 일본의 오랜 열망이었다. 게다가 이 문제는 일본이 자국의 헌법을 개헌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그런데 왜 이 간단한(!) 일을 일본이 70년 넘게 못했을 것 같은가?

일본이 전범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제의 침략에 엄청난 피해를 당한 주변 국가들이 그들의 재무장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가장 큰 피해를 당한 한국이 있음은 자명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일본 자위대의 한국 주둔을 허용한다? 이게 간단한 일 같은가? 윤석열의 머리(대가리라고 쓰려다가 참았다)에는 그게 간단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첫발 내딛는 것을 허용해주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물론 그 ‘유사시’가 지나면 일본 자위대는 일단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면 멍청한 윤석열 후보는 “봐라. 일본 자위대가 잠깐 머물렀을 뿐 곱게 떠나잖아”라며 좋아하겠지. 하지만 그건 일본 입장에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 셈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빗장을 여는 실로 위험한 짓을 하는 셈이다.

한 번 그 일을 허락하면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일본은 또 다시 “우리가 군대를 한국에 파병하겠다”고 나댈 것이다. 아니, 비슷한 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가벼운 상황에서도 그런 요구를 할 것이다. 문전걸치기 기술이라는 게 원래 처음에는 가벼운 부탁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점점 그 부탁이 묵직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때가 되면 우리에게 이걸 막을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왜? 이미 한번 들어줬으니까!

게다가 치알디니 교수의 지적처럼 한 번 상대의 발이 내 방 안에 들어오면 나의 자아 개념이 변한다. ‘일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게 뭐가 문제야?’ 이런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는 이야기다. 사태가 이쯤 되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본성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직관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전걸치기 기술이라는 이론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 정도는 다 마음으로 느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간단한 사실을 윤석열 후보 너님만 모른다.

이 나라가 너님 거냐? 너님이 뭔데 감히 조상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이 나라에 일본 자위대의 군화 발자국을 남기려 한단 말인가? 그렇게 뭘 팔아먹고 싶으면 도이치모터스 주식이나 팔아먹어라. 나는 조상들이 지켜온 우리의 조국을 너님이 그렇게 팔아먹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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