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청와대 이전이라니, 정부가 이삿짐센터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드리는 진지한 질문. 혹시 어렸을 때 푸른 기와집 자제에게 얻어맞은 적이 있으신가? 아니면 푸른 기와집 자제에게 돈을 떼이셨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 중차대한 시국에 청와대 옮길 생각에 푹 빠져있는 당선인의 태도가 정말로 이해가 안 돼서 묻는 말이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나는 청와대를 없애거나,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것에 대한 별 의견이 없다. 그게 득인지 실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여러 정황을 두루 살핀 뒤 국민들의 충분한 동의가 있다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거나 청와대를 없앨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진짜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그게 왜 새 정부의 첫 일이어야 하냔 말이다. 정부가 무슨 이삿짐센터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국내 유가가 2,000원에 육박하고, 물가가 치솟고,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수십 만 명씩 나오는 시국에 온 국민이 청와대 이사 견적 소식이나 듣고 있는 게 정상이냐고? 이런 지적이 이해가 안 가면 당신들 목 위에 달린 것을 머리라고 부르지 마라. 그건 ‘대가리’라고도 부를 수 없는 것이다.

검토를 하란 말이다


구한말 선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4대손이자 한국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피터 언더우드 박사와 과거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말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한국의 경영자들은 검토라는 것을 당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리더가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는 보통 ‘준비-조준-발사(Ready-Aim-Fire)’의 3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언더우드 박사는 “한국은 ‘발사-조준-준비(Fire-Aim-Ready)의 나라다”라며 웃었다. 한국의 리더들은 준비건 조준이건 필요 없이 일단 쏘고 나서 뒷일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게 왜 문제인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발사!”부터 하면 의외의 변수들을 너무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돌발 변수를 블랙 스완(Black Swan), 즉 ‘검은 백조’라고 부른다.

백조(白鳥)는 말 그대로 ‘하얀 새’이므로 ‘검은 백조’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17세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진짜로 이 검은 백조가 발견이 됐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자신의 책 『검은 백조(The Black Swan)』에서 “진리라고 믿었던 것은 언제든 상상을 초월하는 변수로 인해 붕괴될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현대 경영학에서는 ‘신중함’을 리더의 최우선 덕목으로 꼽는다. 검토하고 또 검토해도 이런 블랙스완의 등장으로 조직이 붕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토도 하지 않고 “발사!”부터 외치면? 그건 그야말로 조직을 말아먹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언더우드 박사는 “‘Just do it!’을 외치는 것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무식한 것이다. ‘Just do it!’을 외치기 전에 ‘Just think about It’을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검은 백조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쌓아둔 것을 다 망가뜨리기에는 이뤄놓은 것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누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지 말라고 그랬냐? 옮기려면 제발 좀 검토라는 걸 하고 옮기란 말이다. 그자들 말이 “공약을 발표할 때부터 이미 검토를 다 마쳤다”던데, 뭔 멍멍이 소리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하나?

검토를 다 마쳤다는 자들이, 처음에는 광화문 서울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더니, 며칠이 지나니까 용산 국방부 건물로 옮기겠단다. 이게 미리 검토를 다 한 결과라고? 진짜 웃기고 자빠진 거다.

풍수지리 때문이라면 정신 차려라


그리고 칼럼에서 이런 이야기까지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풍수지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17일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 용산 이전 계획은 누가 봐도 풍수지리를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그 대목 말이다.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한 나라의 수장이 이런 싸구려 저질스런 행위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그쪽 당 원로조차 이런 의구심을 지우지 않으니 나 역시 같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아니라면 지금 이 일을 이토록 긴박하게 서두를 이유가 도무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약 대통령 당선인이건 그의 주변 누구건 풍수지리를 굳게 믿어 이런 짓을 꾸미고 있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어라. 풍수지리 좋아하다 쫄딱 망한 것은 물론, 나라까지 홀라당 말아먹을 뻔한 사람의 이야기다.

1970년대까지 세무 공무원으로 일을 하던 정태준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정태준은 점쟁이의 말이나 풍수지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루는 점쟁이가 그에게 “정태준 당신은 이름을 바꾸고 흙과 관련된 사업을 하면 큰 부자가 된다”고 조언을 하더란다.

이 말을 굳게 믿은 그는 개명(改名)을 한 이후 1974년 건설업과 광산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 이 자가 바로 대한민국 최악의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보그룹 창업주 정태수다.

국방부 청사 답사 중인 윤석열 당선인 ⓒ당선인 대변인실

정태수가 풍수지리를 얼마다 신봉했는지는 한보그룹의 본사가 지금의 은마상가(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리에서 한 번도 옮긴 적이 없다는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슈퍼마켓, 반찬가게, 옷가게 등이 입점한 허름한 옛날 아파트 상가 건물에 재계 14위 그룹의 본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유는 바로 정태수가 “은마상가 부지가 돈이 모이는 땅이다”라는 풍수지리를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점쟁이의 말과 풍수지리를 믿었던 정태수가 수서비리로 경영난에 몰리자 뜬금없이 막대한 규모의 은행 돈을 끌어다 쓰면서 당진에 제철소를 짓고 철강업에 진출했다. 이건 또 왜 그랬을까? 이 이유도 “쇳물을 만져야 큰돈을 번다”는 점쟁이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 결과 한보그룹은 부도가 났다. 그리고 한보사태 직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의 수렁에 빠졌다. 한보사태가 외환위기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어도, 이 사태가 외환위기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재계 14위 그룹 총수가 풍수지리를 쫓아도 국가가 휘청거리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대통령이 이 짓을 하고 있으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애초 기대가 쥐뿔도 없었지만 이건 기대를 넘어도 너무 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윤석열 정권은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작정한 것 같다. 이 나라가 앞으로 5년을 어찌 이겨낼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워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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