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현 “이재명 멱살이라도 잡고 가겠다, 연대가 이긴다는 걸 보여주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남자’만 바라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달라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페미니즘 때문에 못 살겠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고, ‘페미 채널’이라며 유튜브 출연을 번복했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오해로 점철된 페미니즘 개념을 바로잡고 구조적 성차별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들이 안전·건강·채용 등에서 겪는 어려움에 공감을 표하며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속성 과외라도 받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선 막바지까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조금 앞서는 추세를 보인 가운데 최대 부동층으로 꼽히는 ‘이여자’를 잡아야 한다는 이 후보 측 절박함도 컸을 것이다. 그러자 여성들의 지지흐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이 후보에게 ‘마음 돌린’ 2030 여성들의 지지선언이 대표적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후보의 혐오 정치에 편승한 거대한 백래시가 시작될 거란 공포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있었다. 그는 ‘추적단 불꽃’ 출신으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공론화한 인물이다. 성착취 가해자들의 위협에 익명으로 활동했던 박 부위원장은 지난 1월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그에게 동료 여성들의 응원과 지지가 쏟아진다. 입당 한 달여 만에 여성들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여성 표심도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성범죄비호당’을 또 찍어야 하냐는 말도 나온다. 6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박 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는 부족하지만 들으려는 사람”이라며 “공약 이행률이 높은 이 후보가 좋은 여성 공약을 내놨다. 그대로만 된다면 차악이 아니라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윤석열 후보를 막는 게 시급하다”며 “여성혐오가 정치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의 연대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파란장미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2022.03.03. ⓒ뉴시스

 
―지난 3일 2030 여성 지지선언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약이 ‘폭력적’이라며 “누굴 뽑느냐에 따라 생존의 문제가 달렸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며 ‘살려달라’는 여성 유권자의 메시지를 대독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20대 여성으로서, 현장 활동가로서 느끼는 공포감이 있어 보인다. 

“여가부는 성범죄 피해자뿐 아니라 ‘위안부’, 청소년, 미혼모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해온 부처인데, 윤 후보는 일부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 행위로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여가부 산하 기구에서 지원받아온 분들 입장에서 어딜 가서 지원받아야 할지 생각이 든다.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도, 다른 국가와 비교했으 때 국내 형량이 높은 수준이다. 무고죄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다. 가해자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일단 무고죄로 걸고 보라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무고죄 처벌 강화는 결국 가해자들 편에 서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권력자로만 살아와서 여성을, 사회적 약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공약들을 내세웠다. 

제가 울어도 혼자 우는 편이다. 제가 우는 모습이 언론사 썸네일로 걸려 혼자 괴로워했다. 대독 요청한 글들을 봤을 때 마음이 아팠지만, 제가 그곳에서 울 줄 몰랐다. 그런데 ‘살려달라’는 말이 정말 마음 절절이 와닿아서 감정이 북받쳤다. 윤 후보가 이들의 마음을 과연 알까. 전 1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보고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편을 떠나서 무엇이 옳은지는 알고 가야하지 않겠나.”

―이재명 후보로 ‘마음을 돌린’ 2030 여성들의 지지 선언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나.

“마음을 돌린 거니까 원래 이재명 후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말 같지도 않은 행보를 보고 분노한 분들도 있을 것이고, 이재명 후보가 여성 표심의 중요성을 깨닫고 상식적으로 옳은 길을 가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돌린 분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이 후보가 여성 커뮤니티에 처음 영상을 올렸을 때 이 후보로 마음을 돌렸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런 목소리를 외부로 끌어오면 더 많은 분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지지하겠다고 해주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박지현 중앙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2.03.03. ⓒ뉴시스

―여성 이슈를 대하는 이재명 후보의 태도가 바뀌었다. 마지막 TV토론, 여성 유세를 보고 ‘속성 과외’ 받았냐는 반응도 나오더라.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분명히 변화는 느껴진다. 변화의 배경은 무엇인가?

“민주당 ‘기득권’ 남성 세력들이 후보가 옳은 길로 가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생각한다. 후보가 중간에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옳은 게 무엇인지 본인이 소신을 가지고 선택했다. 많은 만류가 있었지만 닷페이스 출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결집된 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후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여성들이 지지 선언도 해주고 결집된 모습이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부분도 있으니 후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주위 이야기와 별개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 4일 찬조연설에서 “이 후보는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다 알기에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가부장제 찌꺼기가 남아있음을 반성한다”면서도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후보는 어릴 적 힘들었던 세월이 있어 약자의 삶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기득권 남성의 자리에 있지만 그래도 말하면 듣는 사람이다. ‘힘들다, 문제다, 바꿔야 한다’고 했을 때 후보는 문제라고 직시한 순간 행동력과 추진력이 분명히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국민이 일해야 하지만, 이재명이 되면 이재명이 일하면 된다’는 말이 정말 맞다. 후보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다.”

―지난 3일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가 “차악이 아닌 최선”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 유권자들은 여전히 속성 과외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벼락치기는 시험 끝나면 잊어버리지 않나. 이 후보 지지 흐름도 백래쉬를 막기 위해 떠밀리듯 형성된 부분도 있다고 본다.

