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업무 좌우한다”는 윤석열, 집무실은 삼각지·관저는 한남동·영빈관은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 예산·관저 등 문제 그대로 남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20.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직접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5월 10일 취임 첫날부터 이전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집무실 이전은 실행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 대통령 관저와 영빈관, 합참 이전 등 여러 문제가 그대로 남게 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2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에 대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약속했던 광화문 정부청사로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는 점을 밝히면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안보 지휘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면서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며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더라도 추가 규제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같은 용산 부지 안의 합참 청사로 이전하게 됐다. 윤 당선인은 “합참 청사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고려해서 한미연합사와 함께 건물을 사용하도록 건립됐다”면서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하여 공간의 여유가 생겨 국방부가 합참청사로 이전하는데 큰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 의장이 근거리에서 업무를 보게 돼 유사시 지휘공백 우려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합참은 조만간 전시지휘소가 있는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전 전까지 합참이 국방부와 임시로 ‘동거’하는 모양새다. 새 정부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 의장이 한 곳에 있는 것은 취약성이 존재하는 것은 맞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군령 최고위에 있는 합참을 남태령 지역으로 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발표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작업은 실행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직속 청와대개혁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집무실 이전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백브리핑에서 “오늘 최종 확정됐기 때문에 예비비 문제는 기재부와 행안부, 비서실 이전문제는 청와대와 본격 협의할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사전에 많이 교감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될 예정인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 022.03.16. ⓒ뉴시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간이 그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면서 이전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청와대를 폐쇄적 공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선인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기자회견 뒤 많은 의문을 남겼다.

우선 예산 문제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국방부 이전에 수천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라면서 496억원 정도 필요하다며 이를 정부에 신청하겠다고 혔다. 예산 세부내역으로는 대통령실 이전 352억원, 국방부 이전 118억원, 공관 리모델링 25억원 등이다. 그러나 예산 추계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다 연쇄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통령 관저와 영빈관을 신축하는 비용, 집무실 주변 공원 조성 비용 등이 추가될 수 있다. 당선인 측은 소요 예산을 정부에 요청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비에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후 예산이 늘어날 경우 논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관저도 논란이다.

윤 당선인은 일단 5월 10일 취임과 함께 한남동의 정부 공관 등 한 곳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은 국방부 청사와 멀지 않을 거리이고 외교가가 형성돼 경호에도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해 지금 사용 중인 공관을 하나 비워서 대통령이 사용해야 할 처지다. 윤한홍 의원은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유력하게 지목했다. ‘계룡대에도 공관이 있어 일주일 1~2일 밖에 안 쓴다’는 것이 이유. 중장기적으로는 용산 부지에 관저를 신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 입장이다. 윤 당선인 측이 그동안 강조한 ‘백악관 스타일’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참모 업무공간 등이 밀접히 연결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관저 신축에 대해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신축 기간 역시 제시하지 못해 한남동 임시 관저 생활은 꽤 늘어날 수 있어 보인다.

국빈 행사 등을 치르는 영빈관 역시 당분간 임시방편이 불가피하다. 국방부 청사에 컨벤션홀이 있지만 국빈급 행사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 측은 당분간 국민에게 개방한 청와대 영빈관을 ‘빌려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용산공원이 반환되면 건립하는 방안이 있고, 지금 꼭 써야하면 (국민에 반환해서) 시민공원이지만 청와대 영빈관을 국빈만찬 같은 행사에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 부지의 공원 조성과 연계된 관저나 영빈관 신축은 당장 추진 가능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관저와 영빈관을 임시로 사용하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집무실은 삼각지 인근의 국방부 청사에, 관저는 한남동에, 영빈관은 기존 청와대에 분산되는 꼴이 된다. 윤 당선인 강조한 “공간이 업무를 좌우한다”는 철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기자회견에서 김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집회시위에 대해 “경호 차원에서 일정 범위는 시위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 그것이 현재 법으로 가능하다” 답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국민과의 소통을 꼽았는데 공원은 허용하면서 쓴 소리는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대통령 출퇴근 및 이동시 시민들의 불편, 주변 고층건물로 인한 경호 불안, 용산 지역 개발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도 여전히 우려를 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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