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횡포를 막기위한 움직임이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한국이지만, 효과를 거두기엔 갈길이 멀어 보인다.
개별 기업이 책정한 고율 수수료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정책 결정자들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구글과 애플 같은 거대 플랫폼은 국제관계도 신경 써야하는 것이 정부 처지다.
결국 ‘우회로’를 택했다. 구글과 애플이 강제하는 ‘결제시스템 의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결제시스템이 경쟁하면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는데, 막고 있으니 문제’라는 논리였다. 이른바 ‘결제강제수단 강제 금지법’이다. 결제시스템이 다양해지면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으리란 기대였다.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 내려야 한다’는 본질적 문제를 외면하면서 태생적 한계를 떠안게 됐다.
‘결제수단강제 금지법’, 즉 전기통신사업법 50조는 앱 마켓사업자(구글, 애플 등 플랫폼)가 모바일콘텐츠 거래를 중개할 때, 모바일콘텐츠 제공사업자(게임사 등)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그러자 구글은 ‘제3자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도 되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매출에도 26% 수수료를 물리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제3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적용·운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니 수수료 인하 폭은 4%밖에 안된다는 주장이다.
당초 업계의 기대와는 달랐다. 애초 개발사들은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는 결제시스템을 거치지 않기를 바랐다. 앱에서 외부 결제 수단으로 직접 연결되는 이른바 아웃링크 방식을 원했다. 하지만 구글은 제3자 결제를 자신들 시스템으로 끌고 들어욌다. 아웃링크를 기존 인링크 결제의 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간단한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한 것이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것 처럼 보이지만, 법 정신은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보인다. 법은 ‘외부결제 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웃링크를 배제하거나, 소비자들이 아웃링크를 찾을 수 없게 만드는 행위가 금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은 한 발 더 나아간다. 구글과 애플 등이 특정한 결제 방식을 사용할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도 금지한다. 결제 시스템 선택권을 준 척 하면서, 다른 수단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뜻이다.
앱 개발사들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한다. 새롭게 개발한 앱도 플랫폼에서 유통시켜야 한다. 구글과 애플은 업데이트나 신규 앱 론칭 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원하는 결제 수단을 선택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구조다.
격렬해지는 대립, 본질적 대안이 필요하다
‘구글의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앱 심사 거부 및 삭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지난 17일 구글 고객센터를 공지 중 일부다.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애초 30% 수수료를 받아들이거나, 제3자 결제 수수료 26%를 선택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플랫폼에서 삭제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애플은 시간을 끌고 있다. ‘금지법’ 시행 보름이 지나가지만, 법 준수를 위한 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 나온지 벌써 수개월째다.
앱 개발사들은 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구글 결제 정책이 법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해 달라며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유권해석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다. 해석 결과에 따라 정부는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조사와 과징금 부과 결론에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 경쟁당국은 한국 정부와 유사한 이유로 애플에 과징금을 물렸다. 과징금은 5천만유로(약 670억원)씩 10주마다 부과돼 총 5억 유로, 6,700억원 규모다. 네덜란드 법상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이다. 향후 애플은 네덜란드 정부와 법적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플랫폼과 앱 개발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할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이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와 앱개발사들이 합의할 수 있는 어떤 구조가 필요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플랫폼으로서 공공성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