“권력형 성범죄, 2차 가해 등 민주당이 해선 안 되는 일을 너무 많이 해왔다. 저도 그래서 민주당에 들어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분명히 당내 자정 노력이 있고 변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후보는 그 목소리를 듣는다. 옳은 게 무엇인지 선택하는 사람이다. 최선이라고 한 이유는 후보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 일 처리를 잘 해왔기 때문이다. 공약 이행률도 95%다. 후보가 낸 여성 공약들이 너무 좋은데 여태까지 보여준 것처럼 한다면 최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행사에 참석해 정춘숙 선대위 여성위원장,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2.09. ⓒ뉴시스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어떤 배경에서 사과가 나오게 됐나?

“후보도 이 문제를 사과하고 싶었고 계속 고민한 걸로 알고 있다. 저도 민주당 합류하면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사과해야 한다’는 거였다. 내부에서 ‘밑도 끝도 없이 사과하면 맥락이 없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후보가 사과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말하겠다고 결단했다.”

―권력형 성범죄 자체도 문제지만, 당내 2차 가해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됐었다.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에서 당내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선대위에 사람이 많아서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심상정 후보 이야기를 듣고 당내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후보가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런 발언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2차 가해를 확실히 뿌리 뽑고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저 또한 마찬가지다. 후보도 사과했으니 사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듣고 합의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에서 비동의강간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비동의강간죄는 미투 이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정치문법상 사회적 합의는 사실상 안 하겠다는 뜻 아닌가.

“후보 행보를 봤을 때 안 한다면 안 한다, 못 한다면 못 한다고 확실히 말하는 사람이다. 이 후보 입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일 것이다. 저는 비동의강간죄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내 들어가서도 많이 말했는데, 반대 세력이 많아서 공약에는 못 들어갔다고 하더라. 비동의강간죄에 대한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주변에 남성 친구들에게도 말해보면 깜짝 놀라더라. 이런 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후보는 사회적 합의라고 말한 것 같다.”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서 'n번방 사건' 최초 보도자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사건 취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2.2.9. ⓒ뉴스1

―이재명 후보의 여성 안전·차별·건강 등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규칙을 자신에게, 결국 당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때 말로만 사과하고 끝낼 수 없지 않나.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여전히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우선이다. 페미니즘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철폐하고 임금·승진·채용 등에서 여자든 남자든 차별받지 않는 옳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를 기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제가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다.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감사한 것이 2030 여성들이 저를 지켜주겠다고 하면서 ‘박지현 때문에 이재명 뽑는다’고 하신다.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걸 당내에서도 안다. 그래서 후보가 행사 있을 때 저랑 함께하려고 하고, 남성 의원들도 저와 같이하고 싶어한다. 내가 가진 힘이 있어야 내 목소리가 이 안에서 먹힌다는 걸 한 달간 깨달았다.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이 안까지 끌고 들어오기 위해 롱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말이 맞다는 걸 성과로 보여드릴 것이다. 그 과정들이 지난한 싸움이겠지만 결국 옳은 방향이니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지현 부위원장의 행보를 응원하면서도, 개인이 세력을 바꿀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갖는 여성 유권자들이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에 박 부위원장이 없어서 지금과 같은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당내 쟁쟁한 여성 의원들도 피해호소인이라는 거대한 가해 흐름은 막아내지 못했다.

“당내 많은 남성 의원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여성들이 들어와야 한다. 저를 콕 짚어 응원해달라고 말씀드리기 부끄럽다. 어느 당이든 여성이 국회 안에 들어오는 것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옳은 목소리가 맞다고 여론으로 보여주시면 그 변화가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뿌리 깊은 권력을 어떻게 처음부터 판을 갈아엎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윤석열 후보를 막는 게 너무 시급하다. 이재명 후보는 내뱉은 말을 지킬 사람이라고 믿는다. 안 그러면 제가 후보 멱살이라도 잡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투표하지 않은 2030 유권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이번 대선이 여성들에게 힘들었다. 여성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공약이나 행보가 너무 많아서 여성들이 유권자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내 안 좋은 사람들의 입은 막게끔 노력할 테니 이번엔 힘을 합쳐서 여성혐오가 정치에, 표 결집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의 연대가 이긴다는 걸 함께 보여주자.

여가부 폐지를 옹호하는 남성들도 자신이 힘들고 군대 가는 게 정말 여성들 탓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온라인에서 접한 단편적인 이야기로 여성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 적이되면 안 되지 않겠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이 해결해나갈 공동체인데 남성과 여성이 나뉘는 건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를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5년은 너무 힘들 것 같다. 누구의 공약이 자신의 삶과 직결될 수 있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 후보에 대한 여러 루머들을 팩트체크로 정리한 글들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

―선거 이후 박 부위원장의 모습은 어떨까?

“저도 궁금하다. 선거 이후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당장 대선이 코앞이라 이해는 간다. 제가 이 안에 들어온 이상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청와대에 들어가 옆에서 똑바로 하는지 감시하면서 같이 일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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